남편에게 배운 진정한 '선행'의 의미
뜸한 일기/부부

페페 아저씨의 암이 발견된 게 벌써 2년이나 됐나요? 전신으로 퍼졌다는 소식을 듣고 정말 안타까운 마음이 나날이 더해갑니다. 암 투병을 위해 발렌시아에 가신지도 벌써 2년이 되어가는 듯합니다. 누구보다도 자연을 사랑하고 자급자족 생활에 만족하셨는데, 어떻게 이렇게 큰 병으로 힘든 나날을 보내고 계신지요. 

참~ 사람의 인생은 알 수가 없고, 또 어떻게 흘러가는지 누구도 장담할 수가 없습니다. 

△ 하늘이 파란 오후의 어느 날, 구름 모양이 참 예쁩니다.

다행히 발렌시아에는 좋은 친구분들이 페페 아저씨를 보살펴 주고 있습니다. 스페인 의료 시스템 덕분에 암 투병에 쓰이는 병원비는 실질적으로 없답니다. 그동안 세금을 꼬박꼬박 잘 낸 덕분에 큰 병원비는 낼 필요가 없지요. 하지만, 투병 생활로 인해 생활비는 적자를 달리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남편과 저는 페페 아저씨께 작은 도움을 드리자고 합의를 보았습니다. 그렇게 몇 달 전부터 생활비를 보내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처음에는 마음속에 갈등이 일었습니다. 내가 한 달에 몇 편의 글을 쓰면 이 생활비를 벌까? 하고 말이지요. 마음은 하기 쉬운 선행이 실제로 하자니 솔직히 갈등이 일었습니다. 

"한 달에 200유로, 아니면 300유로?" 

우리 형편도 그렇게 대단하지 않아 일정 선에서 남편과 대화를 하면서 그 액수를 결정하기로 했죠. 1유로로 약 1,300원이라면 200유로는 26만 원에 해당하는 돈이지요. 300유로면 거의 40만 원에 해당하고요. 저는 부끄럽게도 이런 소릴 했습니다. 

"우리 형편도 그렇게 좋지 않은데 200유로로 하자."

100유로면 아이들 학용품을 더 살 수 있고, 뭘 더 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죠. 하지만 산똘님은 곰곰이 생각하다 그럽니다. 

"페페 아저씨가 위독한데 돈을 따지는 게 너무 이상하다."

"응~ 그렇네. 사람 앞에서 돈을 따지는 게 너무 현실이다." 이렇게 맞장구를 쳤습니다. 

"그런데, 당신~ 한번 생각해 봐. 우리가 100유로 더 갖고 있다고 더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잖아? 그까짓 100유로 필요한 이에게는 상당히 큰 도움이 될 거야. 우리가 100유로 덜 갖는다고 불행하고 슬퍼지는 것은 아니잖아?"

아.......... 저는 남편이 이 말을 하는 순간, 그냥 얼어버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 나에게 일침을 가하는 남편의 말! 정말 맞습니다. 100유로 더 갖는다고 내 삶이 더 윤택해지는 것도 아니고, 더 행복해지는 것도 아니니 말입니다. 물질에 얼마나 쉽게 내 삶을 내어놓을 수 있는지 크게 깨달았습니다. 사실 우리가 진짜 걱정하고 관계해야 할 것은 사람인데 말이지요. 

이번에도 저는 크게 깨달았습니다. 남편, 정말 고마워~! 내가 어리석은 생각을 잠깐 한 것. 큰돈은 아니지만, 선행이란 어떤 마음에서 나오는지 그제야 알게 되었습니다. 싫으면서도 마지못해서 하는 선행이 아닌, 진정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선행은 내 행복과 다른 이의 행복이 충만할 때의 그 합의점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곰곰이 생각하면서 100유로가 더 있다고 행복하다는 결론은 절대 아님을 알았습니다. 

그렇게 우리 부부는 페페 아저씨께 작은 경제적 도움을 실행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남편은 오글거리는 장면은 싫었는지, 매번 저에게 부탁합니다. 

"돈은 당신이 페페 아저씨한테 줘."

그리고 페페 아저씨를 만나는 날에는 어김없이 제가 아저씨 주머니에 돈을 쑤셔 넣는 주인공이 되고 맙니다. 아저씨의 눈빛에서 느껴지는 소소한 감동과 우정이 제 마음마저 흔들어놓는 날이 되어, 100유로 빼자고 한 저에게 큰 채찍으로 다가온답니다. 마음으로 하기 쉬운 선행이 사실은 굉장히 어렵다는 것, 사람이 먼저이며 내 행복도 같이 찾는 선행이 되어야겠다는 것. 저는 매번 이렇게 남편에게 배운답니다. 

 

△ 오늘도 소소하게 홈이발소에서 이발을 합니다. 

구두쇠같은 남편이지만 사람에게는 누구보다 더 넉넉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지요.

 

△ 짠돌이 마음이 아닌 누구에게도 귀를 기울이는 이 남편에게 많은 걸 배우고 있답니다.

아직도 철이 덜 든 저에게 던지는 남편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가끔 제 인생을 되돌아보게 하네요. 

여러분, 즐거운 날 되시고요, 우리의 페페 아저씨 어서 건강이 회복되기를 진심으로 바라고요, 여러분도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즐거운 한가위 바랍니다. 화이팅!!!


블로그에서는 하지 않은 맘껏 수다방으로 놀러 오세요~

  ☞ 스페인 고산평야의 무지개 삶, 카카오스토리 채널로 소식 받기~



* 저작권 방침 *

스페인 고산 생활의 일상과 스페인 이야기 등을 담은 이 블로그의 글과 사진은 글쓴이 산들무지개에 저작권이 있습니다. 글쓴이의 허락 없이 무단 도용하거나 불펌은 금물입니다. 정보 차원의 링크 공유는 가능하나, 본문의 전체 혹은, 부분을 허락 없이 개재하거나 동영상을 제작하는 경우에는 저작권 및 초상권 침해에 해당하므로 반드시 사전에 글쓴이의 허락을 받으시길 바랍니다. Copyrightⓒ산들무지개 all rights reserved



이전 댓글 더보기
2017.10.05 11:00 URL EDIT REPLY
비밀댓글입니다
귤귤냥이 2017.10.05 12:03 신고 URL EDIT REPLY
페페 아저씨가 빨리 나으셨으면 좋겠어요...
저희 아버지도 그렇고 주변에 암으로 아프신 분들은 정신적으로 많이 힘드시더라구요 .... 살면서 아프다는 것은 정말 슬픈것 같아요.

산들님도 그렇고 남편분도 마음이 너무 따뜻하세요. 저도 많은 것을 배웁니다. 산들님 블로그를 통해 오늘도 마음이 따뜻해지네요~~
2017.10.05 12:12 URL EDIT REPLY
비밀댓글입니다
닭발굽는청년 2017.10.05 15:09 신고 URL EDIT REPLY
멋지세요!
늘 산들님 글보면서 가슴 따뜻하게 적시고 가는데
오늘은 가슴이 더욱 따뜻해지네요
두분이 멋진삶 응원합니다!!!
2017.10.05 19:03 URL EDIT REPLY
비밀댓글입니다
사라 2017.10.05 20:27 신고 URL EDIT REPLY
넘 멋지신것 같애요 ,정말로 하기 힘든데
수선화 2017.10.05 21:26 신고 URL EDIT REPLY
두분 참 예쁜 마음을 가지셧네요
진정성 있는 선행은 생각보다 어려워요 남들은 나보다 더 있으니까 하면 되지 넘 쉽게 생각하거든요
실천하는 선행 하는 두분은 천사가 하강 했나봐요
저는 노인병원과 동네 경노당 점심 봉사를 했는데늘 숙제처럼 한것 같아서 죄송스럽네요
산들님은 국내에서 없는 천사를 스페인 가서 찾다니 대단하십니다
건강하고 주위에 좋은 일 마니마니 해 주세용 ^^
하늘과 땅 2017.10.05 21:48 신고 URL EDIT REPLY
저도 배우고 갑니다.
데이지 2017.10.06 05:00 신고 URL EDIT REPLY
마음으로는 하기쉬운선행,그러나 실행은 어려운일 예순이된 저도 크게 배우고 감동했어요,
그리고 제삶을 뒤돌아보게한 울림의글에 감사한 마음입니다
큰사람인 산들님남편과 기꺼이 이해하고 동조한 현명한 산들님을 응원합니다.^^
BlogIcon 현주빡 2017.10.06 09:41 신고 URL EDIT REPLY
그러게요. 저는 네이버 해피빈같은 내 주머니에서 나가는게 아닌 기부만 해봤거든요. 새삼 행복과 필요에대해 배우고 갑니다. ^^
2017.10.06 11:04 URL EDIT REPLY
비밀댓글입니다
maison 2017.10.06 13:49 신고 URL EDIT REPLY
산들님 산똘님 이미 알고 있었지만 생각보다도 더 멋진 분들이시네요.
모쪼록 페페아저씨도 건강하고 행복한 일상으로 돌아오시길 기원합니다.
한보람 2017.10.06 13:54 신고 URL EDIT REPLY
존경합니다~^^
2017.10.06 23:21 URL EDIT REPLY
비밀댓글입니다
2017.10.07 15:34 URL EDIT REPLY
비밀댓글입니다
2017.10.08 10:47 URL EDIT REPLY
비밀댓글입니다
조수경 2017.10.09 06:15 신고 URL EDIT REPLY
여기 부끄런 맘 드는 일인 또 있습니다.
살림을 하다보면 이리 쪼개고 저리 쪼개고
지출은 한이 없는데~~~~!!
이웃에게 지갑을 연다는 문제는
정말 아무나 쉽게 할 수 없는
어려운 일임에는 분명합니다ㅡㅡ;;
있어도 살고 없어도 살고 하는 문제 또한
우리가 가족에게 써야 할 때 고민하며
내 뱉는 푸념이거늘~~~~ㅜ
정말 누군가를 돕는 다는 건
각박해지는 내 마음을 치유하는
효과가 더 큰데 산똘님 정말 대단하십니다^^
오늘 받은 일침의 위력이 참 강하네요.
이기심에 반성하는 시간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Sponch 2017.10.09 12:53 신고 URL EDIT REPLY
나이가 들수록 주변에서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도움을 주고 도움을 받아야 할 상황들이 생기겠죠. 저도 마음에 새겨야 할 얘기입니다. 좋은 글 감사해요. 페페아저씨 건강한 하루를 되찾으시길...
은똥c 2017.10.10 20:02 신고 URL EDIT REPLY
아 어느순간부터 산똘님 모든걸 깨달은 어린왕자처럼 보입니다 어쩜 저리 멋진말씀을
물론 산들님이 가슴에 와닿게 전해주셔서 더 그렇겠지만 암튼 오늘도 뭔가 배우고 가는것 같아욤 페페아저씨 힘드시겠지만 친구들의 정으로 이겨내실것 같아요 한국서 응원하는 사람들 많다고 전해주세용
쇠뭉치 2017.10.16 21:44 신고 URL EDIT REPLY
周遊天下 皆歡迎(주유천하 개환영) 興國興家 勢不輕(흥국흥가 세불경)
去復還來 來復去(거복환래 래복거) 生能捨死 死能生(생능사사 사능생)
김삿갓 시입니다.
돈이란 그렇지요.
세상을 두루 돌아봐도 모두가 환영하고
나라와 가문을 일으켜주는 그 위세 대단하구나.
갔다가 다시 오고 왔다가 다시 가니
사람을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하는구나.
산또르님의 어진 베품이 산들님 마음을 감동케 하니
그것보다 더 깊은 사랑이 있으리오,
산들님! 주시고 얻음이 없어도 베품은 영원한 사랑입니다.
페페님이 행여 잘못되어 유명을 달리하는 날이 있을 때
산들님이 그 100유로를 아꼈다면 그때 얻는 아픔은 무엇으로 보상받겠어요.
참으로 장하신 베품입니다.
감동입니다
Name
Password
Homepage
Secret

티스토리 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