뜸한 일기/아이

친구 아이들이 놀러올 때마다 느끼는 스페인 교육

산들무지개 2017. 10. 16. 0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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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에 근처 자연공원에서 텐트 치고 주말을 보낸 친구 가족들이 잠깐 놀러 왔습니다. 세 가족의 아이들 셋이 함께 왔는데 어쩌면 이렇게 재미있는지 방문이 끝나갈 때가 아쉬워질 정도였답니다. 

큰 아이는 자신의 특기인 종이접기를 열심히 보여주었고요, 다른 아이들은 아이를 따라서 함께 종이를 접거나 밖에 나가 트람펄린을 뛰면서 놀았답니다. 그런데 매번 스페인 아이들이 놀러 올 때마다 노는 모습을 유심히 지켜보니 공통된 하나가 느껴졌답니다.  

아이들이 함께 놀지만, 어떤 목표를 위해 자신들이 기획하고 역할 분담하고 무엇인가를 열심히 하는 것이었습니다. 지난번 친구 아이들이 놀러 왔을 때에도 그랬고, 이번에도 그랬고...... 어쩌면 아이들이 학교에서 배우는 형태를 그대로 따라 하는 것은 아닌가 싶었답니다. 다름 아니라, "단체에서 일원으로 활동하기" 같은 형태였답니다. 프로젝트 형태의 수업을 하는 아이들답게 이런 연대의식이 일상에서도 잘 연결되고 있었습니다. 

한번은 아이들끼리 속닥속닥 무엇인가를 열심히 하더니 어른들을 부릅니다. 아이들이 준비해둔 의자에 앉아서 자신이 준비한 여러 가지 프로젝트(?)를 발표하기도 했고요, 춤까지 추는 열성을 발휘했답니다. 그런데 이번에도 아이들은 자기들끼리 속닥속닥 무엇인가를 열심히 하더니, 이번에도 지난번 아이들과 비슷하게 의자를 준비하고 어른들을 앉히게 하는 것입니다. 

"어? 왜?" 

"빅토르 아저씨! 아저씨 음악이 필요해요."

한 아이가 음악하는 빅토르 아저씨에게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아코디언을 부랴부랴 가지고 온 빅토르는 아이들 상황을 봐가면서 음악을 연주해야 했답니다. 

"지금부터 연극을 보여드리겠습니다!" 

하하하! 아이들은 청중인 어른들 앞에서 연극을 보여주었습니다. 

아이들 연극은 훌륭하지는 않았지만, 나름대로 재미있었습니다. 어른들도 자연스럽게 아이들 연극에 빠져들면서 마음껏 웃었는데요, 여기서 제가 느낀 게 "아하! 이래서 스페인 사람들이 참 연대의식이 강하구나" 싶었답니다. 

한국에서는 아이들 노는 모습이 재롱잔치이거나 초등학생은 자기들끼리 방에 들어가 놀던데 말이지요. 이곳은 아이들과 어른이 다함께 참여하고 노는 문화였습니다. ^^;

 

세계여행을 많이 다녔던 저는 항상 영어도 못 하는 스페인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드는 의문이, '저 사람은 영어도 못 하면서 무슨 참견이 저렇게 많지?'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사실은 참견이 아니라 자신도 언어가 통하지 않지만, 의견을 내고 여행 같이하는 사람으로서의 일원으로 행동한 것뿐인데 말이지요. 그런 면에서는 한국 사람들은 아주 조용하고 수동적이었습니다. 가령, 인도에서 고도의 라닥행 버스를 타고 가다 버스 바퀴가 펑크나 고쳐야 할 때가 있었습니다. 10명 정도의 한국인은 고쳐지기를 기다리는 반면, 같이 타고 있던 스페인 청년 두 명은 버스 기사와 상의하면서 바퀴를 가는 데 도움을 주더라고요. 저는 그때 참 같은 한국인이었지만 도움을 못 주는 우리의 얼굴이 부끄러웠습니다. 하나로 다 평가는 할 수 없지만, 제가 본 한국인의 수동적인 모습은 이 사회적인 연대와 책임을 제대로 못 배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산똘님도 네팔의 한국 식당에서 겪은 한국인의 모습에 처음으로 놀랐다고 하네요. 

다름 아니라, 네팔에 한국 식당을 운영하는 친구와 아주 친분이 있는 듯한 등산대원들(혹은 산악회 회원들) 30여 명이 식사하고 있었을 때였습니다. 외국인 남편 눈에는 이렇게 반갑게 인사하고 맞이하며 대화를 많이 한 사람들끼리 정말 가까운 관계라고 느끼게 되었답니다. 그런데 문제는 식당이 약간 낮은 지대에 있어 화장실 물이 역류하여 식당 안을 채우게 되었을 때에....... 아무도 나서서 도와줄 생각을 하지 않던 그 모습을 잊을 수가 없었다고 하네요. 왜? 한국인은 보고만 있을까? 하고 생각했다고 하는데...... 오히려 심기불편하여 다들 피하는 모습은 정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네요. 같은 한국인이라고 그렇게 얼싸안으며 좋아할 때는 언제고......라고 생각했다네요. 

남편은 어쩔 수 없이 화장실 안으로 들어가 팔다리 다 걷어붙이고 그 오물 구멍 막기에 최선을 다했다고 하네요. 산똘님은 열린 마음으로 한국 문화를 받아들이고 또 존중하고 사랑하지만, 가끔 이런 모습에서 자신만의 정의를 내리더라고요. 수직 상하의 관계가 한국을 지배하기에 이렇게 가만있는 것은 아닐까? 하고...... 물론, 복잡한 전후의 원인에서 비롯된 태도이기도 하겠습니다. 

말이 길어졌는데요, 요약하여 정리하면 제가 이번에 스페인 아이들 노는 모습을 보고 느낀 스페인 교육의 가장 큰 핵심은 역시나 "연대의식"이었습니다. 사회에 필요한 구성원의 책임과 배려, 의무, 예절, 조화 등을 배우는 인성 교육이 아닌가 싶었답니다. 물론, 성적 면에서 꼴찌일 수도 있지만, 나와 타인이 행복할 수 있는 그 조화를 가르치는 교육이 핵심이 아닐까 싶었답니다. 

(이 글은 한국인을 비하하기 위해 쓴 글이 아닙니다. 또한, 스페인 교육이 우월하다고 쓴 글도 더더욱 아니랍니다. 소소한 일상의 태도에서 느끼는 인성과 연대의식이 이 사회의 구성원이 되는 큰 핵심이기에 한번 이런 글을 써봤습니다. 갑질과 명령이 난무하고 아무렇게나 내뱉은 말과 무시가 요즘 한국 사회에 두드려지게 나타나 안타까운 마음에서 이런 글을 써봅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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