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이야기/음식, 식재료

한국과 달라도 너무 다른 개념의 스페인 캠핑-등산 요리

산들무지개 2017. 10. 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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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댁과 함께 5박 6일 캠프장 방갈로에서 지내면서 해먹은 음식은 굉장할 것 같죠? 하지만, 우리가 먹은 음식은 의외로 간단했답니다. 

♧♣♧

윤서맘님께서 이런 댓글을 다셨죠. 

"대가족 끼니 챙기는 일이 보통 아니었을 거 같아요. 어르신부터 유치원생까지ᆢᆢ 와~

산들무지개님! 여행 때 식사메뉴 포스팅 부탁드립니다." 라고 말이지요. 


그래서 오늘은 스페인 캠핑요리에 관한 글을 올립니다. 방갈로나 캠프장이나 요리 메뉴가 비슷하고 개념이 같아서 캠핑요리라고 하겠습니다. 스페인에서는 방갈로가 캠프장에 있기 때문에 방갈로 가는 의미가 캠프하는 의미로 쓰이기도 합니다. 캠핑용 기구를 가져가나, 말아야 하나만 다를 뿐, 방갈로도 일종의 캠프장 시설이므로 음식도 같은 개념으로 차려진답니다. 그 개념에 관해 이야기하겠습니다~!!!

부제: "스페인 시댁과 함께 여행한 한국 며느리의 소감"

♧♣♧

한국에서는 일단 "캠핑하러 간다"는 말이 나오면 무섭게 먹거리를 챙깁니다. 

"먹기 위해 캠핑하러 가는 거야~!" 하는 말이 대세인 듯합니다. 친구나 가족, 지인들이 보내오는 캠핑 사진을 보면, 다들 불 피우고 고기 굽고, 술 마시고, 즐거운 담화 하면서 지내는 모습이 보였거든요. 친구는 캠핑 가기 전에 집에서 재료를 손질하고 이것저것 먹거리를 챙기던데요, 스페인에서도 비슷합니다. 다른 점은, 스페인에서는 집에서 챙겨가는 음식은 재료가 아니라 이미 조리된 음식이고 아주 간단히 먹을 수 있게 만든다는 점이랍니다. 

 

위의 사진은 우리가 준비해간 음식이랍니다. 스펀지케이크는 아침 식사로 제가 두 판이나 만들었고요, 

채소 케이트는 산똘님이 만들었습니다. 

위의 사진은 여행 당일 날, 점심시간에 가족이 다 모여 간단하게 식사를 했습니다. 

시아버지께서 만들어오신 엠빠나다는 빵 반죽 안에 다양한 속 재료를 넣고 반죽을 반으로 접어 굽거나 튀긴 스페인 전통 요리로 오븐에 구워오셨는데, 반죽이 옛날 할머니집에서 먹었던 개떡(아마도 보리와 거친 밀(espelta)로 만든 듯) 맛이 나서 참 정감이 갔습니다. 

찍어놓은 사진이 없어 자료사진으로 대체한 라자냐는 산똘님 남동생, 서방님이 만들어오셨습니다.

그렇게 간단히 여행 당일 날, 저녁은 만들어온 음식으로 해결했습니다. 

우리가 먹은 저녁이 해온 음식이고, 아이들은 감자와 삶은 소시지를 줬습니다. 

시부모님께서는 미리 준비해오신 삶은 채소를 드셨고요. 

나머지 메뉴의 재료는 정말 간단하게 해먹을 수 있는 재료랍니다. 화려하지 않고 정말~ 정말~ 정말~ 간단한 음식이지요! 집에서는 푸짐하게 먹는 스페인 사람들이 캠핑에 가면 먹거리는 걸리적거리지 않을 정도로 그렇게 간단하게 관리를 하더라고요. 

위의 사진은 지난번 세고비아 여행 때 머물렀던 캠프장에서 한 음식입니다. 간단한 샌드위치와 따뜻하게 데운 즉석 수프가 다입니다. 이때는 등산하지 않고, 관광지를 보는 여행이었지만, 캠핑요리는 간단하기 마찬가지였습니다. 마치 어릴 때 캠핑요리인 라면과 같은 느낌이지요. 

위의 사진도 지난번 세고비아 캠프장 사진입니다. 해먹은 음식은 미역과 마른 채소가 들어가 있는 쌀로 

끓는 물에 끓여서 한 짬뽕(?) 밥(그 위에 치즈 가루 뿌린 밥)이었죠. 만들기 간단한 음식이었습니다. 

♧♣♧

이제 다시 이번 여행으로 돌아와서,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요리로 파스타, 토마토소스, 포장된 육수와 소면, 쉽게 구워 먹을 수 있는 롱가니자(스페인식 소시지), 스페인식 생햄인 하몬, 치즈, 파테, 생선 통조림 등이 있었습니다. 

우리 시댁 가족은 과일 담당, 아침 담당, 저녁 담당, 샌드위치 담당 등으로 나누어

준비해왔답니다. 그래서 며느리나 시어머님이 고생할 일은 전혀 없었습니다. 

 

그런데 스페인 사람들의 캠핑요리는 왜 이렇게 간단할까요? 이유는 정말 간단하답니다. 

볼거리도 많은데 먹는 데 신경 쓰다가 아무것도 못 보고, 느끼고 즐기질 못하지 않느냐라는 것이지요. 그냥 배를 채운다는 느낌이 든 간단 음식이었습니다. 실제로 스페인 식구들은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아주 간단한 아침 식사를 각자 하고...... 정말 각자 합니다. 


다 모여서 아침 식사를 하면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시간 되는 사람들이 아침을 간단히 하고, 점심에 먹을 도시락을 준비합니다. 한국에서는 등산 도시락도 아주 먹음직스럽고 정성이 가득한데요, 스페인은...... 그냥 바게트 샌드위치입니다. 그것도 하몬이나 치즈가 들어가거나 간단히 구운 닭가슴살이거나 소시지 등의 샌드위치랍니다. 그러니 조리할 필요가 전혀 없는 간단 점심이 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아무도 불만 불평이 없이 가족마다 각자 알아서 바게트 샌드위치를 준비했지요. 

시부모님은 시부모님 점심을, 시동생 식구는 그 식구 점심을, 우리 집 점심은 아빠가 준비......

그래서 솔직히 며느리가 되어서도 저는 요리에서 해방되고 말았습니다. ^^; 

 

보카디요(bocadillo, 스페인식 바게트 샌드위치)를 준비하는 각 가정의 형제들. 

저 날은 닭가슴살로만 보카디요를 해서 채소 좋아하는 저는 퍽퍽해 죽는 줄 알았습니다. (^^:)

 

스페인 사람들은 산행 중 견과류 먹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합니다. 

에너지 충전용 견과류는 당연~! 퍽퍽한 보카디요 먹고 난 후에는 과일 하나 정도도 먹어주더라고요. 

스페인식 생햄을 넣거나 치즈 들어간 보카디요도 특징이 채소가 없다는 겁니다. 암튼~

아이들 에너지 충전용으로는 초콜릿을 가져왔네요. 

줄 서서 초콜릿 받아가는 아이들. 

이렇게 등산 음식이나 캠프장 음식이나 다 초간단을 달리는 음식이 주였습니다. 저는 며칠 동안 채소 없는 초간단 음식 덕분에 좀 힘들었는데, 식구들은 다들 잘 참고 불평, 불만이 없었습니다. 

얼마나 그랬으면 마지막 날 산행에서 보이는 모든 풀떼기가 상추로 보였는지, 풀 보고 침 흘린다고 남편에게 한바탕 웃음을 선사해줬지요. ^^*

길 위의 모든 풀이 상추로 보였던 산행 마지막 날. 

캠프장 방갈로에서 조리한 음식은 저녁때 먹었습니다, 저녁은 다 함께 마주 보고 앉아 대화를 나누면서 식사를 했고요, 요리가 간단하여 돌아가면서 음식을 했습니다. 재미있게도 방갈로 가사분담도 척척 나누어서 요리한 사람은 설거지를 쉬고, 요리하지 않은 사람이 설거지 및 뒤처리를 전적으로 하더라고요. 이런 면으로는 스페인 시댁 식구들뿐만 아니라 다른 현지 사람들도 분담형태의 일처리를 아주 잘 하는 특징이 있습니다. 

이날은 풀이 상추로 보인 날이어서 제가 마을에 가서 직접 상추 한 포기 사들고 와서 

요리한 날이었습니다. 요리만 열심히 해서 사진에는 없습니다. ㅜ,ㅜ 

요리했다고 시아버지께서 설거지마저 책임지려는 

며느리를 말리시면서 당신이 직접 설거지를 하셨습니다.  

시아버지께 혼났어요. "왜 내 일을 뺏어?"라고...... 


굉장히 힘들었을 것 같았던 대가족 여행인데 식사메뉴가 너무 간단하여 실망하셨나요? 그런데 보통 때 식사를 잘하는 스페인 사람들이라 캠핑은 식사를 위해 가는 게 아니라, 말 그대로 간단히 먹고 자는 곳으로 인식하는 분위기가 더 크답니다. 그래서 산행 음식도 간단하지요. 오히려 음식이 간단하니 아침부터 가벼운 몸으로 산행하고, 저녁에는 모두가 피곤하니 간단하게 요리를 하니 더 부담이 없고 좋았답니다. 푸짐하거나 화려하게 먹지 않아도 자연에서 느끼는 감흥은 결코 덜한 것은 아니었으니까요......  

※ 스페인에서도 해변에서 텐트 치고 지내는 한 달 장기거주 텐트 족들의 음식은 또 다른 특징이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오늘은 여기서 이만 마치고요, 즐거운 날들 되시길 바랍니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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