뜸한 일기/아이

감회 새로운 쌍둥이 육아, 6년 후의 변화

산들무지개 2017. 11. 9. 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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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발 1,200m 스페인 고산. 한국 가족 하나 없는 이곳에서 저는 세 아이를 키우고 있습니다. 시댁 식구들도 이곳에서 한참 떨어진 곳에 살고 있어, 사실상 우리 부부에게는 도우미가 없습니다. 하지만, 사람은 다 살기 마련이라고...... 우리 아이들이 이제 어린이가 되어 의젓한 일을 합니다. 

특히, 쌍둥이 아이들은 요즘 설거지 재미에 푹 빠지고 말았습니다. 어느 날 시작된 아이들의 외침. 

"엄마! 설거지 도와줄게~!"

이 아이들이 뭘 알까? 의심의 눈초리로 아이들을 시켰는데...... 고사리손이라 서툴기는 했지만, 무척 잘 해내는 아이들에 아주 흐뭇했답니다. 몇 주 전에 만6세를 맞은 우리 쌍둥이들이 싱크대에서 서로 설거지하겠다는 모습을 보니 정말 감회가 새로웠답니다. 

왜냐하면, 그 싱크대는...... 

그 싱크대는...... 

다름 아니라 바로 쌍둥이 목욕통이었거든요! 

쌍둥이 목욕통?! 

네! 

아이들이 아직 어릴 때 목욕시키는 일이 정말 저에게는 태산을 만드는 일처럼 어렵게 느껴졌었지요. 하지만, 싱크대에 두 아이를 두고 목욕시키는 일은 혁명이었습니다!!! 싱크대 정말 편해요. 아이들 목욕 시키기에 허리 굽히지 않아도 되고, 눈높이에서 아이들과 교감도 하고...... 정말 재미있는 목욕 시간이었지요. 

바로 이렇게 우리 집 싱크대가 목욕통으로 변신을 했었죠. 

아이들도, 엄마도 즐거웠던 목욕 시간. 

이제 이 아이들이 엄청나게 커버려 이 통에 들어갈 수가 없습니다. 

대신...... 이렇게 설거지를!

하하하! 정말 귀엽죠? 목욕 즐기던 아이들이 이제 설거지 즐기게 되었습니다.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엄마를 도우며, 노는 듯한 설거지를 보니 정말 세월이 많이 흘렀음을 실감했습니다. 그동안의 쌍둥이 육아가 재미있기도 했지만, 심리적, 육체적으로 참 힘들었던 건 사실이니까요. 

하지만, 엄마는 행복 호르몬을 항상 만드는 힘이 있나 봅니다. 힘들던 기억은 싹 사라져버리고 좋은 추억만 가득 쌓였기 때문이지요. 요 아이들이 이렇게 컸구나, 환경적 제약을 많이 받는 이곳에서 쌍둥이 육아하는 일이 장점보다는 단점이 더 많았지만, 지금은 장점만 보이는 듯합니다. 

우리 집은 그야말로 오지와도 같은 외딴 시골이거든요. ^^; 그래서 모든 것을 알아서 해야만 한답니다. 식사 주문할 곳도 없고, 난방은 장작으로, 장작은 우리가 산에서 나무를 해야 하고...... 전기는 태양광에...... 수도는 빗물을 받아...... 음식은 날 잡아서 장 보러 가야 하며......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많은 일을 우리 스스로가 하고 있답니다. (이 글은 제 블로그에 처음 오신 분들을 위한 잠깐 설명입니당~)

창문으로 아이를 보면서 응원하는 아빠. 

"아빠! 나 설거지 잘하지?" 

누리가 아빠에게 그릇을 보여줍니다. 

"그래~ 우리 딸 잘한다!!!" 

이렇게 이 아이들은 또 한 단계 더 성장하고 있습니다. 

엄마의 친구가 되어주는 우리 딸들 덕분에 저도 이 고산에서 외로울 틈이 없는 듯도 해요. 

함께 지켜봐 주신 여러분들께도 참 고맙구요. ^^* 

쌍둥이 육아가 어렵다 어렵다 하다가도 이렇게 어느 순간 아이들의 변화를 보고 후다닥 깨닫죠. 

그 아이가 아니다. 아이들은 항상 변하고 자라나고...... 그야말로 변화를 거듭하는데 엄마도 이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 또 변해야겠다는 사실도 함께 알았습니다. 우리 큰 아이도 얼마나 의젓한지 진짜 큰 언니가 된 것 같아요. 다음에는 큰 아이 특집을 마련할까 해요. ^^* 


오늘도 행복한 하루 되시고요, 여러분 항상 건강 유의하세요. 


♥ 블로그에서는 하지 않은 맘껏 수다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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