뜸한 일기/부부

장 보러 간 아빠를 기다리는 아이들

산들무지개 2014. 10. 24. 0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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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일찍 아빠는 1시간 30분 거리의 도시로 장을 보러 갔습니다. 

구불구불 용이 승천하듯 지중해 해변에서 도로가 이 고산 마을 하늘로 올라갑니다. 

그 길을 아빠는 부릉부릉 차를 타고 느린 거북이처럼 내려갔습니다. 


아빠가 올 동안 우리 모녀는 평소와 다름없이 그렇게 하루를 보냅니다. 

아이들 학교 다녀오고 나면 동물 먹이 주고 이렇게 잠깐 밖에서 놉니다. 

(위의 사진은 엄마가 아이 셋을 데리고 셀프 찍으려다 망한 사진입니다.)


"아빠가 도착할 때가 되었는데 왜 이렇게 오지 않아?"

아이는 계속 재촉하듯 그렇게 엄마에게 아빠가 언제 오는지 묻습니다. 

"왜, 그렇게 아빠를 기다려?" 하고 물어봤더니, 


"아빠가 오늘 햄버거와 만두, 짜파게티, 피자 사오는 날이잖아!" 합니다. 


아이고, 요 녀석 아빠가 장 보러 가는 것과 언제 음식이랑 연관을 시켰는지......

하긴 아빠가 장 보고 오면 항상 우리가 먹는 음식은 

군만두, 피자, 햄버거, 두부, 혹은 짜파게티 같은 것이랍니다. 


우리가 사는 스페인 고산 평야에는 이런 음식은 구입할 수 없으니 

아이는 언제나 이런 기대를 합니다. 


제가 어렸을 때 엄마가 장 보러 가시면 

저는 동생과 함께 엄마가 언제 오시나, 

살폈던 생각이 나네요. 

하루는 구멍가게에서 엄마 장 보러 간 틈에 

외상으로 과자 두 개를 사 먹은 적이 있어요. 

엄마 오시기 전에 먹자고 동생 것 뺏어 먹고, 내 것까지 허겁지겁 먹고....

엄마가 금방 오실 것 같아......

야단맞기 전에 정말 허겁지겁 먹었던 적이 있었지요. 

엄마가 외상 장부 보고 얼마나 절 혼냈던지요. 

(엄마가 절대로 이 사실 모르실 줄 알았던 저는 아주 어렸었답니다.)

엄마는 항상 장 보고 오시면 맛있는 과자를 잔뜩 사주셨는데 

그날은 제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어요. 

엄마 언제 오나 목 빠지게 기다리다가도 이렇게 외상으로 과자까지 사먹었으니....

아주 대잘못한 이 한 사건이 막 생각나네요. ㅠ,ㅠ


그리고 아빠가 늦은 밤에 도착했습니다. 

오늘은 아주 많은 일이 있어 사온 것을 바로 먹을 수 없었지요. 


차 트렁크 꽉꽉 물건 채워온 아빠를 돕는 아이들입니다. 

"아빠다!"

아빠는 휘발유, 세재, 빵, 만두, 피자, 햄버거, 짜파게티, 우유, 설탕, 소금, 생선, 등등등

여러 가지를 사왔어요. 


첫째가 좋다면서 아빠를 맞이합니다. 

아빠는 아이스박스에 넣어온 햄버거 재료를 아이에게 보여줍니다. 


"아이고! 오늘 늦었지만, 우리 햄버거 해먹을까?" 

하고 아빠도 신 났습니다. 

햄버거점이 없는 이곳에서 우리가 해먹을 수 있는 즐거운 인스턴트(?) 음식입니다. 


아이들도 좋다고 "얏호!" 소리를 꽥꽥 지릅니다. 

그래서 우린 이 늦은 밤 맛있는 햄버거를 해먹었답니다. 


아빠는 또 행복해하네요. 

전에 시상식에 참여 못 해 못 받은 맥주 대회의 상을 받아왔기 때문이지요. 

 

여러분,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쥐!"

아빠는 산 하나 넘을 때마다 햄버거를 호랑이에게 던져줬다면서 농담을 하는 하루였네요. 

"아빠! 안 돼! 아이, 아까워... 그래서 우리가 이렇게 햄버거 조금밖에 못 먹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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