뜸한 일기/먹거리

자반 고등어 먹고 싶을 때마다 우리 부부가 하는 일

산들무지개 2014. 10. 26.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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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는 분은 아시고, 모르시는 분은 모르실, 이 스페인 고산의 [참나무 집] 아낙이 좋아하는 음식은? 자반 고등어입니다!!! ^^ 900번만 더 이야기하면 1000번은 이야기할, 제 이야기! 제가 어렸을 적 하도 자반 고등어구이를 좋아해 붙은 별명, "고등어 호랭이(호랑이)" 짠짠! 짠짠짠! 이 고등어 호랑이가 역시 한국 방문 때 스페인 남편에게 제일 먼저 해준 것이, "자반 고등어구이 먹이기"였습니다. 


어머니, 동생, 언니! 우리 가족, 친구 등...... 방문하는 집에 들를 때마다 "자반 고등어구이 준비해 주세요!"하고 외쳤다는 이야기입니다. (사실은 제가 좋아하니 남편도 좋아할 것으로 생각하여 먹인 것입니다.)


한 번 먹고, 두 번 먹고, 세 번 먹을 때는 질리지 않고 바로 중독으로 들어간 스페인 남편은 이 자반 고등어를 아주 맛있다면서 극찬을 했습니다. 짭짜르름하면서도 살이 살아있고, 겉은 바싹하면서도 속은 부드러운 이 맛! 흰 밥만 있으면 술술 넘어가는 자반 고등어에 뿅 반하여...... 그렇게 스페인에 돌아오고도 노래를 부르는 날이 끊이질 않았답니다. 


그런데 스페인에서는 자반 고등어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입니다. 

생선 절임은 수두룩 많은데 이렇게 특별한 고등어 절여 말리기는 없었지요. 말리는 것인가? 염장인가? 아무튼, 그래서 우리가 해볼까? 생각도 여러 번 했었지요. 고등어만 사다가 소금 솔솔 뿌려 말리면 되지 않을까? 남편은 궁리를 많이 했답니다. 


그러다가 어느 날 정말 예상치 않은 곳을 발견하게 된답니다. 


그날은 스페인 발렌시아의 중국인 거리를 걷다 중국인 거리 사이에 희한하게 생긴 서점이 있었던 것이지요. 

저 서점은 무엇일까? 우리 부부는 궁금하여 그 서점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호기심은 고양이를 죽인다.'는 스페인 속담이 있는데 호기심에 이끌려 들어갔답니다.) 


앗! 이런 곳에 러시아 책을 파는 서점이?! 


아니, 전혀 어울리지 않는 스페인에서, 그것도 중국인 거리에서, 그 한복판에 러시아 서점이? 누가 러시아 책을 사기라도 할까? 


아니나 다를까, 이곳은 스페인 체류 중인 러시아 사람에게 책을 판매하는 서점이었습니다. 

그런데 러시아 인이 몰려드는 저녁 시간이 되자, 이 서점 한 책장이 스르륵 열리면서 뒷방에 무엇인가 잔뜩 널어놓고 팔고 있었습니다. 헉? 이것은!!! 서점 뒤쪽으로 돌아가자 아니, 이럴 수가! 러시아에서 온 물건들이 진열장에 쭈욱......! 판매되고 있었습니다. 러시안 인형에서부터 보드카까지...... 



그중 제 시선을 한 번에 사로잡은 것이 있었는데...... 바로 고등어였습니다! 고등어다!



가까이 가서 보니 이것은 자반 고등어였어요! 

남편, 자반 고등어야! 얼렁 사자. 그래서 그날 맛본 그 자반 고등어는 자반 고등어가 아니라 러시아식 훈제 자반 고등어였답니다. 그래도 이게 뭐야? 횡재했네! 남편과 저는 덩실덩실 춤을 췄지요. 


그렇게 우리는 스페인 고산에 이사와 발렌시아 도시에 갈 때마다 한국의 자반 고등어 생각에 러시아 가게에 들어가 불법으로 훈제 고등어를 사옵니다. 아무래도 그곳은 합법이 아닌 가게 같았거든요. 러시아인 상대로 파는 현지에서 수입한 물건들이었지요. 


이렇게 오늘도 스페인 남편, 산똘님은 발렌시아에 다녀올 때마다 그곳에서 훈제 고등어를 사왔습니다. 


책장 뒤로 몰래 들어가 한 손씩 사오는 남편입니다. 


그 훈제 고등어 요리법도 모르면서 우리는 그냥 구워댑니다. 

흰밥에 고등어 한 점 떼서 먹으려는 심산으로 말이지요. ^^




러시아 훈제 고등어야, 미안하다! 우리는 러시아식 요리법은 모른단단다. 

대신 한국식으로 잘라 고등어 자반 구이를 한단다. 



발렌시아에서 구입해온 러시아산 훈제 고등어입니다. 


한국의 자반 고등어가 생각 나서 다른 요리법은 살펴볼 생각도 하지 않았지요. 


한국식으로 잘라 이렇게 프라이팬에 기름을 약간 두르고 굽기 시작합니다. 

죄송합니다. 러시아산 훈제 고등어는 이미 훈제가 되어 구울 필요가 없다고 하던데...... 


산똘님은, "그냥 구워주는 것이 상책이야. 우리가 러시아 밀수입 생선을 먹는 이상, 잘 구워줘야 할걸!"


남편이 말한 것처럼 우린 이 고등어를 잘 구워줍니다. 

그런데 이상 현상이?! 이 고등어는 훈제되어 껍질이 아주 딱딱하여 부드럽지가 않아요. 

일단은 구워주면 안 되는데 구웠으니 이렇게 뒤집어지고 난리랍니다. 


이 고등어는 오징어도 아닌데 이렇게 크게 뒤집어졌어요. ㅠ,ㅠ

산똘님, 옆에서 큰 소리로

"괜찮아! 맛은 똑같으니까! 그냥 구워줘!"


자, 다 구워진 러시아산 훈제 고등어입니다. 

모양새가 엉망입니다. 

그래도 맛있다면서 우리 식구는 아주 맛있게 먹었답니다. 


구워지자마자, 밥이 식탁에 오르기도 전에 한 입 먹어봅니다. 

아이고! 이 맛이야! 그렇게나 그리운 한국의 자반 고등어 맛!

사실은 이 훈제 고등어 엄청나게 짜답니다. 

또한, 훈제라 훈제 맛이 나고요. 

그러나 우리는 세뇌를 단단히 하여 한국식으로 이 고등어를 먹습니다. 


이 한술을 떠먹기 위해 우리는 얼마나 많은 일을 저질렀던가?! 


스페인 고산에서 자반 고등어가 생각나면 우리는 이렇게 러시아 서점에서 

몰래, 훈제 고등어를 사옵니다. ㅠ,ㅠ;

그리고 이렇게 맛난 고등어구이를 하지요! 



여러분, 즐거운 날들 되시고요....


러시아산 훈제 고등어의 이야기가 재미있으셨다면 

응원의 공감 꾸욱 부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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