뜸한 일기/먹거리

한국 냄새 솔솔 풍기는 스페인 고산의 김장(?)하는 날

산들무지개 2017. 12. 12.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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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를 제대로 만들 줄 모르지만, 그래도 나만의 방식으로 김치를 담그니 제게는 소중한 나만의 레시피가 된 김치 담그기. 해외 생활을 시작하면서 스스로 김치 만드는 방식을 터득해나갔는데요, 그래서 이 김치는 개별화된 맛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요즘은 세월이 좋아져서 어디서든 한국 재료를 구할 수 있다고는 하지만, 제가 사는 해발 1,200m 스페인 고산에서는 인터넷 주문 외에는 좀 어렵답니다. 대도시에 가야지만 한국 재료를 구할 수 있는 아시아 마트가 몇몇 있기도 하지요. 운이 좋으면 한국 식품을 살 수도 있고, 운이 나쁘면 비슷한 일본 제품이나 동남아 제품을 쓸 수밖에 없답니다. ^^ 그래도 물건을 구할 수 있다는 사실에 얼마나 감사한지...... 아이들도 발렌시아에 가는 날이면 아시아 마트에 가자고 합니다. 

최근에 발렌시아에 다녀온 아빠가, (뜬금없이 산똘님 또 수제 맥주 대회에서 상 받았어요~ 상 받으러 다녀온 날) 기분이 참 좋았는지 아시아 마트에서 무랑 생강, 부추, 배추 5포기를 사 왔습니다. 얏호~! 여기서 절대로 구할 수 없는 식재료이지요. ^^; 어떤 분은 스페인 고산 텃밭에서 재배해보라고 하시지만, 여기는 잘 관리하지 않으면 안 되는 특별한 고산 기후로 제대로 못 자라고 꽃대를 키우기 때문에 조금 어렵습니다. 성장 속도가 아주 짧은 빨강 무나 열무는 가능하지만, 포기 배추는 좀...... ㅜㅜ 물도 없는 이곳에서...... ㅜㅜ 그리고 경험해보니 배추 재배하기가 정말 어렵더라고요. 이 고산 기후로는...... 그냥 겉절이 배추 기르기는 게 낫겠어요. 

욕심 같아서는 20포기, 50포기라도 하고 싶었던 김장. 그런데 5포기 김장(?)을 하기로 했습니다. 여러분 보시기에는 김장 같지 않은 김치 담그기이지만, 제 마음은 김장이었습니다. 이 정도면 그래도 한두 달은 먹겠다 싶은 게 말이지요. 

게다가 요즘 배추 가격이 너무 저렴해졌어요. 역시나 발렌시아도 배추 시즌인가 봅니다. 1포기가 1.40유로를 왔다 갔다 했으니 좀 싸다고 느껴졌습니다. (1유로는 약 1300원 정도)

대박! 가격도 저렴하여 조금 더 했으면 마음은 욕심을 부렸지만, 제대로 된 용기도 없고, 5포기가 딱 적당했습니다. 아이들도 아직 어리고......! 하지만, 아이들도 김치를 너무너무 좋아하지요. 이번에 하기도 전에 김치 달라고 성화였네요. 사실, 김치 안 먹은 지 거의 한 달은 넘거든요. ^^;

소금물에 절인 배추를 꺼내어 이제 슬슬 김치를 담가볼까? 하고 커피를 마십니다. 하하하! 김치 담그는 일도 집중을 요구하기에......

 

제가 스페인에 처음 와 살 때는 아시아 마트도 없던 시절, 아니, 있어도 물건이 풍부하지 않던 시절, 불굴의 한국인들은 김치 담글 때 넣을 액젓이 없어 올리브 절임에 있던 국물을 넣어 사용했답니다. 특히, 안초비 올리브 열매 절임에 있는 국물을 말이지요. 그게~ 비슷한 맛을 내주니 말이지요. 

요즘에도 한국 액젓을 구할 수 없지만, 저는 태국의 피시 소스를 사용하여 김치를 담근답니다. 다행이다~ 이 피시 소스라도 있으니...... 

 

마늘, 양파, 생강을 넣고 다져줍니다. 요즘은 또 좋아져 다져주는 기계가 있으니 얼마나 일이 쉽게 될까요? ^^;

부추와 무, 당근을 썰어 김치속재료를 만듭니다. 아이들도 먹기 때문에 자극적이지 않게 만들지요. 

 

재미있게도 저깔끔하고 풋풋한 배추 냄새가 나는 김치를 더 좋아하여 풀을 넣지 않습니다. 그래서 좀 없어(?) 보일 수도 있는데 그래도 좋습니다. 

아이들을 위해 백김치 두 포기, 우리 부부는 매운 김치 3포기로 갈라 만들었습니다. 아이들 김치를 먼저 담그고요. 사실, 엄마가 백김치 광입니다!!! ^^; 

 

그리고 우리 부부를 위한 매운 김치를 담갔습니다. 한국에서 보내준 친정 엄마표 고춧가루~! 정말 잘 사용하고 있답니다. 마을 냉동실에 보관하고 필요할 때마다 꺼내먹는데 우와~ 정말 맵고 맛있어요!!! 

짜잔~! 깨끗한 유리병에 담으면 끝! 이게 우리 집 김장(?)이 끝났습니다. 

산똘님은 이때 맥주를 만들고 있었는데요, 집 안팎을 왔다 갔다하면서 코로 냄새를 킁킁 맡으면서 하는 말이, 

"우와~!!! 한국의 냄새가 난다! 아흐~! 좋다!!!" 그럽니다. 

생강, 마늘, 양파, 고춧가루 냄새가 한데 어우러져 섞이면 나는 냄새를 맡으면서 그러네요. 

그래서 이날은 한식을 먹었습니다. 

"우와~! 김치 너무 맛있다!!! 환상적이야. 바로 이게 한국의 맛이지!" 

기분이 좋아진 남편이 연신 감탄을 했습니다. 정말 한국의 맛이 날까? 저는 내심 걱정이 된 날이기도 하고요.

바로 만든 김치를 옛날 우리 친정엄마가 해주시던 방식대로 조금 더 다져 참기름으로 버무려 주니 아이들도 좋아하네요. 맵지만 맛있다면서 정말 밥도둑 역할을 든든히 했네요. 조금 꺼냈는데 더 달라고 하는 아이들 덕에 더 만들어 더 먹었던 날이었습니다. 그리고 아이들도 신기하게 한국을 느끼는 시간이었습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 블로그에서는 하지 않은 맘껏 수다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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