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은 매운 거 다 잘 먹는다고 착각하는 스페인 친구들
소소한 생각

며칠 전 스페인 남편인 산똘님이 수제 맥주 대회에 나갔다가 가져온 물건은 상장과 상품 만이 아니었습니다. 공교롭게도 가져온 물건은 여러 종류의 고추였습니다. ㅠ,ㅠ 아니, 왜 고추를? 

남편이 속해있는 수제 맥주 협회 친구들은 제가 한국인이라 매운 것을 아주 좋아할 것이라 착각(?)하고 나름대로 챙겨준 물건이지요. 

"자네 아내 산들무지개가 엄청나게 좋아할 거야!" 하고 나름대로 절 생각하여 챙겨준 친구들의 성의(?)이기도 합니다. 다름 아니라 우리 집에서 주말 모임을 계획할 때 다들 제가 한 음식과 고춧가루, 고추장을 먹어봤기에 이렇게 각각의 친구들 집에서 기르는 고추를 가져와 보내준 것이지요. 

그런데 고추가 아주 생소한 것이라 봉지째 들고 다니는 게 아니라 한 개, 두 개로 가져 다니면서 맛을 보고 있습니다. 감히 먹어보면 난리가 날 것이고, 게다가 다들 키우는 고추는 음식용이 아닌, 관상용으로만 키우기에 감히 맛은 보지 않는답니다. 하지만, 산똘님은 한국산 장모님표 고춧가루로 걸쭉한 러시안 임페리얼 스타웃 맥주를 선보여 특별상까지 먹은 적이 있어 다들 고추에 관심을 끌게 되어 맛까지 보는 시도를 하게 된 것이지요. 


하지만!!! 그 고추가 저 고추가 아니야~!!!


산똘님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설명을 해줬다고 합니다. 

"있잖아. 한국 고추는 너희들이 생각하는 그런 고추가 아니야. 맵기는 하지만, 속까지 타는 그런 고추는 아니야. 입은 맵지만 속은 다른 고추와 비교하면 편안한 고추거든."

등급이 다르다고 그렇게 일렀건만, 스페인 사람들이 어디 매운 강도에 익숙한가요? 매운 것을 모르니 조금 매워도 맵고, 아주 매워도 매운~ 그런 기준만 있으면 매우면 다 맵다는 기준이지요. 

"그래도 산들무지개가 엄청나게 좋아할 거야."

하면서 챙겨줬다는데......! 그것도 스페인서도 구하기 어려운 이런 고추들을......!

사실, 저는 청양고추만 해도 매워서 잘 못 먹는 사람입니다. ㅜㅜ 

남편이 소중하게 가져온 휴지를 여는 순간, 코로 전해지는 이 매움은 차원이 다릅니다. 

"남편! 이거 뭐야? 왜 냄새만 맡았는데 코가 맵지? 싫어!" 

소리가 절로 나왔습니다. 이 사람들이 말이야, 매운 게 다 똑같이 매운 게 아니란 걸 모르는가 봐. 


▲ 스페인 친구들이 준비해줘서 정성스레(?) 싸가지고 온 고추들

세계 여행을 하면서 먹어본 음식 중에서 솔직히 한국 음식보다 매운 곳이 엄청나게 많았습니다. 태국이나, 인도, 파키스탄, 모로코, 튀니지 등 입에 댔다가 불이 활활 타오르는 신기한 경험까지 한 음식들이 있었는데요, 위의 고추는 그냥 냄새만 맡아도 코에서 불이 활활 타오르더라고요. 

아흐~~~! 저기 중간에 있는 조그만 녀석에서 나오는 그 냄새는 죽음 그 자체였습니다. 알고 보니 1994년에 세계에서 가장 매운 고추로 뽑힌 아바네로입니다. 아~~~ 다른 녀석들도 세계 10위권 안에 드는 매운 녀석들로 왼쪽 빨간 녀석이 졸키아과 같은데 미국 애들이 먹고 병원행했다는 녀석입니다. 아~~~ 무서워. 자고로 청량고추보다 88배나 맵다는...... ㅜㅜ

풋고추처럼 생긴 녀석은 할라페뇨, 동그랗게 생긴 녀석은 모르겠고요, 길쭉한 녀석은 아무래도 튀니지 등지에서 많이 먹는 하리싸과의 고추인 것 같습니다. 하리싸는 한국인인 제가 먹다가 신경질 내면서 먹지 않은 기억이 있어요. 튀니지에 놀러 갔을 때 아침 식사로 이 하리싸있는 수프를 시켰는데, 엄청나게 매워서 죽는 줄 알았던...... ㅜㅜ 그 후로, 하리싸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거부하고 있지요. 

아무튼, 위의 고추들은 청양고추보다 몇 배는 더 매운 세상에서 가장 매운 고추 중의 하나입니다. 아!!! 스페인 친구들 대단합니다. 이런 걸 각자의 집에서 가져와 맛볼 생각을 하다니......! 한국인 친구를 위해 이렇게 마음이 하나둘 모여 대단히 매운 고추를 수집하게 했네요. ^^; 

"고맙지만 사양하겠어~!" 소리가 절로 나온 이야기. 그래도 친구들은 다 이해합니다. 

매운 걸 맵다고 못 먹는 건 못 먹겠다고...... 

"맥주 담그고 싶은 사람들은 한국 고추를 사용해야 해." 조언을 해줬다는 사실. 

유럽에서는 한국인이 이런 고추는 다 먹는 줄 알지만, 나 같은 사람도 있다는 걸~ 

다 개인 취향임을 이번에 제대로 알게 해줬습니다. 

남편이 하는 말, 그날 한국 고춧가루 구해달라는 청탁이 왔을 정도였다네요. 자고로, 조금씩 뜯어먹은 고추 덕분에 많이들 얼굴에서 불이 올랐다고 전해지네요. 대단하다, 스페인 친구들. 난 먹을 생각도 안 들던데....... 그렇게 매운 걸 먹을 시도를 하다니, 역시 모르면 죄가 아니구나! 순진하게 한국인 친구 생각해서 관상용 고추를 따다가 선물(?)로 가져오다니...... 고마우면서도 짠하다란 소리가 절로 나왔다는 뒷이야기가 전해집니다.

12월의 남은 날들 다들 즐겁게 보람차게 보내세요!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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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rom 2017.12.16 02:10 신고 URL EDIT REPLY
한국의 고추는 매운맛+단맛
기타 동남아나 멕시칸 고추는 매운맛+쓴맛

이렇게 차이가 난다고 하네요.

저도 각각 먹어봤지만 한국 고추가 달아요 진짜.
BlogIcon 산들이 산들무지개 | 2017.12.16 02:12 신고 URL EDIT
그쵸? 저도 한국 고추만큼 편안한 매운 고추는 별로 못 먹어봤어요. 어떤 고추는 전혀 맵지 않고, 어떤 고추는 너무 맵고...... 한국 고추가 적당히 맵고 가장 적당한 것 같기도 하다는......
BlogIcon 프라우지니 2017.12.16 02:32 신고 URL EDIT REPLY
하바네로가 얼마나 매운지 그걸 먹고 우는 사람들을 TV에서 본적이 있었습니다.
이런 종류의 고추들이 남미에서만 나는줄 알았는데, 스페인에서도 구하기 쉬운 모양입니다.^^
BlogIcon 산들이 산들무지개 | 2017.12.16 02:40 신고 URL EDIT
코로 냄새만 맡았는데에도 정말 맵더라고요. 절대로 먹어보고 싶지 않은 고추랍니다. 스페인에서도 구하기 어려운 고추입니다. 특별한 채소를 파는 유기농 가게에나 있으려나...... 저 고추들은 친구들이 집에서 관상용으로 기르는 고추들이라 더 의미가 있었지요. ^^
2017.12.16 04:02 URL EDIT REPLY
비밀댓글입니다
BlogIcon 산들이 산들무지개 | 2017.12.17 00:47 신고 URL EDIT
그렇죠? 저도 세계를 여행하면서 먹어본 고추와 한국 고추 비교하니 정말 매운 고추가 아니었어요.
오히려 먹기 편한 고추였는데......
요즘은 정말 고추가 더 매워진 것 같아요.
엣날에 먹던 고추보다 더 매운 고추와 고추 기름이 생겨나 갈 때마다 깜짝 놀라고 매워 죽는 줄 안답니다. ^^;

열대지방 고추는 확실히 더 매운 것 같아요. 저도 관상용으로 페킨이라는 고추를 키웠는데 먹을 생각을 절대로 못했습니다. ^^

오늘도 신기한 이야기 정말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maison 2017.12.16 04:08 신고 URL EDIT REPLY
저도 매운것 무지하게 싫어합니다. 위가 건강하지 못한 탓도 있고요...
하지만 한국음식은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점점 더....매워지고 있습니다.ㅠ
제가 독거노인임에도 요리실력과 관심이 없어 거의 외식에 의존하는데...어느 식당을 가도 고춧가루 듬뿍듬뿍 쏟아붓는 수준의 음식들이라 빨간 음식색깔 보자마자 토하고 싶을만큼 혐오스러울때도 많아요.ㅠ
식당 주인들은 고춧가루 쏟아부어야 제대로 된 맛이 난다고 믿나봐요. 정말 싫어요....
담백한 음식, 파는 식당 좀 찾고 싶어요....제발....
식당도, 배달음식도 모두 모두 누가누가 더 새빨간가...더 매운가....경쟁하듯....
의사들은 매운음식은 사실 맛이 아니라 통증이라고들 하던데....한국에 살면서도 한국음식때문에 걱정이에요. 늘~~
BlogIcon 산들이 산들무지개 | 2017.12.17 00:49 신고 URL EDIT
맞아요. 한국 갈 때마다 느끼는 게 음식이 점점 매워지고, 점점 자극적이 되어가는 게 느껴져요. 특히 서민 음식이 말이에요.
좀 비싼 음식은 그 재료 고유의 음식맛이 느껴지는데 어찌 착한 식당이라고 가격이 저렴한 곳은 이렇게 자극적이 되어가는지...... ㅜㅜ 좀 놀랐답니다.
사찰음식을 하는 식당이 오히려 더 맛있고, 맵지도 않고, 좋더라고요. 근데 가격이......
아무쪼록 masion님 주변에 좋은 맛난 식당 많았으면 좋겠네요.
즐거운 주말 되세요.
쇠뭉치 2017.12.16 10:07 신고 URL EDIT REPLY
산들 무지개님!
산똘님은 정말 맥주 만드시는 전문가 이신가 봐요.
또 상을 받으셨다고요. 축하 축하드립니다.
또한 산똘님에게 친구들이 여러 고추를 보내주셨다는 것은
산똘님 친구들에게 산들님이 얼마나 좋은 분으로, 좋은 아내로 보였나 하는 반증으로 봅니다.
산들님 이야기를 접할 때마다 참으로 부러운 가정이구나 하는 생각으로 부러움을 느낍니다.
산드라는 할머니 할아버지와 즐거운 여행 다녀왔겠네요.
이젠 누리아 사라와 함께 세 자매가 크리스마스 파티 준비에 열중하고 있을 모습이 보이네요.
예쁜 아이들 보고싶어요. 올해도 동영상 올려주세요.
BlogIcon 산들이 산들무지개 | 2017.12.17 00:50 신고 URL EDIT
고맙습니다.
산똘님 이제 수제맥주전문가 맞습니다. ^^
그나저나 좋게 보였다기 보다는 정말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친구 혹은 사회집단이기에 서로서로 챙겨주는 분위기가 강합니다.
스페인 사람들은 한국인이 생각하는 이상으로 유대관계가 강하거든요. ^^
미나리 2017.12.16 14:04 신고 URL EDIT REPLY
ㅋㅎㅎ 넘넘 재미있어요~~!!
그래도 고추를 친구 생각해서 가져오신 그 마음씨가 참 예쁘네요~정다운 모습입니다^^
BlogIcon 산들이 산들무지개 | 2017.12.17 00:52 신고 URL EDIT
미나리님, 이렇게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저도 기쁘고 즐겁네요. ^^
재미있는 글 쓰도록 항상 노력하지요.
즐거운 주말 되세요.
Super S 2017.12.19 20:29 신고 URL EDIT REPLY
딱 봐도 너무 매워보이네요! 특히 가운데 동그란 거 잘라진 거는 눈으로만 봐도 넘 매워보이는데 청양고추 88배로 맵다니까 정말 헬이예요 T.T 저도 청양고추도 너무 매워서 못 먹는데.. 한국인이라고 다 매운 거 잘 먹는 것도 아니죠! 저도 홈브루 하는데 산똘님 수제 맥주로 승승장구하시니 정말 멋지시고 보기 좋네요~ 고추가루 넣은 맥주로도 멋진 맛을 내셨다니 정말 대단해요!
BlogIcon 산들이 산들무지개 | 2017.12.20 22:08 신고 URL EDIT
오, 저도 만나서 반가워요. ^^*
그러게 정말 매운 고추는 한눈에 딱 알아보시는군요. 저는 시도할 생각은 전혀 없었답니다. ^^*
수제맥주를 만드신다고요? 넘 반가워요.
남편이 임페리얼 스타웃에 고춧가루 조금 넣었는데 다른 재료와 섞여서 오묘한 맛이 나와 참 맛있었답니다. ^^
Super S님 오늘도 보람 가득한 날 되세요.
BlogIcon 탑스카이 2017.12.24 09:27 신고 URL EDIT REPLY
하라페뇨 에 하바네로면 고단자용인디용??!!
ㅎㅎ
그래도 챙겨준 친구들 맘이 예뻐요 ^•^
지나가다 2017.12.28 15:37 신고 URL EDIT REPLY
동그란 고추는 chiltepe?라는 것과 비슷해보입니다
어휴 저는 매운거 전혀 못 먹어서 보기만 해도 아찔한 고추들이네요 ㅎㅎ
임페리얼스타우트에 한국고추가루를 조금 넣으셨다니 풍미가 뭔가 상쾌해졌을거 같아요
궁금합니다 언젠가는 먹고말거야 치토스(이것도 이제는 알면 나이 많은것같습니다만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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