뜸한 일기/가족

스페인 남편이 한글 배우며 깜짝 놀란 일

산들무지개 2018. 1. 10. 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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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눈 소식에 해발 1,200m 스페인 고산은 하얀 설경을 맞이하게 되었답니다. 우와~! 눈이다! 드디어 물이구나! 하면서 제가 아주 좋아했는데요, 스페인 남편인 산똘님은 글쎄, #눈사태 #폭설 #고립 걱정만 잔뜩 했다고 하네요. 

천진난만하게 좋아한 제게 티는 내지 않았지만, 남편은 혹시 고립되지 않을까 속으로 무지 걱정을 했다고 합니다. 자고로, 비상식량이 거의 바닥나고 있었거든요. 아~~~ 역시, 이 스페인 고산은 비상식량이 꼭 있어야 하는 식량이 되고 맙니다. 

그래서 어제 비상식량을 구입하러 도시 마트에 나가 원 없이 구입해왔네요. 


"아휴~! 다행이다. 우리 한국인 아내가 걱정할 일이 사라졌어. 자! 쌀 다섯 가마니!" 하고 농담을 합니다. 

요즘 이 산또르님이 한국어 배우기에 열중하고 있는데요, 되도록이면 매일 배우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제 제게 그럽니다. 

"왜, 한국 여자들은 애교로 '오빠~' 이런 소릴 하지? '오빠'하면 공짜로 밥도 사준다며?"

에잉?! 이것은 뭔 소리인가요? 설마?! 

오빠?!!

남편이 한글을 배우는 동영상 강의에서 그랬다네요. 한국에서 한국 남자들한테 '오빠~'하고 애교 떨면 밥과 차를 사준다고...... ㅠㅠ 에고고...... 이거 너무 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잠깐 들었습니다. 한국 여자들이 이렇게 그려지니 말이지요. 요즘은 시대가 변하여 각각 분담하지 않나...... 속으로 생각하게 되었죠. 멋진 예도 많을 텐데 굳이 이런 모습을????

남편은 왜 이런 애교를 해서 거저 먹어야 하는지 이해를 못 하겠다는 거죠. 오빠 단어 하나가 뭐기에? 그래서 자세히 한국 사람으로 설명을 해줘야했습니다. 물론, 좋게 설명해줬습니다. ^^

사실, 페미니즘은 여성우월주의가 아닌 남성 = 여성이 함께 동등한 사람이다, 라고 하는 여성주의인데요, 사실, 우리나라 여성도 많이 변했다지만, 여성들이 스스로 하지 않아도 될 행동으로 오해를 사기도 한답니다. 아니면, 한국 남성이 좋아하는 여성상이 이렇게 여성적이고 애교적이어야 한다는 말이기도 하고요. 

제가 친정엄마한테 "아침에 남편 밥 차려주지 않는다"라고 고백한 적이 있어요. 우리 엄마는 나쁜 아내라고 절 야단을 쳤지요. 물론, 엄마의 마음을 모를 리가 없지요. 다~ 남편에게 잘하란 조언의 말씀이셨죠. 엄마는 그렇게 살아오셨으니 말입니다. 


아니, 아침에 출근하는 남편 밥 좀 단단히 차려주지~ 하고...... 


그런데 아침을 간단히 먹는 스페인 사정상, 남편은 혼자서도 충분히 자기 밥을 챙겨 먹을 수 있답니다. 오히려, "더 잘 수 있는 사람은 더 자야지. 나 때문에 밥하러 일어나는 게 좀 그렇네...... 아이들도 나중에 챙겨야 할 사람이니 푹 자야지~" 그랬습니다. 저는 친정엄마에게는 나쁜 아내가 되었지만, 남편에게는 그렇게 나쁘게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게 가장 중요한 포인트이지요. 

또 바람막이 고어텍스의 남편 옷이 약간 지저분한 모습을 보고 절 또 꾸짖었어요. "넌, 왜 남편 옷 좀 깨끗이 빨아주지~!" 하고...... 물론, 남편에게 잘하란 엄마의 마음이시겠지만...... 이 말을 남편에게 했더니......


괜찮아요. 제가 옷이 어느 정도 더러워지면 빨 생각이었어요. 

이 재질은 특별하여 함부로 빨면 안 되기 때문이에요, 라고 마무리를 했죠.  


여러분은 이 남자가 서양인이라 이런 생각을 한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어요. 하지만, 자기 일로 규정하는 가사분담은 문화를 초월하여 이렇게 자연스럽게 흘러나온답니다. 요즘 한국의 부부도 얼마나 잘 하는데요?!!!  

"가끔 한국 여자들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많아." 이렇게 얘기하는 남편. "나도 알아요. 문화가 다른데 어떻게 똑같을 수 있을까요?" 하지만, 여성 스스로 수동적으로 되어가는 분위기, 혹은 남자에게 기대려는 분위기는 남편에게 놀랄 일이라고 합니다. 

전에 만난 한국 커플은 어린 여성이 남자를 위해 생선 가시까지 발라주는 모습이 참~ 그 모습을 지켜보는 남자는 흐뭇하게 받아먹기만 하고요. 그 모습을 지켜보는 우리 부부는 안타깝기만 했습니다. 

"이 남자는 제가 생선 가시를 바르지 않으면 먹지 않아요." 말해준 아가씨는...... ㅜㅜ 커플 개인사에 참견하면 실례이니 우리는 입을 다물었지요. 우리가 옳지도 않고 그들이 그르지도 않다는 상대적인 존중 때문에 말입니다. 절대로 편협한 시각이 아님을 여기서 밝힙니다. 커플 사이의 일은 그 사람들만 안다고 하잖아요? 하지만, 외부에서 보여지는 시선은 수동적이고 말 잘 듣는 아내로 보여진 것은 사실이지요. 

또 한번은 결혼한 친구가 그랬습니다. 

"나는 우리 아내가 우리 엄마한테 김치 만드는 법 좀 배웠으면 좋겠어. 우리 엄마 김치 참 맛있거든."

남편이 물었죠. 

"그러는 넌, 엄마 김치 만드는 법, 알아?"

"아니, 몰라."

"에이, 네가 먼저 배워야지. 왜 아내한테 배우라고 해?" 

물론 친구는 아내가 시어머니와 편한 관계로 만나 좋게 관계를 이어주고 싶다는 희망이었지만 말입니다. 물론, 한국인 입장에서는 이런 대화가 어쩌면 당연하게 느껴지기도 하겠지요. 정말 쉽지 않죠. 

하지만 스페인 사람인 남편의 입장에서는 아내에게 일 시키기 위해 배우라는 것과 같다는...... 좀 어렵죠? 서로가 괜찮다는데 이 사람 눈에는 그렇게 보이니 말입니다. 

그렇다고 우리 부부도 완벽한 가사 분담을 하는 것은 아니랍니다. 단지, 그런 인식을 하자고 서로에게 자극을 주지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내 일이라고 생각하면 모든 게 다 우리의 분담이 된답니다. 이런 일에 조금 깨어있자고, 의식에 눈을 뜨자고......! 

그까짓 '오빠'라는 단어 하나로 이렇게 여기까지 왔네요. 

앗! 한글 배우면서 이런 문화적인 소소한 내용에 놀란 남편, 제가 좀 설명을 장황하게 해줘야 했습니다. '오빠~'하며 애교 떠는 한국 여성상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남편에게 그날의 한글 강의는 좀 부적절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외국인에게 하는 한글 강의는 좀 더 신중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문화가 다르니 말이지요. 

 오늘도 즐거운 하루~! 

같이 생각해보자고 쓴 글입니다. 쓴 소리로 들리지 않았으면 하네요.

♥ 블로그에서는 하지 않은 맘껏 수다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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