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생각

'전기담요' 때문에 스페인 남편과 실랑이 벌인 사연

산들무지개 2018. 1. 23. 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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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발 1,200m 스페인 고산, 우리의 [참나무집]에 오신 특별 손님 덕에 정말 꿈 같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 그런데 마침 비스타베야 고산평야는 자신의 위엄을 보여주기라도 하듯 바람을 거세게 불며 토해내고 있었지요. 


"아이고~! 왜 이리 바람이 많이 부는겨?!" 


인도 다람살라에서 31년을 살아오신 손님께서 안쓰럽게 말씀하셨답니다. 그러다 손님이 가져오신 선물 하나를 푸셨지요. 


"자! 이거 쓰랑께~, 무엇보다도 한국인은 몸이 따뜻혀야 해~!" 


"앗! 쓰님~ 괜찮습니다. (속으로는 엄청나게 좋아하면서) 여행 중이신데 따뜻하게 가지고 다니셔요~!" 


"아니여~! 한국인들은 어딜 가나 추우면 못 사니께, 어여 써~! 사실 티벳탄 어르신들께 공양하고 남은 거 하나 갖고 와부렸지~!" 


하하하! 우리 한국인들은 정말 천진하게 웃으면서 이런 이야기를 했지요. 




▲ 손님께서 선물해주신 1인용 전기방석이랍니다. 

물론, 추울 때는 담요로 변해 침대에 쏙 들어갈 수 있는 크기이고요. 

그런데 저 담요를 자유자재로 접을 수도 있다니 너무~ 놀랐어요. 

요즘 한국 물건이 이렇게 좋아졌구나 하고...... 아주 얇고 가볍고......

게다가 전자파가 없는 전기담요이며 전기도 아주 적게(50W) 잡아먹더라고요. 와우!!!

전기 열선이 아주 다른가 봐요.


이 겨울에 몸 따뜻하게 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정말 필요한 물품이지요. 그런데 저는 아직 전기담요 사용하지 않고 겨울을 나고 있답니다. 왜?! 바로 스페인 사람인 남편, 산똘님 때문에 전기담요를 펼 수가 없었던 것이지요. 


좀 웃긴 이야기이지만, 사연이 있답니다. 


사실은 신혼 초에 제가 2인용 전기담요를 샀는데요, 이걸 사용한 적이 딱 세 번밖에 없음을 고백합니다. ㅜ,ㅜ 



위의 글을 읽어 보시면 남편이 한국 온돌방에서 된통 당한 이야기가 있는데요, 온돌을 무지무지 좋아하지만, 평생을 따뜻한 지중해 해변 도시인 발렌시아에서 살아온 사람에게는 이 온돌은 혹독하다는 겁니다. 무지 따뜻해서 말이지요. 



▲ 외국인이라고 그래도 두툼한 요와 이불을 주셨는데...... 

바닥이 아주 따뜻한 온돌이었지요.


사실, 발렌시아는 난방 시설이 없을 만큼 온화한 곳이지요. 물론, 그래서 더 춥기도 하다는 함정이...... ^^; 

평생 침대에서 그냥 이불만 덮고 산 사람이 한국처럼 특이하게 따뜻한 온돌과 따뜻한 장판에서 자고 났으니, 깜짝 놀란 것이지요. 심지어 이런 말도 했답니다! 


"아니, 잠자는데 더 따뜻할 필요가 있을까? 

실내 기온이 조금 내려가도 사람은 자는 데 문제가 없는데......! 

왜 따뜻한 게 필요하지?"


하하하! 평생 온돌이라는 걸 모르는 사람이 한 소리이지요. 그러다 온돌방에서 자고 난 후 반응이......



"몸이 너무 찌뿌둥해. 누구한테 얻어맞은 것처럼......!" 


앗! 그럴 수도 있구나. 싶었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온돌에 몸 지지고 나면 개운해진다'는 말이 있는데 이 스페인 남자에게는 통하지 않았으니까요. 그런데도 가끔 겨울에 한국을 그리워하는 분위기가 생기면 저는 이 2인용 전기담요를 침대에 폈습니다. 


처음에는 따뜻한 침대에 들어가 잔다는 게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네요. 


"아~~~ 침대가 정말 따뜻해서 너무 좋다!!!" 


하지만, 남편의 몸속 유전자는 이 따뜻함을 철저하게 거부했습니다. 자다가 벌떡 일어나기를 반복, 너무 따뜻하여 몸에 열이 나서 잠을 잘 수가 없다고......! 저는 두 눈 가늘게 뜨고 "뭐야? 이 담요를 거부하는 거야?"란 눈초리로 쏘아봤죠. 


"아니, 아니...... 있잖아. 정말 너무~ 따뜻해서 잘 수가 없어서 그래. 

그냥, 우리 자기 전에 따뜻하게 한 시간만 틀어놓으면 안 될까?" 


아!!! 처음에 좋다고 하더니 이렇게 마음 변해? 약간 심술이 났지만, 이내 이 사람이 스페인 사람이고, 이런 문화가 없으니 생소하여 그렇구나 싶었습니다. 


실제로 스페인에서는 이 전기 담요가 따뜻하게 침대를 데우기 위해 사용하는 게 아닌, 

마사지처럼 의료용으로 쓰이더라고요. 한국에서는 펼쳐놓고 잔다고 하면 다들 난리가 납니다. 


아니! 그렇게 오래 틀어놓고 자도 돼? 하면서...... 

(물론 전자파 때문에 나쁘다는 인식이 강하기도 하지만, 

요즘은 전자파 없는 다양한 매트가 한국에 있어서 다들 요령껏 잘 알아서 겨울을 나잖아요?)


보통 이곳에서는 많아 봤자 30분 정도가 마사지하기에 적절하다고 하는데 말이지요. 


그래서 남편 말대로 자기 전에 한 시간 틀어놨더니 또 무지하게 좋아하는 겁니다. 

하지만, 잠자는데 너무 따뜻해 잘 수가 없다는 말만 되돌아올 뿐...... 하하하! 


"너무 따뜻해서 잠을 잘 수가 없어~ ㅠㅠ" 


"그럼! 내가 이 2인용 전기담요를 반으로 잘라서 써? 

내 쪽에 걸쳐서 펼쳐놓고 잘 수도 없고......!" 


결국은 마음 넓은(?) 제가 아량을 보여 사용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ㅜ,ㅜ 아까운 그 2인용 전기담요를......! 결국 근처에서 유학하는 한국인 학생에게 선물했지요. 하하하! 그러다, 이번에 오신 손님 덕에 "우와! 1인 용이니 내가 다 차지할 수 있겠구나!" 노래를 부르게 되었지요. 


그 모습을 본 남편도 씨익 웃으면서......! 


"당신이 좋아하니, 나도 기쁘오~!" 


푸하하하! 그러게 말이에요. 아무리 좋은 한국 문화라고 해도, 자신에게 경험이 없으니 그걸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지요. 남편은 안타까운 심정으로 저를 부러워하더라고요. ^^ 자신도 그 즐거움을 알고 싶은데, 자기 몸이 받아들이질 않는다며...... 



"남편이 아직 한국의 추운 겨울에 살아보지 않아서 이런 말이 나올거야. 유리창에도 성에 끼는 한국에서 살다 보면 좀 괜찮아지지 않을까?" 이런 말을 해보았지만...... 아무래도 스페인 사람인 이 남자의 몸속 유전자가 결정할 일인 것 같습니다. ^^



그럼 우리 집의 난방은? 바로 장작 난로입니다. 그걸 위해 나무를 많이 패고 날라야 하지요. ^^*


여러분,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 블로그에서는 하지 않은 맘껏 수다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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