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학교에 아이가 '주먹밥' 싸간 이유
뜸한 일기/아이

아침에 깨우지도 않았는데 아이가 부산하게 일어나 앞치마를 허리에 두릅니다. 


"오~~~ 우리 아이가 이렇게 일찍 일어났네!"


다름 아니라 아이는 오늘 학교에서 발표할 음식을 위해 자신이 직접 요리하고자 일어난 것이지요. 


자신이 제일 좋아하는 음식 중 하나인 '주먹밥'을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동네 아이들에게 이 주먹밥을 소개하기 위해 어젯밤부터 설쳤습니다. 사실, 가끔 우리 아이는 엄마한테 간식으로 주먹밥 싸달라고 요청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간식 시간 맞춰 주먹밥 싸간 적이 여러 번 있는데, 그럴 때마다 동네 아이들은 어떻게 만들었냐고 궁금해한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아이들에게 시식도 시켜주고 싶었는지 자기 반 아이들 수에 맞게 주먹밥을 해갔습니다. 


아쉽게도 재료가 없어서 채소로만 했는데, 다음에는 김도 넣어 더 맛있는 주먹밥을 만들겠다고 아이는 다짐을 했죠. 건강한 채소볶음에 유기농 깨, 소금, 참기름만 넣은 이 주먹밥을 그렇게 맛있다고 하네요. 


 

 


결국, 아직 만8세인 아이에게는 채소 썰기와 밥하기가 어려워 제가 다하게 되었지만 말이지요. 채소를 볶아서 밥에 넣어 동그랗게 만드는 일은 아이의 몫이었습니다. ^^*



물론 재료가 없어서...... 해발 1,200m의 스페인 고산평야에서 한국 재료 구할 때가 없으니...... ㅜ.ㅜ;


아이들은 어서 도시에 나가 한국 재료 구해오자고 난리이거나 온라인으로 한국 재료 한번 사자고 조르고 있습니다. 뭘 사자고 할까요? 


큰 아이는 떡볶이용 떡 사자고 하고, 작은 아이들은 김, 아빠는 깻잎 통조림...... 엄마는? 참기름.......

하하하! 시간 나고 기회가 되면 빨랑 사야겠어요. 


재료가 부족해 삶은 달걀도 넣었고요, 오이 피클도 넣었더니 상큼하니 맛있었네요. 아이는 일부러 랩에 싸서 아이들에게 하는 방법도 알려준다네요. 동그랗게 손으로 만들어도 되지만, 랩으로 하면 더 쉽다는 것도 가르쳐주려고 말입니다. 

 


이제 수업시간. 준비해간 자료를 발표할 시간이네요. 아이는 김이 있었다면 참 좋았겠는데 안타까워하지만 한국 음식을 동네 아이들에게 소개해 줄 수 있어 무척 기뻐합니다. 요즘 설탕과의 전쟁을 선포한 학교에서 건강한 음식이라고 아이들에게 소개하는 저 만8세 아이는 기쁨 가득이네요. 


"소풍 갈 때 싸가면 아주 좋은 음식이에요. 한국에서는 옛날에 밭일하거나 어디 갈 때 싸가던 음식이라고 해요. 각종 채소와 김, 깨, 소금을 넣으면 아주 맛있는 밥이 돼요. 햄을 잘라 넣어도 되고요, 원하는 재료를 잘게 잘라 다양하게 만들어 먹을 수 있는 만능 요리예요." 


종알종알 발표하는 모습 보니, 우리 딸도 점점 식성이 바뀌며 커간다는 느낌을 많이 받은 날이네요. 위의 음식 정보는 아이가 직접 찾아서 발표한 것이랍니다. 제가 도와준 건 채소 썰기와 밥 짓기 밖에 없었는데...... 


기특하다~! 다음에 꼭 원하는 한식재료 사줘야겠어요. 


오늘도 즐거운 하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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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식물 2018.02.01 23:04 신고 URL EDIT REPLY
어머나....산똘님께서 깻잎통조림을 좋아하신다구요? 외국인 입맛엔 낯설 수도 있다는데....근데 깻잎 재배가 그 곳에선 불가능할까요? 가능하다면 산들님이 직접 소금물 붓고 절이셔서 조리하셔도 될텐데....어쩌면 1년 내내 먹을 수도 있구요 ㅎ
BlogIcon 산들이 산들무지개 | 2018.02.02 22:52 신고 URL EDIT
여기가 건조한 고산기후라 재배가 제대로 되지 않습니다. 시도해봤어요. ^^;
스페인 사람들이 이런 음식맛에 대단히 개방적이라 그런지는 몰라도 이 깻잎 많이들 좋아하더라고요. ^^
자유 2018.02.01 23:24 신고 URL EDIT REPLY
산똘님이 깻잎 좋아하신다니 놀랍네요.한국인 중에 깻잎 향을 싫어하는 사람도 있는데 말이죠.한국의 허브 깻잎을 유럽 여행시 양념해서 갖고갔더니 인기짱이었지요.여럿이 나누어 먹느라 모자라서 담에는 두배로 해 갈 생각입니다.
BlogIcon 산들이 산들무지개 | 2018.02.02 22:53 신고 URL EDIT
오~ 한국인도 싫어하는 사람이 있다고요? 아...... 저도 무지 먹고 싶어요. ^^ 유럽인들이 의외로 좋아하나 보네요? ^^ 그러게 우리 집에 오신다면 우리도 부탁해요. ^^*
키드 2018.02.02 01:44 신고 URL EDIT REPLY
스스로 과제를 찾아 해보려는 마음이 대견하네요~~반아이들과 나누어 먹는다는 그 마음도 기특해요~아이를 키우면서 문득문득 이럴때 아이들이 커가는걸 느끼겠더라구요.울집 큰아이 토론과제 글 쓴다고 새벽에 일어나서 정리하는것보고 속으로 깜짝 놀란 경험이 있습니다.이렇게 커가는구나~~멀리 타국에 계시니 한국음식 많이 그립겠어요.산똘님의 깻잎 반전이여요~~^^
그 맛을 아시다니~~~
BlogIcon 산들이 산들무지개 | 2018.02.02 22:54 신고 URL EDIT
그렇죠? 아이들은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그렇게 성장하고 크고 있더라고요. 이런 것이 소소한 감동으로 다가와 제 마음을 찌릿하게 하네요. 키드님과 같이 공감할 수 있어 넘 좋아요. ^^*
오늘도 즐거운 하루요~!!!
sparky 2018.02.02 02:04 신고 URL EDIT REPLY
외국생활 ~ 아이가 어릴때 한국음식 먹으면 양치질 두세번 하고 향수까지 ~ 양식 먹곤 한번 참 난감했죠 ^^ 이젠 성인이 되니 서양 친구들 앞에 한국 냄새 나는 음식 까놓고 먹어 제마음이 참 좋습니다 냄새나는 치즈나 청국장 참 모두 맛있는 음식 이지요

어릴때부터 엄마표 음식으로 자라면 커서도 서로에 유대감이 매우 밀착 되더라구요
껫잎 좋아하는 산똘님은 마인드가 많이 오픈된듯 싶습니다 남의 토종음식 맛보기 참 힘들거든요 ^^
BlogIcon 산들이 산들무지개 | 2018.02.02 22:55 신고 URL EDIT
그러게 정말 다행이에요. 아이가 한국 음식을 꺼리지 않고 다 좋아해서...... ^^*
둘이서 마늘 갈아서 토스트 올려 먹을 때 역시 모녀지간이구나, 싶었어요. 입맛이 비슷하게 닮아가니 정말 더 유대감이 생기는 것 있죠? ^^*

오늘도 행복하세요~~~
BlogIcon 프라우지니 2018.02.02 03:36 신고 URL EDIT REPLY
제 남편도 깻잎 좋아하는디.. 남자입맛에는 딱인 모양입니다^^
요새 이곳 수퍼마켓에 기름짜는 기계가 나오더라구요. 집에서 요리를 많이 해먹으면 깨 사다가 볶아서 직접짜고 싶은 맘이 간절하더라구요. 집에서 깨사서 짜는것이 제품을 사는것보다 더 건강에 좋고 저렴할거 같아서 말이죠.^^
BlogIcon 산들이 산들무지개 | 2018.02.02 22:56 신고 URL EDIT
오?! 기름짜는 기계요? 솔깃하네요!!!
한번 검색해봐야겠어요. ^^
박동수 2018.02.02 08:14 신고 URL EDIT REPLY
발표할려고 팜플렛을 두 손에 꼭 쥐고 있는 산드라 뒷모습이 예쁘다.
BlogIcon 산들이 산들무지개 | 2018.02.02 22:56 신고 URL EDIT
그러게 저 조그만 아이가 책임감 갖고 뭘 하는 모습이 신기하기도 하고 기특하네요. ^^
BlogIcon 프라우지니 2018.02.03 03:29 신고 URL EDIT REPLY
슈퍼이름은 가물가물한데 Lidl인지 Spar, Hofer인지 아무튼 가끔 브로셔에 이벤트 상품이 나오는데 거기서 봤습니다. 가격도 30유로 정도였던거 같고, 그거 사다가 참기름, 아마씨기름등등 집에서 짜먹으면 좋겠다.. 했었습니다. 전에 한번 봤는데, 아마도 검색하면 나올듯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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