뜸한 일기/이웃

스페인 이웃 할머니가 주신, 집의 안녕을 기원하는 물건

산들무지개 2018. 5. 9. 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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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발 1,200m 스페인 고산, 우리 집에는 매년 이맘때가 되면 이웃집 할머니가 주시는 물건이 교체된답니다. 한국에서는 본 적이 없는 이 물건은 미신적 신앙이 결합한 어떤 주술적 의미가 있는 물건이었습니다. 게다가 가톨릭 문화가 지배적인 스페인에서도 이런 민간 신앙이 여전히 이어져 오는 게 신기했습니다. 저에게는 매번 잊지 않고 이런 물건을 전달해주시는 할머니가 참 대단하셨습니다.  

이웃집 로사 할머니가 준비하신 물건은 집의 안녕을 기원하는 부적과도 같은 기원의 물건, *성지가지였습니다. 해발 1,200m 고산에서 좀처럼 구하기 어려운 식물을 십자 형태로 조합하여 만든 상징물이었지요. 


로사 할머니는 우리가 살기 전에 우리 옆집에 사셨지요. 실제로 우리 옆집 소유자이기도 하시고요. 그런데 이곳의 거의 모든 노인이 그렇듯 마을 아파트로 이사하셔서 지금은 그곳에서 생활하고 계신답니다. 

할머니는 우리 가족을 위해 (그래도 이웃이라고) 매번 이렇게 손수 만든 식물 십자가를 집 현관문에 걸라고 주십니다. 

다양한 종류의 식물을 구해와 이렇게 십자가를 만들지요. 올리브 가지에서부터 로즈메리까지. 

이곳에서는 구하기 힘든 식물입니다. 

이 십자 형태의 식물을 집 앞에 걸어두면 그해 내내 집안의 안녕과 평화가 온다고 하네요. 

작년에도 우리 집 현관문에는 이렇게 로사 할머니께서 주신 십자 상징의 물건이 걸려 있었지요. 

덕분에 평온한 한 해를 보냈습니다. 

이번에 새로 주신 식물 십자가를 교체했습니다. 

할머니는 십자 식물을 세 다발 주셨는데요, 하나는 우리 집 현관 앞에, 다른 하나는 할머니네 집 현관 앞에,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우리 가축이 머무는 파할(pajal, 가축이 지내는 공간)에 하나씩 꽂으라고 하셨습니다.  

할머니의 정성 어린 마음에 올 한해도 평화로울 것 같습니다. 

새로운 물건이 한 해를 보장하는 듯합니다. 

작년 수고한 이 물건을 태우고, 작년 수고로웠던 모든 일들 뒤로하고 이제 새 생명이 자라는 새로운 계절과 해를 맞는 듯합니다. ^^

로사 할머니 덕분에 올 한해도 기분 좋은 [참나무집] 생활을 이어갈 듯하네요. ^^

스페인 고산은 여전히 예전의 방식대로 살아가고 또 그 속에서 미래를 맞는 듯합니다. 

여러분,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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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지가지: 독자님의 제보로 인해 민간 신앙이라고 생각한 이 문화가 가톨릭 문화의 일부인 성지가지라네요. 부활절 즈음에 종려나무의 가지와 올리브 가지 등으로 엮어 만든 기원형 상징물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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