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친구에게 칭찬하니 일어난 일
뜸한 일기/이웃

여러분, 주말 잘 보내셨어요? 해발 1,200m 스페인 고산의 [참나무집] 가족은 주말을 발렌시아 식구들과 함께 보냈답니다. 오랜만에 하는 도시 외출이라 친구와 지인들을 만나기 위해, 없는 시간을 쪼개어 소중한 시간을 보냈답니다. ^^*

역시, 사람은 얼굴을 보며 정을 나누어야 그 우정을 새삼 확인할 수 있는 존재인가 봅니다. 일요일 모임에서는 2년 만에 친구들을 만났는데에도 어제 만난 듯 참 살갑고 다정했습니다. 오랜만에 만나 더 그럴 수도 있겠네요. 

토요일에는 친구가 운영하는 수제 맥줏집에 놀러 갔답니다. 지난번 우리 집에 2박 3일 머물다 간 친구네가 운영하는 곳이라, 부담 없이 아이들은 부모님께 맡기고, 부부 나들이에 나섰습니다. 저녁도 먹을 겸, 오랜만에 데이트도 할 겸 말이지요. 

석 달 만에 만난 친구는 여전히 즐거운 얼굴로 우릴 반겼습니다. 손님도 엄청나게 많았는데, 일일이 챙겨주면서 그간에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했지요. ^^*

그러다 맛 보라고 내온 음식. 


친구가 맛보라고 내온 이 음식, 위의 사진입니다. 

빵에 맛있는 소브라사다(Sobrasada)를 올려 줬습니다. 

여러분, 이 소브라사다의 정체가 뭔지 아시겠어요? 

아무튼, 이 소브라사다는 돼지기름과 비계에 각종 양념, 파프리카 가루, 마늘, 허브 등을 넣어 만든 스페인식 돼지기름 양념으로 빵 위에 발라 먹거나 요리할 때 조금씩 떼어 사용하기도 한답니다. 

그런데 이번에 맛본 이 소브라사다는 정말 맛이 달랐습니다. 너무 맛있었어요. 돼지비계가 요즘 대세라면서요? 실제로 사람 몸에 그렇게 나쁘지 않다고 하니, 저도 용기를 갖고 먹어봤습니다. 아주 매콤하니 맛있었어요.

"히야~! 정말 맛있다. 어떻게 시중에서 파는 것하고 이렇게 차이가 날까? 정말 맛있다."

라고 제가 폭풍 칭찬을 해줬습니다. (사실, 저는 칭찬에 인색하지 않은 사람입니다. ^^ 모든 게 좋아 보이는 특별한 눈을 가지고 있고, 조금이라도 좋으면 칭찬하는 습관이 있는 사람이지요. 그래서 한국 친구들은 제게 '공주병, 왕자병 제조기'라는 별명까지 붙여준 적이 있답니다. 모든 게 좋은데, 실제로 좋은 표정과 감탄, 표현 등을 아끼지 않는답니다. 그렇다고 싫은 것을 좋다고 한 적은 절대로 없는 사람이고요) 

그랬더니, 역시 친구는 제게 엄지를 척 올리면서 이 소브라사다의 뒷이야기를 해줍니다. 

"이거 우리 할머니하고 모여서 만든 우리 집 전통 소브라사다야. 그래서 맛이 완전히 다른 거지! 맛있지?"

오~~~ 그랬구나! 어쩐지!!! 제가 이런 전통을 아주 좋아하는 사람이라 무척 기뻐했습니다. 친구는 자신의 휴대폰에 저장된 사진을 보여주면서 할머니와 함께 큰 대야에 손을 넣어 이 소브라사다를 만드는 모습까지 보여줍니다. 

 

아~ 정말 맛있다, 감탄하면서 할머니 손맛이 들어간 친구네 맥줏집의 손님들은 행복하겠다고 또 칭찬을 해줬습니다. 

사실, 스페인 친구들에게 칭찬하면 대화가 그냥 트이는 장점이 있습니다. 대화를 어디서 시작할까 고민할 필요가 없이 자연스럽게 대화가 흘러가기 때문이지요. 

"우와~! 오늘 너 굉장히 예쁘다. 뭔가 달라졌어!" 

이렇게 시작하면, 그 친구가 달라진 일에 관해 설명해줍니다. 며칠 전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머리도 새로 하고, 옷도 새로 샀다면서 그 배경을 이야기해주죠. 그렇게 사소한 것이지만 솔직하게 칭찬하고 표현하면 대화가 저절로 이루어진답니다. 물론, 적당히 상황을 봐서 칭찬하는 기술도 있어야겠지요. 그렇지 않다면 아부와 아첨만 될 터이니 말이죠. 

친구가 맛보라고 준 음식을 먹고, 우리 부부는 친구 매상 올려주자고 간단한 저녁을 주문했습니다.

제가 먹은 닭고기 수제 햄버거 

남편이 먹은 수제 비건 햄버거 

자리를 테이블로 옮겨 우리 부부는 열심히 햄버거를 먹었습니다. 그런데 친구가 쓰윽 하니 무엇인가를 던져주고 갔습니다. 어? 이게 뭐지? 키친 타올에 돌돌 말린 무엇인가를 그냥 쓰윽~ 두고 간 것입니다.

남편이 열어봅니다. 

아~~~ 이것은! 

이것은 바로 우리가 맛본 소브라사다였습니다. 

"보라고~~~! 전통적인 방식의 진짜 소브라사다를!!!" 

진짜 큰 소브라사다가 빼꼼 얼굴을 내밀었네요. 우와~! 아이들 머리만큼이나 큰 녀석이었습니다. 

정말 전형적인 할머니표 소브라사다입니다. 

"어?! 이게 정말 귀한 거잖아? 안 돼~~~ 우리 이거 받을 수 없어. 만들기도 어렵고, 한번 만들면 두고두고 먹을 수 있는데 이 귀한 걸 이렇게 막 주면 안 돼~!" 라고 말했습니다.  

 

그랬더니, 친구는 "너희들이 귀하니 나도 귀한 것 주는 거야."하면서 돌려받질 않으려고 합니다. 아~~~ 정말, 이럴 때 보면 스페인 사람들 너무 한국인 같지 않은가요? 정말 고집스러울 정도로 베풀려고 하니 정말 감동했습니다. 

게다가 오랜만에 봤다고 저녁 먹은 햄버거 값도 받질 않겠다고 하니, 정말 더 미안해질 정도였습니다. 

누가 서양인들이 개인주의적이고 합리적이라고 했나요? 이 사람들 한국인보다 더하면 더한 기질이 있었습니다. 태어나서 돈 때문에 서로 방어하는 사람들, 어디서 본 풍경이라 많이 웃었네요. 

돈을 꺼내 친구 주머니에 쑤셔 넣는데도, 친구는 꺼내서 싫다며 우리에게 던져주는 것. 정말! 그러면 언제 가게 수입이 올라가?! 이거 한국에서 요즘 김영란법(?)에 걸리기 때문에 우리 이러면 안 돼! 소리가 절로 나왔지만, 우린 친구니까요. 그래도 친구끼리라도 줄 건 주고, 받을 건 받았으면 좋겠는데 말이지요. 사실, 스페인도 진짜 친한 친구 사이에만 이러니 여러분 오해는 하지 마세요. 

친구 덕분에 즐거운 주말을 보냈네요. 가끔 스페인 사람들에게 칭찬하면 종종 새로운 일들을 경험할 수 있답니다. 대화도 자연스럽게 풀리며, 그 뒷이야기를 알 수 있으니 말이지요. 예를 들어, 새로 한 테이블보가 귀해 보인다고 칭찬하면, 그 테이블보가 할머니 유품이라는 이야기에서부터 할머니의 유품을 직접 보여주는 일까지...... 이런 소소한 일상의 모습을 자주 공유할 수 있어 좋더라고요. 스페인 사람들은 자신의 일과 일상을 공유하는 걸 아주 좋아하거든요. 이렇게 함께 공유하면 우정이 더 쌓는다고 믿는 것 같습니다. 

여러분,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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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선미카엘라 2018.05.15 01:08 신고 URL EDIT REPLY
친구분 표정이 정말 행복해 보이는군요. 주는 행복을 제대로 만끽하고 계신 듯하네요. 😊
BlogIcon 산들이 산들무지개 | 2018.05.15 20:57 신고 URL EDIT
하하하! 그렇게 한 눈에 봐주시니 엄지 척~! 최고입니다. ^^* 미카엘라님 오늘도 행복하세요. 화이팅!
Germany89 2018.05.15 01:48 신고 URL EDIT REPLY
저도 주는것에 만족감을 더 느끼는 사람이라..ㅋㅋ
친구분이 이해가 가네요.ㅎㅎㅎ 사람들이 제 앞에서도 함부로 뭐 맛있다고 못한다고ㅎㅎ
맨날 제가 맛있다고하면 다 퍼주니까 ㅋㅋㅋ
BlogIcon 산들이 산들무지개 | 2018.05.15 20:58 신고 URL EDIT
오~ 그러니까요.
절 만나시면 막 퍼주실 것 같아 겁나네요. ^^* 이왕 이렇게 된 거 제가 독일로 놀러갈까요? ^^ 아니, 퍼담아주시는 것 때문이 아니라 정말 독일로 요즘 놀러갈까 생각하고 있어서 그래요. ^^
Germany89 | 2018.05.15 23:19 신고 URL EDIT
오!산들님 오신다면 진짜 진짜 좋죠!
저는 독일에서 그리 큰 도시에 살고있지 않아서, 만약 독일에 오신다면 남편분이 맥주 좋아하시니까, 뮌헨 여행하시고 중간에 저희 집 오시거나 뮌헨 언젠가 오시면 저도 맞춰서 같이 뵙고싶네요! 저도 진심입니다ㅎㅎ
키드 2018.05.15 08:42 신고 URL EDIT REPLY
발렌시아 여행에서 또 친구와의 돈독한 우정을 쌓고 오셨군요~친구분의 행복한 얼굴표정에서 달리 말 안해도 알수있는 끈끈함이 느껴져요.제가 항상 느끼는 거지만 세계 어디를가나 사람사는곳은 그들만의 다정함을 주고 받고 사는것같아요.소브라사다~?돼지기름이 몸에 안좋다고들 하지만 우리는 또 거기가 김치도 구워 먹잖아요.삼겹살먹을때 김치 구워먹으면 얼마나 맛있는데요~~^^
요즘 한국티비에 스페인 친구들이 나와요."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산들님 티비를 안보시는것 같아 모르실수도 있어요.저도 요거는 보거든요~스페인 친구들 활기 넘치고 엄청 긍정적인거 같아요~산들님덕분에 그 스페인 친구들도 좋아보이고..한국에 좋은 이미지 받고 돌아갔음 하는 생각 들더라구요~
요즘 날씨가 일교차가 많이 심해요.스페인 고산은 갑자기 추워졌다니 건강조심하세요~~오늘도 행복~~^^
BlogIcon 산들이 산들무지개 | 2018.05.15 21:00 신고 URL EDIT
오~ 한국 티비에서 스페인 사람들이 나온다고요? 우와~ 재미있겠네요. 과연 어떤 에피소드가 한국 시청자를 즐겁게 할까요?
조잘조잘 말이 많은 사람들이지만 소박해서 저는 무척 정이 가는 사람들입니다. ^^
여기는 정말 다시 겨울로 돌아갔다 나오기를 반복한답니다. ㅜㅜ 어서 따뜻한 계절 왔으면 좋겠네요. ^^
BlogIcon 비단강 2018.05.15 15:30 신고 URL EDIT REPLY
엊그제 딸아이와 만화 이야기를 하다가
서양 만화 특히 미국 만화는 우리 만화나 일본 만화처럼 쉽게 동화되지 않는다는 딸의 말에
동양문화와 서양문화는 말로 표현하기 힘들지만
확실한 차이가 있다라고 의견일치를 보았는데 저는 거기에 한마디 덧 붙였습니다.
스페인은 서양문화권에서도 가장 동양적인 나라일거라는 얘기를 했지요.
산들님 블로그 글을 많이 읽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런 생각을 가지게 되었네요.^^

그런데 왠지 영 그 친구분은 <소브라사다>가 얼마 남아있지 않을 것 같은 예감이 드는데요?^^
BlogIcon 산들이 산들무지개 | 2018.05.15 21:13 신고 URL EDIT
하하하! 맞아요. 정서가 완전히 달라요.
저도 이곳에 오래 살아 그런지, 며칠 전 본 일본 만화의 정서가 안 맞았어요.

스페인 사람들도 한국인과 좀 다른 정서가 있답니다. 스페인만의 어떤 정서인데 서양권과는 좀 다르고, 그렇다고 동양적인 정서와도 좀 다른, 특유의 정서가 있더라고요. ^^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화이팅!
박동수 2018.05.15 17:22 신고 URL EDIT REPLY
산들님 친구분처럼 보고 싶었던 사람이 나를 찾아오면 맛있는 걸 대접하고 싶지요.
오늘 예전 근무지에서 함께 근무하던 분이 나를 보러온답니다.
철도는 여기 저기 돌아다니다 보니 한번 헤어지면 쉽게 못만나지요
원주에서 가장 맛있는 한우집으로 데러갈 작정입니다.
친구분처럼 나도 행복하다. 다른 점이 있다면 머리숱이다.
BlogIcon 산들이 산들무지개 | 2018.05.15 21:14 신고 URL EDIT
하하하! 친구가 아직 30대인데...... ㅜㅜ
머리숱 때문에...... 많이 늙어보이죠? ^^;
우와! 정말 좋으시겠어요? 친구분 만나시고, 즐거운 시간 갖는 게......... 그 한우집 풍경이 얼핏 그려져 저도 행복하네요. ^^
아싸! 오늘도 즐거운 하루요~!!!
jerom 2018.05.15 18:24 신고 URL EDIT REPLY
해운대에 소브라사다 비스무리한 고추양념으로 만드는 떡볶이집이 있습니다.
파프리카대신 고추가루,
돼지비계로 직접만든 기름,
독자적인 양념으로 숙성시켜 고추장비스무리한 양념으로 떡뽁이를 만드는 곳이래요.
40년 넘게 운영하시고 있다는데....
몸상태 좋을 때 한번 가봐야겠어요.
BlogIcon 산들이 산들무지개 | 2018.05.15 21:16 신고 URL EDIT
그러게 이게 한국 맛이랑 아주 비슷하다니까요! 정말 비슷해서 깜놀할 정도입니다. 물론, 가정식이 더 비슷하다는......
그런데 제롬님 몸 상태가 어떠하길래.....
몸상태 좋을 때 한번 가보신다니......
항상 건강 하시고요, 아자! 힘 냅시다!
BlogIcon 프라우지니 2018.05.16 02:36 신고 URL EDIT REPLY
저도 배우고 싶습니다. 상대방을 행복하게 만드는 칭찬하는 말투.
만나서 행복한 사람이면 자주 만나고 싶고, 뭐든지 주고 싶을거 같아요.^^
돼지비계요리는 항상 허연것만 본지라 식욕을 잃게 만드는데, 할머니표는 정말 다르네요.
그나저나 정말 큰덩이를 얻어오셨습니다.^^
BlogIcon 산들이 산들무지개 | 2018.05.18 18:10 신고 URL EDIT
그러게 하얀 돼지비계는 식욕을 잃게 하는 힘이 있네요. ^^; 그런데 잘 염장된 돼지비계는 그렇게 맛있는가 봐요. 다들 잘 먹더라고요. ^^
임혜진 2018.05.17 00:34 신고 URL EDIT REPLY
참 따뜻한 성품을 가지셨네요. 부럽습니다. 안녕하세요 산들님. 매번 읽고만 가다가 처음 글을 올려봅니다. 재밋는 얘기,문화적 차이점 등등 잘 읽고있습니다. 독자 한사람 추가요
BlogIcon 산들이 산들무지개 | 2018.05.18 18:11 신고 URL EDIT
임혜진님, 이렇게 댓글 남겨주시고 좋은 말씀해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덕분에 또 글 쓰는 힘이 생겼네요. ^^*
아~~~ 신난다!!! 독자님이 즐겨워하신다는 댓글은 언제나 즐겁고 기쁘답니다. 저도 덕분에 좋은 기분 얻습니다. 항상 건강하세요.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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