뜸한 일기/이웃

스페인 친구가 헉~하고 놀란 한국의 쌈 채소

산들무지개 2018. 6. 7. 0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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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며칠 동안 인터넷 불통으로 정말 많은 이야기가 있어도 할 수가 없었답니다. ^^; 하지만, 여러분이 달아주시는 댓글은 정말 잘 읽었답니다. 응원해주시는 여러분께 항상 고맙습니다. 

해발 1,200m 스페인 고산의 와이파이 안테나는 이제 정상으로 작동하여 저는 근질거리는 손으로 여러분께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막 늘어놓겠습니다. 귀찮아하시면 안 될 텐데요...... ^^*

저희 집에 방문한 스페인 친구가 한국의 쌈을 먹고 정말 놀란 에피소드가 되겠습니다. 어디선가 읽어보니, 외국인이 '호불호'하는 한국 음식에 쌈이 들어가 있더라고요. 그런데 스페인에서는 이 쌈이 그렇게 싫어하는 음식은 아닌 것 같았습니다. 제가 대접한 많은 스페인 친구들이 아주 좋아하는 음식이 이 쌈이었습니다. 

아마도 스페인 사람들도 삼겹살을 즐기기 때문에 이런 공통의 맛 공유를 할 수 있는 듯합니다. 그런데 스페인 사람들이 좀 당황하는 쌈 문화는 그 맛이 아니라 다른 것이었습니다. 


가령, 손으로 생상추를 들어다 그 안에 고기와 쌈장, 혹은 여러 가지 채소와 밥을 넣어 싸서 먹는다는 사실에 당황합니다. 스페인 사람들 중에 한국 음식을 전혀 먹어 보지 못한 사람들은 십중팔구 아주 재미있는 흥미를 느끼기도 하고요. 

또 다른 하나는 쌈을 통째로 입안에 넣어 먹는 것에 당황한답니다. 하하하~ 뭐든 잘라 먹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통째로 먹는 일이 놀라운 것이죠. 입안에서 우물우물 터질 듯 먹는 습관이 없는 이들에게는 쌈이 주는 이 느낌에 당황하는 것이랍니다. 그래서 크기가 큰 김밥을 한입에 넣어 먹으라고 하면 힘이 들어 잘라 먹는 친구들도 더러 있었습니다. 

"이 큰 걸 한입에 다 넣으라고?" 하면서 말이지요. 

"한입에 넣어 먹어야 맛있는데......"하고 말해줘도 한번은 한입에 넣어 먹지만 두 번은 잘라 먹는 친구들이 많았답니다. 그것처럼 쌈도 크게 싸서 먹는 것보다 싸서 한입, 두입 잘라서 먹더라고요. 

이런 두 가지 점에서 처음에는 꽤 당황하더라고요. 하지만, 쌈을 싸 먹는 그 맛의 조화는 아주 좋아한답니다. 상추와 고기가 쌈장과 어우려져 정말 맛있다고 환호를 내지른답니다. 쌈장에 마늘, 양파와 그리고 가끔 고추가 없어 파프리카 넣어 만드는데 지금까지 싫어하는 사람 한 번도 못 봤네요. 

그런데 이번에 제가 스페인 지인을 정말 헉~ 하게 놀라게 하고 말았답니다. 사실, 저도 좀 놀랐던 부분이랍니다. ^^; 

다름이 아니라 여러분이 아시듯 제 텃밭에는 한국에서 공수해온 쌈 채소가 무럭무럭 잘 자라나고 있습니다. 별 희한한 채소가 다 있더라고요. 씨 봉지를 잘 보관해둬야 했는데 아이들이 가지고 놀다가 잃어버리고 말았지요. 얼핏 기억나는 게 여러 가지 종류의 상추, 청경채, 케일, 치커리, 청치커리, 적치커리 등등이 있었습니다. 이번에 채소가 막~ 고개를 내미는데 알지 못하는 채소도 있었고, 조심히 잘 수확하여 친구에게 쌈을 대접했답니다. 

"아~! 아쉽다. 깻잎이 나지 않아서..... 깻잎만 나면 금상첨화의 쌈을 먹을 수 있을 텐데......"

이렇게 혼잣말을 하면서 열심히 쌈 채소를 수확해 집에 가지고 와서 상을 마련했지요. 

너무 맛있어 보여, 저도 얼른 맛보고 싶었답니다. 

그렇게 상추로 쌈을 먹어본 친구는 맛있다고 연달아 감탄하면서 고기를 넣어 먹기를 반복합니다. 저도 엄청나게 기뻤지요.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모둠 채소가~ 하하하! 여러분, 짐작하시죠? 무슨 이야기인지?


바로 아주 매운 잎이었습니다!!! 

세상에 저도 작년에 한국 갔을 때 딱 한 번 먹어보고 지금 두 번째로 먹는 것인데요...... 이게 매운 겨자잎이었습니다. 내가 아는 치커리잎은 전혀 맵지 않은데...... 이건 치커리가 분명 아니었어요. ㅠ,ㅠ 잎이 풋풋하여 매운 느낌이 없었는데, 웬 걸요? 먹을수록 매워집니다. 이게 뭐지? 다들 멘붕이 와서 잎을 여러 번 앞뒤 샅샅이 살펴봅니다. 

"우와! 대단하다. 세상에! 잎이 이렇게 맵다니! 이건 문화충격인걸?!" 

하고 깜짝 놀랍니다. 남편도 옆에서 맵다며 입을 열어 혀를 내밀며 동감합니다. 

"아! 정말 놀랍다. 이렇게 매운 잎이 세상에 존재하는 거야? 정말 한국의 쌈 채소는 다양함의 극치야. 깻잎도 얼마나 향이 독특하던지, 참 놀랐는데, 이 잎은 완전 와사비 맛이 나네."

정말 와사비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강한 맛이 나는 겨자였습니다. 남편에게 와사비가 아니고 겨자라고 얘기를 해주었죠. 

저는 완전히 신났습니다. 

"우와! 좋다. 이렇게 매운 잎이 있어서 행복해." 

제 모습을 보던 친구가 헉~ 하고 놀랍니다. 매운 잎이 있어서 행복한 절 보니 당연히 신기(?)했겠죠. 


그러나저러나 옆에서 잎을 먹던 큰 아이는 이 겨자잎을 엄청나게 좋아합니다. 처음에는 매운 잎에 문화충격을 느낀 친구도 그럽니다. 

"이게 처음에는 그런데, 계속 먹다 보니, 은근히 중독성이야. 매워도 아주 매운 느낌이 아닌 그런 느낌이랄까?" 

그렇게 우리는 몇 잎 따오지 않은 겨자 잎을 쌈으로 먹고, 그날 저녁을 즐겁게 보냈다는 뒷이야기가 있습니다. 

덕분에 이제 텃밭 가는 일이 더 즐거워지는 날들이네요. 뭔가 큰 걸 발견한 날. 

여러분,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깻잎 재배는 화분에 하는 것으로 결론 봤어요. 뿌려놓은 씨 너무 아깝다. ㅜ,ㅜ 

오~~~ 인터넷 너~ 무~ 잘 돼서 경사 났네~ 경사 났어~

여러분, 전 이만 자러가요~ 안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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