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근처 숲속에서 아이들과 생태계 관찰하기(feat. 돼지털)
뜸한 일기/자연

해발 1,200m 스페인 고산은 인적이 드문 곳입니다. 불과 백 년 전에는 사람들이 많은 꽤 큰 마을도 있었고, 사람들 왕래도 잦았던 곳이었지만, 지금은 산악지대로 자연공원을 제외하고는 인적이 드문 곳이 되었답니다. 이곳에 사는 우리 [참나무집] 가족은 자연에서 생활하고 있답니다. 


자연이 우리에게 준 선물이라면 오감을 열고 생태계의 한 부분이라는 것을 깨닫게 한 일입니다. 매 순간 마음을 열지 않으면 이 오감이라는 것도 자연에서 열리지 않습니다. 우리가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마음을 기울이면 보이지 않던 것도 보이게 되는 게 자연입니다. 

매 순간 깨어있는 마음으로 세상을 보기란 쉽지 않습니다. 게다가 일상이 되어 나태해지면 더욱 어려운 일이 자연에서의 삶이지요. 도시와 같은 자극이 없어 더 나태해질 수도 있는, 자연의 삶입니다. 하지만, 운이 좋게도 자연은 순환의 변화를 주면서 우리 마음도 함께 변하라고 합니다. 

여름 태풍과 소나기, 번개, 가을이 오면 우스스 떨어지는 낙엽들, 한겨울 폭설로 굶주리는 야생 동물의 발자국, 봄이 오면 찾아오는 지저귀는 새소리, 소곤소곤 올라오는 작은 새싹들...... 그렇게 전원에서 사는 우리 가족은 이 순환의 느낌을 매번 따르려고 한답니다. 


아이들이 자라기에 좋은 곳이 자연이라는 말이 그저 사람들이 하는 소리인 줄로만 알았습니다. 하지만, 살아 보니, 아이에게 가르쳐주지 않아도 스스로 자연을 습득하고 배우는 모습에서 크게 놀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아이들은 우리가 생태계의 한 부분임을 스스로 알아가더라고요. 

가끔 집 근처 산이나 들로 산책하러 갈 때마다 아이들은 진흙탕 속의 멧돼지 발자국, 돌 밑에 숨은 전갈, 심지어 멧돼지가 나무 등 결에 몸을 문질렀다는 사실마저도, 여우가 싸놓은 똥과 야생 산양의 털마저 발견해내는 능력을 발휘했습니다. 한 장소에 얼마나 많은 생명이 오갔는지 아이들은 가르쳐주지 않아도 찾아내는 능력이 있었습니다. 물론, 옆에서 부모도 함께 탐구하고 이것이 무엇인지 관찰하며 결론을 내는 일도 중요했지요. 

숲에 가면 그냥 지나치지 말고, 작은 흔적을 발견해내는 아이들의 능력이 얼마나 큰 배움을 얻을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작은 것 하나도 그냥 지나치지 않다 보면 많은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마냥 거미줄로만 보였던 것도......

그속에 거미가 사는 땅굴집이 있다는 것도 알았고......

그냥 지나치는 산 위 언덕에서도 산양의 털을 발견해냅니다. 

아이들은 곰곰이 또 무엇이 있을까, 반짝이는 눈으로 관찰합니다. 

그냥 지나칠 나무에서도 멧돼지의 흔적을 발견합니다. 

진흙탕에서 뒹굴다 온 멧돼지가 등을 긁은 흔적입니다. 

돼지털이 붙어있는 현장을 아이들이 직접 찾아냈는데요, 역시 남다른 눈으로 관찰합니다. 

어떤 나무에는 딱따구리가 파놓은 구멍도 있었고요. 

한번은 산똘님이 자연공원의 1㎡의 한 부분을 구획하여 그 안에 얼마나 많은 생태계 흔적이 있는지 아이들하고 탐구한 일이 있었답니다. 그런데 우리에게는 두세 발자국이면 그냥 스쳐 지나갈 그 땅 안에 무수한 생태계 흔적이 있다는 것을 알아냈답니다. 아이들은 굉장히 놀랐지요. 그 작은 땅덩이에 무수한 생명체의 흔적이 오간 것이 절대 인간만의 세상이 아님을 알게 됐지요. 


산들무지개의 동영상 채널입니다.



자연 안에서 내가 관심이 없다 해도 우리는 동물에게 지대한 영향을 받습니다. 여름밤 불빛에 찾아든 나방, 처마 밑에 둥지 튼 새, 난데없이 나타나 놀라게 하는 초여름의 뱀, 어딘가에서 열심히 분양하는 벌떼 무리들...... 자연 안에서는 인간은 절대 '별개'의 존재가 될 수 없습니다. 원하든 원치 않든 우리는 생태계의 한 부분이며, 그 일부로서 관계하는 존재이지요

이렇듯 오늘도 자연 안에서 우리는 배우고 또 배웁니다. 아니, 유전자로 알고 있는 것을 복습하는 것일 수도 있지요. 

여러분,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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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8.23 01:40 URL EDIT REPLY
비밀댓글입니다
BlogIcon 산들이 산들무지개 | 2018.08.24 00:42 신고 URL EDIT
하하하! 아이의 목소리를 잘 들으셨네요! 저도 너무 귀여워 계속 애들 목소리 녹음하고 싶어 안달났습니다. ^^
사라가 요즘 목소리 연습한다고 노래도 무척 잘 해요. ^^
젊은느티나무 2018.08.23 08:48 신고 URL EDIT REPLY
산교육이 바로 그런 것 같아요.
책으로 읽어서 아는 지식, 학교에서 선생님이 가르쳐 주신 지식 보다 더 잘 기억할 수 있는 것이 직접 보고 느낀 지식인 것 같아요.
좋은 글 잘 읽었어요~^^
BlogIcon 산들이 산들무지개 | 2018.08.24 00:44 신고 URL EDIT
이렇게 함께 느껴주셔서 고맙습니다. ^^
산교육이 따로 없더라고요. 이렇게 펼쳐진 자연 안에서 자유롭게 움직이며 느끼는 게 최고더라고요. 의미를 부여하지 않아도 그 느낌은 분명 소중할 것 같아요.
BlogIcon 조수경 2018.08.23 09:16 신고 URL EDIT REPLY
자연과 함께 하는 삶이
그야말로 자연스러운거죠~!!
그 안에서 생태계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마음 또한
자연스럽게 터득하게 되니
아마도 우리 세공쥬님들은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에 익숙해져
배려심 역시 따로 학습이 필요없게 되는듯요^^
산드라의 행동에서 참 많은 것을
볼 수 있어 놀란일이 많았답니다.
아이들에게 자연적인 환경에서
자랄 기회를 주지못 해 저희 아이들은
20대에 접어드는데 작은 벌레만 봐도
기겁을 하니.....ㅡㅡ;;
산들님 생활 환경이 다소 불편한 일도
없지 않겠지만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정서적인 혜택을 모두 누릴 수 있어
정말 부러울 따름입니다.😘




BlogIcon 산들이 산들무지개 | 2018.08.24 00:45 신고 URL EDIT
우리 아이들도 가끔 변덕부릴 때는 작은 거미만 봐도 소리 지른답니다. ^^; 특히 사라가 말이지요. 하하하!
자연에서 동물과 가깝게 지내도 가끔은 이렇게 사소한 것에 마니아에 가깝게 싫어하는 부분도 있더라고요. 하지만 곧 적응하겠지요! ^^
저도 여기 들어와 살기 전까지도 벌레 하나에도 소리 꽥~ 질렀던 사람인데...... 이제는 익숙해졌나 봅니다. 하하하!
2018.08.23 16:03 URL EDIT REPLY
비밀댓글입니다
BlogIcon 산들이 산들무지개 | 2018.08.24 00:41 신고 URL EDIT
네~! 동기 부여가 확실하시네요!
초대장 보냈습니다. 행복한 블로그 생활 하시기를 바랍니다. ^^
키드 2018.08.23 17:16 신고 URL EDIT REPLY
참나무집 아이들이 자라는 모습이 얼마나 이쁜지...오늘은 가족 나들이를 산으로 나갔군요~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우리 이기에 인간만이 모든걸 누리고 살아간다는 이기심을 버리면 모두 공존하며 살아갈수 있을텐데...제가 어릴때 자라던 모습이 산들님 아이들에게서 보입니다.저도 저렇게 산토끼며 다람쥐 관찰하며 놀러다녔었거든요.자연이 주는 풍요로움을 맘껏 누리길 바래요~~😊
BlogIcon 산들이 산들무지개 | 2018.08.24 00:47 신고 URL EDIT
키드님의 유년기와 공감대가 형성대 참 다행입니다. 좋은 사람과 같은 눈으로 세상을 보는 눈이 있다는 건 좋은 일이지요.
같은 일몰을 봐도 사람마다 각각 다른 느낌이 있다는데 비슷한 느낌이 있으면 그야말로 같은 순간을 맞는다고도 하지요.
에잉? 오늘 또 뭔 소리?
히히히! 맨날 말이 말꼬리를 물고 있네요. 하지만, 이런 소통 또한 즐겁습니다. ^^
다홍 2018.08.23 17:40 신고 URL EDIT REPLY
아이들은 저렇게 자라야 하는데 우리 나라 아이들과 항상 비교가 되는군요. 산들님 글을 읽다보면 저 자신이 현장에 있는듯 해서 정말 휠링이 됩니다. 가족 모두 건강하셔요 ~
BlogIcon 산들이 산들무지개 | 2018.08.24 00:49 신고 URL EDIT
오~ 다홍님. 고맙습니다.
제가 보여드리고 싶은 모습에 휠링~이 되신다니..... 정말 큰 보람과 기쁨을 느낍니다. 소수의 사람들이 제 블로그를 보고 같이 공감하면서 함께 느낄 수 있는 게 참 좋습니다. 그래서 넘 고마워요, 큰 응원이 되었습니다.
민우마미 2018.08.23 17:55 신고 URL EDIT REPLY
오감으로 느끼는 교육이네요.
참나무집 자녀들은 심신이 건강한 어른으로 자라겠어요.^^
제가 사는 지역은 도심인데, 많은 아이들이 학원을 가야하기에 일부러 시간을 잡아 비용지불하고 축구하거나, 생태교육을 시켜요.
참으로 웃픈현상이 아닐수가 없습니다.
입시위주의 사회구조, 학벌위주의 사회구조 때문이겠지요? 크헐 너무 진지했네요^^;
한국도 서서히 변해가고 있으니 좋은 날이 오길 기다려봅니다.

덧붙임. 스페인 집구조에 대해 궁금했었는데, 말씀하신대로 블로그 검색해보니 있더군요.
자연친화적 가옥구조가 무척이나 흥미로웠습니다.
덕분에 많은 것을 알게 되었어요. 감사합니다.
BlogIcon 산들이 산들무지개 | 2018.08.24 00:51 신고 URL EDIT
결국, 다 찾아 보셨군요? 아~~~ 넘 고마워요. 사실, 많은 이들이 질문을 하고 답을 줘도 답글이 없어 어떠셨는지 알길이 없었는데 이렇게 답글을 주셔서 넘 고맙습니다.
큰 도움은 되지 못했지만, 앞으로도 이런 소소한 소재로 글을 쓰도록할게요. 건축에 대한 글은 아직 소재가 많으니 한번 노력해볼게요. ^^
아무쪼록 태풍 피해 없으시길 바라고요, 오늘도 건강하세요. 화이팅!
BlogIcon Pereira sam 2018.08.25 08:31 신고 URL EDIT REPLY
우리나라 학생들은 남운 인생을 사는데 별로 필요없는 것들을 너무 많이들 배워요 그렇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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