뜸한 일기/이웃

한국말이 재미있어 박장대소한 남편과 그의 친구

산들무지개 2018. 8. 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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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발 1,200m 스페인 고산의 자연공원에서 근무하는 산똘님이 한 달 휴가를 가진 사이, 일을 대체하던 남편 직장 동료는 우리 [참나무집]에서 머물다 갔답니다. 우리가 휴가 간 사이, 이 친구가 우리 집을 돌보면서 사무실에 나갔던 것이죠. 이제 산똘님은 휴가에서 돌아와 막 직장 일을 다시 시작했습니다. 

이 에피소드가 궁금하신 분은 다음의 글을 읽어보세요. 

마지막 날, 우리 가족은 남편의 직장 동료와 친하게 되어 마치 오래전에 만난 친구 같은 분위기가 형성되었답니다. 그 와중에 이제 지중해 자연공원인 섬으로 간다는 남편의 직장 동료는 마지막 작별 인사를 하게 되었지요. 

그런데 이 작별 인사도 얼마나 낭만적이었던지......! 재미있게도 밤하늘의 별을 보면서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답니다. 남편과 나, 그리고 그 친구. 


아시다시피 해발 1,200m의 고산이라, 하늘과 아주 가까워 그날 밤하늘의 별은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지요. 그런데 두 사람이 자연공원에서 근무하는 걸 티 내는 것일까요? 근처에서 우는 새 소리를 듣고 무지 기뻐합니다. 

"아이쿠야~ 근처에 부오(buho, 부엉이)가 있나봐."

정말로 부엉이 울음소리가 길게 들립니다. 남편이 옆에서 듣다가 그럽니다. 

"부오가 한국말로는 부엉이야. 정말 비슷하지?"

"오~~~ 그렇네. 신기하다."

하면서 두 남자가 삼천포로 빠져 한국말 이야기를 하는 겁니다. 

"한국에서는 이렇게 동물이 내는 소리를 따서 이름을 만든 게 있더라고. 게다가 동물이 하는 행동이나 특징을 따서 이름을 만들어서 아주 신기하더라."

이렇게 남편이 유식하게 아는 척을 했습니다. 

"그래? 어떤 게 또 있어?"

남편 친구가 이렇게 질문을 하니, 남편이 웃으면서 그럽니다. 한국말을 하지도 못하면서 어찌 동물 이름은 잘도 기억해냅니다. 

"까마귀. 까악~ 까악~ 소리 낸다고 '까마귀'야. 정말 그럴듯하지?"

하하하! 이건 절대로 잊지 못하는 산똘님입니다. 

"또...... 나리즈(nariz)가 한국말로 '코'인데 코가 길어서 '코끼리'도 있어!" 

이쯤 되면 유아 놀이방이 된 듯한 어둠 속에서 시커멓고 덩치 큰 두 남자가 하는 대화가 참 분위기에 맞질 않습니다. 하지만, 그 분위기를 깨면 안 되지요. 저도 한 몫 거들어줍니다. 

"남편, 개구리도 있고, 귀뚜라미도 있잖아. 잠자리도 있고."

그런데 남편 친구가 개구리가 뭐냐고 묻습니다. 

"에헴...... 저기 라나(Rana, 개구리 스페인어)가 '개굴개굴'하고 울어서 개구리가 됐어......!"

이렇게 말해줬죠. 그랬더니, 개구리가 왜 개굴개굴 우냐고 따집니다. 

"스페인에서는 개구리가 CRA-CRA하고 우는 데 말이야."

이 말이 끝나자마자 우리는 서로를 보고 웃었습니다. 하긴, 언어마다 표현 방법이 다르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으니 말이지요. 얼마나 웃긴지......! 한국에서 '멍멍'하고 우는 개가 스페인에서는 'Guau-Guau'하고 소리 내잖아요? 한국에서 '꿀꿀'하는 돼지가 스페인에서는 'Oinc, oinc(Oink-Oink)'하고 우니까 얼마나 웃겨요?  

"그럼 닭 소리는 뭐야?" 하고 두 남자가 동시에 묻습니다. 

"응, 수탉은 '꼬끼오~' 하고 울고, 암탉은 '꼬꼬댁꼬꼬' 하고 울어. 그럼 스페인에서는 어떻게 울어?" 

스페인 사람인 두 남자는 또 웃습니다. 너무 재미있다고. 

"스페인에서는 'KIKIRIKI(Quiquiriqui)' 하고 노래해. 암탉은 Coc-co-co-Coc하고 우는 것 같아." 

아~~~ 이렇게 들리는 소리가 달라도 다릅니다. 아무튼 이런 차이점은 정말 재미있어요. 

그런데 갑자기 밤하늘에서 별이 쓩~ 하고 하늘을 가르면서 사라집니다. 우와~! 어서 소원 빌어야지!

"소원 빌자!" 


사진: pixabay

스페인이나 한국이나 밤하늘 별똥별 보면서 소원 비는 것은 똑같나 봅니다. 그런데 하늘에서 별똥별 쇼가 있는지 아주 많이도 떨어집니다. 

"한국에서는 '에스트레야 퓨가스(estrella fugaz, 쌩하게 빨리 사라지는 별)'을 뭐라고 불러?"

이렇게 묻습니다. 

"응~ 한국에서는 '별똥별'이라고 해." 

이렇게 말해주니 '똥'이라는 뜻을 아는 남편이 박장대소합니다. 

"하하하! '똥'은 카카(Caca, 스페인어로 똥)라는 뜻이야. 별이 까까한 게 별똥별이지!" 

그러자, 남편 직장 동료도 소리 내 웃습니다. 별이 찔끔하여 싼 것이 별똥별이라는 발상이 너무 재미있다면서 말이지요. 

"정말 표현력 하나는 죽인다~!!!" 

이렇게 우린 밤하늘의 별을 보면서 희한한 작별 인사를 했네요. 밤하늘과 자연, 동물, 한국말이 어우러진 마지막 날의 작별 인사였습니다. 다음날 친구는 새벽 일찍 일어나 집을 나섰습니다. 그리고 헤어졌지요. 친구는 아마 평생 별똥별이라는 한국어 표현을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이 사람들이 정말 웃을 만한 표현이 아닐까 싶어, 저도 많이 웃었네요. 

별똥별! 

덕분에 소원 몇 개 빌었는데 과연 그 소원 이루어질까요? 아무쪼록 남편의 직장동료도 섬에서 무사히 직장 일하기를 바라봅니다. 

여러분,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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