뜸한 일기/부부

맥주 좋아하는 남편 덕에 이런 맥주도 마시다니?!

산들무지개 2014. 11. 6.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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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남편인 산똘님은 맥주를 직접 담그는 브루마스터(Brew-master)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그는 맥주의 역사와 이론, 레시피 등 이제는 전문가 수준으로 올라가 버려 심지어, 다른 동네에서 수제 맥주를 만드는 초짜들까지 다 연락을 해온답니다. 


다양한 맥주 시도를 두려워하지 않아 언제나 신기한 맥주 맛보기, 맛있는 맥주 맛보기, 엄청 놀라운 맥주 만들기, 등을 시도하고 있답니다. 저도 곁에서 덕분에 아주 잘 얻어먹고 배워나가고 있답니다. 그런데 제가 엄청나게 싫어한 맥주를 맛보았답니다. 지금도 헉! 소리가 나면서....... 속에서 울렁울렁한 기운이 막 올라온다는......


보드카가 잔뜩 들어간 러시안 임페리얼 스타웃(Rusian Imperial Stout)도 아니고, 위스키 향 많이 나는 포터(Porter)도 아니며, 쓴맛이 진동하는 인디안 페일 에일(Indian Pale Ale)도 아닙니다. 그렇다고 맛난 벨기에식 맥주도 아니며, 초콜렛 향 가득한 맥주도 아니며, 오렌지 향 나는 세비야 스타일 맥주도 아닙니다. 그렇다면 제가 맛본 희한한 맥주는 무엇이냐구요? 


바로 굴 맥주입니다. 


사진: www.shinhan.eduhouse.net


아니, 아니...... 굴을 안주 삼아 먹는 맥주가 아니었답니다. 위의 사진처럼 굴 따로 맥주 따로 나온다면 참 맥주만 쏙 마실 것 같은데요, 글쎄...... 굴이 맥주 속에 들어가 있는 듯한 맥주였답니다. 그야말로 굴 맥주랍니다. 


제가 다른 것은 다 잘 먹는데, 이 굴은 정말 못 먹습니다. 특히 생굴은 말이지요. 

그래서 더 곤욕이었던 이 굴 맥주입니다. 

마치 맥주에 굴 소스를 쭈욱 타 넣은 것 같은 맥주, 그 정체를 공개하자면......


바로 요런 모습의 맥주입니다. 이 맥주는 아일랜드 포터하우스 맥주네요. 역시 아일랜드 하면 아주 강한 바닷사람 이미지가 풍겨나오네요. 사실, 이 포터 맥주는 옛날부터 부둣가에 상선이 왔을 때 일꾼들이 추위와 노동을 견디기 위해 마셔온 맥주 스타일이라고 합니다. 


이 굴 맥주는 겨우 4.6%의 도수로 부드러운 맛이었습니다. 그런데 저에게는 아흐......! 굴 맛이라 죽겠던 걸요...

굴 좋아하시는 분에게는 희소식이지만 저에게는 좀 고통이었습니다. 

 

오늘은 당신에게 다 양보할게.

어여, 어여, 맥주나 마셔......!

하며 양보의 미덕을 보인 제 속내는 모른 채 남편은 좋다고 마셔대더군요. 


그리고 다음은 남편이 직접 담근 희한한 맥주 두 가지를 소개할게요. 


1년의 숙성 기간을 거치는 흔하지 않은 맥주도 마셔봤습니다. 

산똘님이 직접 담근 러시안 임페리얼 스타웃인데요, 신기한 것이......

이 남편이 글쎄..... 이곳에 한국에서 보내온 장모님표 유기농 고춧가루를 집어넣었다는 것입니다.

↓↓↓↓↓ 


그윽한 맛의 대명사로 이렇게 큰 잔에 향을 음미하면서 마셔야 한답니다. 

또한, 향과 맛이 지독하면서도 깊어서 그냥 막 물처럼 마셔대면 안 된답니다. 

맛을 아는 미식가에게만 제공하고 싶다는 이 맥주를 남편 덕에 마시고 있습니다. 

(대박이다. 한국 맥주 회사에서 레시피 스카웃할 것 같은데..... 혼자 생각)



갑자기 호박이 왜 나오느냐구요? 

호박 맥주라고 들어보셨어요? 


남편이 담근 실험적 호박 맥주도 마셨습니다. 

이렇게 단호박을 오븐에 구워 달달한 호박을 싹싹 긁어, 맥주 담글 때 퐁당 집어넣어 만든 맥주이지요. 


이 맥주가 호박 맥주입니다. 

보기엔 별 차이가 없는 것 같죠? 

차이는 굉장하답니다. 맛이 더 풍부하고 새롭답니다. 


^^


요즘 갑자기 추워진 우리의 고산, 참나무 집에서 산똘님은 맥주가 있어 좋다네요. 

"길고 긴 겨울 월동 준비는 된 것 같아!" 하면서 말이지요. 

바로 요 맥주를 즐기면서 긴 겨울을 날 생각으로 말입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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