뜸한 일기/가족

나에게 스페인 시댁에서 보내는 시간이란...?

산들무지개 2018. 9. 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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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독자님께서 산들무지개는 "가족 장려 블로거"라고 명명해주신 적이 있답니다. 그만큼 가족애가 보기 좋다는 말씀으로 해주셨는데요, 제가 일부러 가족애를 과시한 것은 아니랍니다. 충분히 자기 삶을 즐기면서 만족하는 모든 독신자님도 멋진 삶을 누리고 있으니, 개인이 결정한 그 삶을 그만큼 존중한답니다. 그러니 다들 퐈이링~~~ 입니다. 퐈이이리링~!!!

그러게 왜 산들무지개는 시부모님이나 시누이, 시댁 식구들 뒷담화가 없을까요? 사실, 우리 시부모님도 단점이 많습니다. 시누이는 또 얼마나 성격이 다른지요! 하지만, 서로를 힘들게 하는 그 감정싸움이 없어 저는 대만족입니다. 또 다른 이가 없는 곳에서 뒷말하는 것은 제 취향과도 맞지 않고, 특별히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아 스트레스를 풀어야 할 이유도 없답니다. ^^; 

여전히 서로의 삶을 공유하고 위로하며 위안이 되는 시댁 식구들에 오히려 저는 끈끈한 가족애로 항상 부럽기만 하답니다. 게다가 시부모님 연세도 연세이니만큼, 마지막까지도 자식과 손주들과 함께하고 싶어하시는 모습이 참 보기 좋답니다. 

"만약 산드라, 누리, 사라가 성인이 됐을 때, 서로 싸우고 틀어져서 우리 보러 오는 일이 없어진다면 무척 슬플 거야. 우리 부모님도 우리 남매가 틀어져 서로 비방하고 싸우고 스트레스받으면 무척 섭섭해하실 거야. 그러니 일부러라도 자주 찾아뵙고 기분 나빠도 부모님 앞에서 참게 되는 거야."

이렇게 산똘님은 자신의 견해를 정리한 적이 있답니다.  

제가 스페인에 와 스페인 사람인 남편과 결혼하고 시댁 식구들과 안 지 벌써 16년입니다. 한결같이 처음 본 모습 그대로 저를 대해주시고, 감사하게도 배려해주신답니다. 그래서 항상 시댁에 갈 때마다 미안하면서도 좀 더 잘해야겠다는 마음이 인답니다. 

이번에도 발렌시아 시댁에 다녀왔답니다. 시댁에 갈 때마다 느끼는 이 감정은 무엇인지...... 솔직히 한국에서 느낀 가족애와는 달라 참 잔잔한 감동이 일었습니다. 


남편은 시댁에서도 자신이 만든 발명품에 손을 대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모르는 부분도 있지요! 전기 회로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더 잘 아는 사람이 바로 시아버지이신데요, 산똘님은 항상 아버지의 도움으로 문제를 해결하기도 한답니다. 

시아버지는 이렇게 인내심으로 아들이 요구하는 부분을 항상 조언해주십니다. ^^*

시댁에 머무는 시간은 친정에 갈 수 없는 제게는 어쩌면 힐링의 시간이 아닌가 싶답니다. 항상 우리가 가기 며칠 전부터 시어머니께서 어떤 음식을 먹고 싶은지 전화를 하십니다. 2박 3일 머무른다면, 그날에 해당하는 메뉴를 미리 준비하시거든요. 그래서 항상 미안하기도 하답니다. 하지만, 시부모님이 이렇게 준비하시는 과정을 상당히 즐기시니 오히려 고맙기도 하고요. 

식사 후에 가끔 설거지 때문에 우리는 싸우기도 한답니다. 

"우리 늙은 사람들이 할 일이 뭐가 있니? 시간이 남아돈단다. 그러니 설거지는 우리에게 맡기렴. 설거지할 시간마저 뺏으면 뭘 하란 소리야?"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하지만, 옥신각신 항상 제가 이긴답니다. 휴우우~ 이마저도 하지 않으면 제 양심이 염치가 없어 견디질 못하니 말이지요. 

손녀들이 커가는 모습이 그렇게 좋다고 하시는 시부모님들. 세상 모든 할머니가 손주에게 사탕 주고 싶어 하는 마음은 똑같은지, 우리 시어머니도 식사 후, 아이들에게 아이스크림을 나눠주십니다. 

아이스크림 받고 좋아하는 아이들 모습이 얼마나 즐겁게 보입니까?


정말 오랜만에 시댁에 왔는데 올여름에 자주 오지 못해 그동안 못한 수영을 힘차게 하는 아이들입니다. 가는 여름을 붙잡고 발악하듯 즐기는 모습에 시부모님도 아주 기뻐하셨습니다. 

아이들이 즐기는 모습을 잔잔히 바라보고 계시는 시부모님. 

어느새 산똘님도 합류하여 아이들과 물장구치면서 어린 시절로 돌아갑니다. 

그러게 어린 시절을 보낸 집이 있다는 게 얼마나 부럽던지요. 우리 가족은 항상 이사하여 제 추억 찾기가 정말 어렵거든요. 스페인 사람들은 쉽게 집을 내 팔지 않아 지금까지도 자기가 자라온 집이 있다는 게 참 부러웠습니다. 

물론, 우리 부모님들 먹고 살자고 항상 바쁘게 살아오셨죠! 그 시대를 누구보다도 잘 알며 안타깝고 또 부모님께 항상 고맙지만 말입니다. 


요즘 아이가 푹 빠져있는 새~ 

시어머니는 손녀가 새에 푹 빠져있는 사실을 알고 이렇게 책 하나를 꺼내줍니다. 

"우와~! 산드라. 부럽다. 할머니가 새에 관련된 책을 주셨어?" 

이렇게 말을 꺼내니 아이가 그럽니다. 

"응, 아빠가 보던 책이야."

세상에! 남편이 아이만 한 나이에 보던 책이라네요. 어쩌면 저렇게 어릴 때 물건이 남아 있던지......! 시어머니는 버리지도 않고 온전히 잘 보관도 하셨습니다!!!

1980년에 출판된 책이더라고요. 벌써 38년 전이군요! 

남편이 어릴 때 읽던 책이 아이들에게 다시 돌아와 읽히는 게 정말 보기 좋았습니다. 저도 어릴 때 손수 만든 인형 옷과 인형이 든 작은 박스가 있었지만, 이사 가면서 부모님이 다 내다 버려 정말 섭섭했던 적이 있거든요. 지금 그 인형을 물려줬으면 얼마나 좋아했을까 싶습니다. 


그런 추억이 떠올랐는지, 남편은 어릴 때 화석을 발견한 장소로 아이들을 데려 가고 싶어 했습니다. 요즘 우리 아이들이 꽂힌 게 화석 탐사이거든요! 

하지만, 세월이 변한 것은 진리이지요. 자신이 그렇게 장담하던 화석이 많던 곳은 어딘가로 사라져버리고 말았습니다. 그게 35년도 더 된 일이었으니......! 

"남편, 한국에서는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했어. 35년 전 일이니 강산이 세 번 하고도 반이나 변했으니 찾을 생각을 말라고~~~" 

이렇게 대답해줬죠. 

 

남편은 그럽니다. 

"이상하다. 분명히 이곳이었는데......! 오렌지 농장 만들면서 땅을 다 엎어버렸나 봐." 

이렇게 말하면서도 화석 찾기에 여념입니다. 그런데 하나도 찾지 못했지요. 


35년의 세월을 어제처럼 추억할 수 있는 대상이 있다는 게 참 부러운 남편입니다. 그 추억을 아이들과 함께 공유하고 자신도 늙으면 아이들이 찾아와 함께할 수 있는 공간을 꾸미는 걸 당연시합니다. 

스페인 시댁에서 느끼는 잔잔한 감동은 추억의 공유가 아닌가 싶습니다. 사람은 멀리 있으면 마음도 멀어진다고 하지 않았나요? 멀리 있어도 항상 만나기를 주저하지 않고, 전화의 끈을 놓지 않고...... 항상 연결된 그 느낌이 참 좋습니다. 남들이 사는 삶의 속도에 휘둘리지 않고, 휘말리지도 않고, 자신만의 템포로 주위를 둘러보고 여유를 갖고 진짜 사람 사는 모습을 보여주는 이들이 참 좋습니다. 소소하지만 소소한 가치가 최고의 행복이라는 걸 잊지 않고, 자식에게, 부모에게 배려하는 그 기본이 절 힐링으로 이끄네요. 

스페인 남자와 결혼하여 콩깍지 씌어서 이런 소리를 하는 게 아니라, 정말 살아보니, 스페인 사람들이 제 적성에 딱 맞다는 생각입니다. 여유와 유머, 배려를 잃지 않고, 연령과 성별을 뛰어넘어 당당하게 관계할 수 있는 이곳이 딱 제 적성이네요. (물론, 기분 나쁜 상황과 인간도 있겠지만 말입니다) 발렌시아 시댁에서 오랜만에 힐링하여 이 글 올립니다. 친정 다녀온 듯 기분 좋았던 외출이었습니다.  

여러분,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퐈이이리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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