뜸한 일기/자연

스페인 고산의 낯선 가을 날씨와 수확

산들무지개 2018. 9. 9.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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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발 1,200m 스페인 고산은 어느덧 가을이 쑤욱~ 다가와 버리고 말았습니다. 

요즘은 안개가 자주 끼고 춥고...... 좀 쓸쓸한 바람도 붑니다. 

그래서 그럴까, 마음은 조금 멜랑콜리해진 건 사실이지요.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며칠 전부터 우박에, 폭우에, 기온 하강으로 우울증 모드에 들어갈 정도로 날씨가 참 낯설었습니다. 

나는 누군가? 

나는 이곳에서 무얼 하고 있지? 

여기는 어디? 

뭐 이런 질문 같지도 않은 희한한 질문이 우울 모드를 콕콕 찌르고 있습니다. 

사람은 가끔 그럴 때가 있잖아요? 


우박이 한꺼번에 쏟아진 날. 

다 내리고 난 다음에 보니, 한쪽에 바람 덕에 쌓인 우박이 저렇습니다. 

우박 구슬이 하늘에서 와장창 떨어졌습니다. 

저게 보석이라면 얼마나 영롱하게 영원히 남아있을까? 하지만 얼음이기에 금방 녹아버렸습니다. 

저 날 인터넷 불통이 되었습니다. 물론, 텃밭의 채소도 잎에 구멍이 송송, 열매는 다 터져버리고 말았지요.  

그리고 계속되는 폭우의 연속. 

저 날에도 인터넷은 또 아웃이 되고, 덧문을 제때 닫지 않아 창으로 물이 엄청나게 흘러들어와 고생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우울 모드의 시간이 있었다면, 해가 반짝하게 뜨는 기분 업 시간도 있었다는 거죠. 

햇살에 영롱하게 익어가는 열매들.  

야생 배도 잘 익어가고......

아이들과 염소 떼의 처절한 배 따 먹기 게임도 진행되는 중입니다. 

염소가 얼마나 이 배를 좋아하는지...... 


그런 와중에 텃밭에서 따온 신선한 채소. 

토마토는 우박 맞아 다 터져버리고 물러져 버렸다는 슬픈 소식이......

하지만, 몇몇 방울토마토를 건져 다행이라는 기쁜 소식도......

파, 비트, 호박, 고추 등도 따왔어요. 

양파도 서서히 수확했습니다. 요거 며칠 먹고, 또 수확해서 먹어야겠어요. 

그리고 또 산으로 향합니다. 왜? 가을 버섯을 채취하러 가기 위해...

우박과 폭우가 내려 슬플 때도 있지만, 그 덕분에 숲에는 이렇게 많은 버섯이 또 자라고 있습니다. 

볼레투스 에둘리스 

서양 사람들이 정말 좋아하는 버섯 중의 하나랍니다. 

아몬드 맛처럼 부드러운 게 정말 부드럽고 맛있더라고요. 

이탈리아 리쪼또에 자주 들어가는 버섯 중 하나랍니다. 

이 버섯 찾기 어려운데 제 눈에는 왜 그렇게 잘 들어오는지...... 

이것도 복인가? 


그 와중에 버섯이 동그란 서식대를 이룬 요정의 서클을 만들었네요. 

저 안에서 소원 빌면 이루어진다고 해서 소원 빌어보라고 했더니.....

아이가 하는 소리가 

"나는 엄마, 아빠, 산드라, 누리아, 우리 가족 모두 죽지 않았으면 좋겠어."

이러는 겁니다. 제가 다시 해석을 해줬어요. 

"으응~ 그렇구나. 우리 가족이 다 건강했으면 좋겠다는 소리니?"

아이가 그렇다고 고개를 끄덕이더라고요. 

아니, 이 아이는 가족이 자신의 중심이라는 것을 이렇게 표현하네요. ㅜ,ㅜ 좀 감동 먹었어요. 

위의 사진. 마크로 레피오따 버섯

그렇게 우리는 이 가을의 희한한 날씨에 기분이 오락가락해졌네요. 

하지만, 언제나 가을은 수확의 계절이라고 오락가락한 마음 다잡으라고 지천으로 널린 풍성한 선물로 마음을 달래주네요. 

여러분,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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