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인 나에게 국뽕이라고 하는 외국인 친구들
소소한 생각

책을 선물 받은 아이가 조심스럽게 다가와 한 페이지를 보여줍니다. 


"엄마! 이거 한국 거야? 중국 거야?"


발명품에 대한 책이었는데 아직 글을 잘 읽지 못하는 만 7세 누리가 물었습니다. 찬찬히 보니, 한국의 측우기가 한 페이지에 걸쳐 설명되어 있더라고요. 


"응~ 이건 측우기야. 하늘에서 내리는 빗물의 양을 재기 위해 세계 최초로 발명한 물건이지."


아이가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 좋아하더라고요. 




아이에게 한국을 설명할 때는 정말 기분이 좋고 행복해지는 건 사실입니다. 그런데 갑자기 전에 유럽 친구들이 제게 한 말이 생각나더라고요. 다름 아니라 저는 스페인에서 외국인 친구들이 많았던 스페인 언어학교를 6년이나 다녔고, 유럽에서 유학 온 친구들과 함께 도자기 학교도 4년이나 다녔기 때문에 그들의 반응이 생각나는 건 어쩌면 당연하지 않을까 싶네요. 


한국에서 세계 최초 발명한 물건에 자긍심을 갖고 막~ 이야기하다 보면 분명 한 친구가 이런 말을 하지요. 


"그래~ 한국이 뭐든 세계에서 최고지. 넌 굉장한 국뽕이야."라고 말이지요. 


국뽕은 국수주의와 히로뽕이라는 단어가 결합한 신조어라고 하는데 한국을 사랑하여 한국이 최고라는 사상을 가진 사람들을 국뽕에 취했다라고들 하더라고요. 


"뭐, 한국이 뭐든 세계 최고라는 말은 하지 않았는데, 왜 그래? 있는 그대로 자랑스러워한 말을 가지고 왜 그래?"

라면서 약간 톤을 높여 화를 낸 적도 있었지요. 



그런데 알고 보니, 유럽 사람들은 국수주의를 굉장히 싫어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국수주의로 인해 많은 유대인이 희생되고, 전쟁의 여파로 굉장히 힘들어한 역사적 사실도 있었으니 말입니다. 그래서, "우리나라가 최고야."라는 말을 굉장히 조심하는 듯합니다. 인종차별을 주도하는 극우파들이 주로 국수주의에 물들어 있기 때문이지요. 


역사를 모르는 유럽 친구들은 가끔 조롱 섞인 말로 한국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한국은 어찌 됐든 미국의 도움 없었으면 지금까지 이렇게 잘 살지는 않았겠지?"

하지만 저는 다르게 이야기해줍니다. 


"그래~ 한국은 전쟁으로 큰 고난을 겪었고, 미국 도움으로 어느 정도 성장할 수는 있었지. 하지만, 미국의 원조를 받은 모든 나라가 다 잘 사는 건 아니야. 한국인 특유의 그 민족성 덕분에 성장할 수 있었어."

하고 말입니다. 

그러면 또 '과도한 국수주의자'라고 합니다. 

아니, 한국인 훌륭하다고 하면 왜 국수주의자가 되느냐 그 말입니다. 다른 나라의 사람들을 비방하지도 않았는데 말입니다. 


한국에 대해 잘 모르는 유럽 친구들은 언제나 자신의 기준에서 말하기를 좋아합니다. 그러면 저는 분명하게 이야기해줍니다. 


"유럽에서는 식민지를 만들고 제국주의로 팽창한 역사가 있어서 너희들은 국수주의를 굉장히 부끄러워한다는 걸 알아. 하지만, 한국은 시련의 역사를 딛고 불의에 항거하고, 국민 스스로가 더 나은 삶을 위해 굉장히 노력했어. 그래서 나는 한국인으로서 한국을 사랑하는 게 별문제가 없다고 봐. 난 고난과 시련을 이긴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정말 좋거든! 물론 잘못하고 실수한 경우에는 반성도 하는 그런 국민이기도 해.



Memorial Holocausto, Berlin



식민지가 아니었던 역사를 가진 이들이 뭘 알겠습니까?!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스페인이라는 나라에서도 일부 국민들은 이 나라를 굉장히 부끄러워한다는 것도 알았답니다. 마치 나치를 만들어낸 독일인처럼 말입니다. 특히 스페인 사람인 남편은 "신대륙 발견 기념일" 10월 12일에는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어 합니다. 


신대륙 발견은 분명 기념해야 하지만, 신대륙 발견으로 희생당한 많은 이들의 영혼은 어떻게 감당할 것입니까. 그래서 이날은 신대륙 추모일로 하는 게 낫다면서 무척이나 부끄러워합니다. 남편은 오히려 스페인 사람이 아니라, 발렌시아 사람이라고 하는 말을 더 자주 사용합니다. 


부끄러운 역사를 가진 이들에게 자기 나라를 사랑하기는 정말 어려운 일이지요.  


"남편, 한국인의 고난은 정말 한을 울려. 억압을 당해본 사람들은 그 느낌을 알 수 있을 것 같은데......? 비록 나는 좋은 시대에 태어나 그 억압은 잘 모르지만, 내 핏속에 흐르는 그 유전자는 알 것 같아."

남편에게 이렇게 설명도 해주지요. 


어제는 발렌시아 시댁에서 집으로 오는 길에 플라시도 도밍고의 '그리운 금강산'이 화제가 되었다는 소식을 뉴스로 봤답니다. 스페인 테너가 과연 어떻게 불렀기에 이렇게 화제가 되었을까? 싶어서 검색하여 노래를 들어보기로 했지요. 


"남편, 플라시도 도밍고가 한국의 그리운 금강산을 불렀대. 금강산은 북한에 있는 아주 아름다운 보석 같은 산이야. 전쟁으로 인해 분단된 실향민이 그리워하는 가사인데 정말 아름다워. 우리 한번 같이 들어볼까?"


그렇게 하여 블루투스를 스피커로 연결해 [그리운 금강산]을 들었습니다. 



사진 출처: KBS 뉴스



아~~~ 왜 이렇게 큰 전율이 일던지......! 금방 눈가가 촉촉해졌습니다. 정말 아름다움 그 자체였습니다. 


저는 전쟁 세대도 아니고, 실향민도 아니며, 실향민 가족도 아닌데 왜 이렇게 감동의 눈물이 나던지요! 분단의 역사가 너무 슬프면서도 안타깝기도 하고요. 


말을 더듬으며 남편에게 그랬죠. 


"남편, 노래가 정말 아름답지? 한국인의 그 애환을 이제 알 수 있겠어? 플라시도 도밍고의 혼을 울리는 목소리와 한국인의 정서를 담은 가사와 노래! 정말 환상적으로 감동이야~"


하면서 남편을 쳐다보니, 글쎄 산똘님도 눈가가 촉촉해지면서 감동을 받았더라고요. 


"남편, 나 그냥 한국 사랑할래. 한국인으로 한국 사랑하는 거 평생 할 것 같아." 


그렇게 또 한국인으로 외국에서 살면서 내가 존재하는 의미를 생각하게 되었답니다. 여러분,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이 글은 '국뽕'이라는 단어를 찬양할 목적으로 쓴 글이 아닙니다. 한글을 훼손할 의도로 이 단어를 사용한 것도 아니고요. 문맥상 현실적인 상황을 묘사하느라 쓴 단어이니 너그러이 편안하게 봐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또한, '국뽕'을 찬양하여 쓴 글이 아님을 밝힙니다. 지나친 국수주의는 좋지 않다는 것을 전제 하에 쓴 글입니다. 상식적으로 이해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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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2018.10.29 00:22 신고 URL EDIT REPLY
나라를 떠나서 외국서 살다보면
우리는 모두 다 자신도 모르게
애국자가 되어버리나 봅니다

국뽕ᆢ멋진걸요~♡
BlogIcon 산들이 산들무지개 | 2018.10.30 00:28 신고 URL EDIT
맞아요. ^^* 그냥 외국서 한국에 대해 무슨 소식이 있으면 바로 집중하여 살펴보게 되지요. ^^
BlogIcon Esther♡ 2018.10.29 00:36 신고 URL EDIT REPLY
국적과 인종, 문화, 언어를 떠나 비이냥거리고 비꼬는 사람들은 몸서리치게 싫으네요.
독일도 그런 역사로 인해 지나친 국수주의는 경멸하고 부끄럽고 창피해하다보니 애국심이 많이 약해졌다고, 그래서 일부에선 지나친 극수주의는 지양해야되지만, 조국을 사랑하고 아끼는 최소한의 애국심은 있어야 되지 않냐는 말이 있다고 하더라구요(한국에 사는 외국인들이 나와서 하는 프로그램에 나온 독일인이 그런 말을 하는 걸 봤었어요.)
이럴 땐 국뽕도 좋은 거죠.
적당한 자부심은 나라도 춤추게 해요^^
BlogIcon 산들이 산들무지개 | 2018.10.30 00:29 신고 URL EDIT
그렇죠. 저도 그 말에 공감입니다.
최소한의 애국심이 있었으면 하고요.
유럽 친구들은 자기 나라를 너무 냉소적으로 비판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물론, 우리도 우리 나라의 단점에 대해 많이 이야기하기도 하지만 말입니다. ^^
적당한 자부심, 좋습니다.
프라우지니 2018.10.29 01:58 신고 URL EDIT REPLY
조국의 부끄러운 과거를 창피해하는 국민의 자세는 바람직하지만..

한국처럼 틈만 나면 강국들이 잡아먹으려고 했던 힘없는 나라가 지금은 선진국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고, 또 한국의 역사를 보면 유럽보다 더 먼저 발명한것도 많은 나라이니 당연히 국뽕이셔도 됩니다. 저도 국뽕이 되렵니다^^
BlogIcon 산들이 산들무지개 | 2018.10.30 00:31 신고 URL EDIT
그렇다고 다른 나라 사람들을 업신여기는 것은 자중해야겠지요? 나도 당당히 서고, 그도 당당히 설 수 있는 중립적 자세도 중요하다고 보네요. ^^
오늘도 건강 유의하세요~~~
sparky 2018.10.29 08:29 신고 URL EDIT REPLY
일본인이 그럽니다. 한국은 한글자로 "한"이 많은 나라라고...
자기것이 커 버리면 상대것이 안보입니다. 자기 나라을 욕해도 그 욕한 사람은 저 깊숙히 자기 나라을 사랑 한다는것을.....
사랑하지 않으면 관심도 없지요
일부러 나서서 한국을 자랑하는건 조금 부끄러워요.
어느 나라 역사엔 위대함과 부끄러움은 존재하니까요 ^^.
BlogIcon 산들이 산들무지개 | 2018.10.30 00:32 신고 URL EDIT
그럼요, 일부러 나서서 하는 자랑보다는 꾸준히 관심을 갖고 적당한 때에 좋은 점을 알리는 일도 참 중요하죠.
내 아이 내가 혼내는 것은 당연한데, 가끔 다른 이가 내 아이 혼내면 마음이 그렇게 아픈 것과 같이, 다른 나라 사람이 한국 욕하면 욱~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봅니다. ^^ 그게 다 사랑이겠죠.
키드 2018.10.29 08:34 신고 URL EDIT REPLY
요즘 ..헬조선이라는 말이 있는데 힘이 든건 사실이지만 또 우리나라가 좋은점도 참 많은 나라잖아요.좀 긍정적으로도 생각해봤음해요.외국생활 안해봤지만 타국에 살면 고국의소식에 기쁘고 슬플일이 더러 있을것 같아요.
국뽕ᆢ저는 '갑분싸'같은 줄임말 은어 사용하는거 좋아하진 않은데 국뽕~~이라는 단어를 또 이렇게 산들님의 경우에 비추어 사용해보니 깊이 와닿네요~내 조국에 자부심을 갖는거 요즘 들어 더 중요한것같아요.
BlogIcon 산들이 산들무지개 | 2018.10.30 00:34 신고 URL EDIT
사실 정말 외국에 살면서 들려오는 고국의 소식은 기쁠 때는 한없이 기쁘고 슬플 때는 한없이 슬프고 안타깝답니다.
멀리 있다고 해서 다 잊는 것은 아니니 말입니다. 오히려 더 애잔하여 그리운 게 조국이네요. ^^
조수경 2018.10.29 12:36 신고 URL EDIT REPLY
눈시울 촉촉...찡한 울림이 있는 산들님 글에
한마음됩니다.
내가족을 욕보이면 화나는건
당연지사..이유를 풀어 잘잘못은
나중 문제인거죠.
하물며 나라는 어떻겠어요.
외국에 살면 태극기만 봐도 울림이 있다는데
물론 잘 못 된 일에는 화나고 바로잡고
그 또한 애국심이 있기 때문이죠~!!
함께 나눌 수 있는 좋은글
쉽게 내뱉기 힘든 글에 오늘도 감사합니다.^^
BlogIcon 산들이 산들무지개 | 2018.10.30 00:35 신고 URL EDIT
아~! 부끄럽습니다. 그냥 소소한 글에 제 마음을 담은 것인데...... 오해하시는 분들이 계실까봐 노심초사했네요.
사실, 그래서 가끔 글 쓰는 게 멈춰지기도 하지요. ^^;
아무튼 수경님 댓글 덕분에 정말 힘이 팍팍 나네요. 오늘도 고맙습니다.
Aaaa 2018.10.29 15:09 신고 URL EDIT REPLY
미개한 유럽애들에게 사이다 날려주셔서 ㄱㅅ
BlogIcon 산들이 산들무지개 | 2018.10.30 00:36 신고 URL EDIT
유럽인들 미개하지는 않습니다.
우리가 배울 수 있는 그들의 침착한 시선과 사고도 있습니다.
BlogIcon 호건스탈 2018.10.30 01:46 신고 URL EDIT REPLY
산들무지개님 국뽕이 아니라 자국에 대한 자부심이시네요. 스페인 사람들도 자국에 대한 자부심이 있는 것이라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산들무지개님언제나 파이팅!!
마드리드댁 2018.10.30 10:40 신고 URL EDIT REPLY
확실히 역사와 문화가 다르니 생각하는 관점도 다르네요
저도 나와 살다보니 언제나 한국이 잘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그래도 저도 누가 저렇게 얘기한다면 산들님처럼 이야기할거에요!
BlogIcon 일본사는제비 2018.10.30 15:32 신고 URL EDIT REPLY
자기들은 실컷 침략해 보고 멀쩡한 나라를 식민지로 만들어도 보고...할 거 다 했다 이거죠.

피지배 국민은 소위 "국뽕"이 강할 수밖에 없어요.
일단 경제 성장을 위해서는 국민 통합이 있어야 하는데, 그 수단이 바로 "국뽕"이거든요.
그래서 한국뿐 아니라 동남아나 남미 여러 나라도 국수주의, 민족주의가 굉장히 강합니다.
그리고 또한 도덕교육도 그런 쪽으로 가는 경향이 크지요.

대학원생 때, 마침 교직과목 담당하시는 분 전공이 태국교육 전공이었는데,
태국을 비롯한 여러 동남아 국가에서,
다민족을 통합하기 위해 일단 언어를 정비하고 그 다음에 애국심을 고취시키기 위해 도덕교육을 강화했다더군요.

서양 국가들은 자기네들 해 볼 거 다 해 봤다고 국뽕이라 뻐기겠지만 한국인을 비롯해 남미인, 동남아인에겐 살아남으려는 몸부림이라 봅니다.
우타 2018.10.30 22:39 신고 URL EDIT REPLY
공감이 많이 가는 글입니다. 유럽인들이 한국을 이해하는 방식이 상당히 자기본위적이고 일방적이네요.
2018.10.31 04:15 URL EDIT REPLY
비밀댓글입니다
향유 2018.11.01 14:22 신고 URL EDIT REPLY
저도 모르게 눈물이 흐르네요.
한 치도 다르지 않은 선생님과 저의 생각.
공감이라는 말로만은 부족합니다.

한국의 광주항쟁을 겪은 한 사람으로서
그런 어려움이 있어서
사랑하지 않는게 아니라 그래서 더욱 더
사랑하는 조국이며 고향입니다^^
이유라 2018.11.09 11:05 신고 URL EDIT REPLY
저는 일본에 살면서 거의 매일을 한국이 얼마나 나쁜 나라인지 듣고 살죠. 때로는 맞는 말도 있지만 얼마나 비열하고 악의적으로 한국을 비난하는지 가끔은 영혼이 부서져버리는 것같아요. 내 의지와 상관없이 매일 너는 나쁜 사람이라는 걸 들으며 자신의 정체성에 큰 혼란이 오기도 했는데요 일본인과 결혼해 일본에 살아야 하는 저로서는 평생 해결되지 않을 현재진행형 문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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