뜸한 일기/부부

아내를 울고 웃게 하는 짠돌이 남편의 반전 행동

산들무지개 2018. 11. 7.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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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경제 관념은 뭐랄까...... 돈이 있으면 쓰고, 없으면 안 쓰고...... 돈을 가지고 다니지 않는 날이 허다하여 때로는 난감한 상황에 부딪히기도 하는 희한한 주부입니다. 뭐 모든 주부가 돈 쓰는 능력이 탁월한 것은 아니니 말입니다. 


그만큼 제가 사는 스페인 고산에서 돈 쓸 일이 없어 무뎌진 제 경제관념이 무능력하게 보일 수도 있답니다. 대부분, 장 보러 가면 남편과 함께 장을 보기 때문에 혼자 돈을 쓴다는 관념이 없습니다. 옷을 사도 같이 사고, 가전제품도 같이 사고...... 뭐 그냥 몸이 두 개인 사람이 하나로 통합하여 돈을 쓴다고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아하~ 남편과 저는 몸이 두 개인 한 사람입니다! ^^; 


얼마나 상의하기를 좋아하는지 정말 몸서리 날 정도로 남편은 물건을 살 때 하나하나 다 상의하면서 삽니다. 그러면 제가 쿨 하게 그러죠. 


"그래! 그거 사~!" 


하하하! 어떻게 보면 부인과 남편이 뒤바뀐 것 같기도 하죠. 



그러다 한 달 전부터 저는 제 카메라가 자주 고장 나는 바람에, 새 카메라를 사려고 엄청나게 정보를 찾아가면서 이것저것 인터넷으로 살펴보기 시작했습니다. 수리하여 한 번 고쳤는데도, 자주 고장 나서 중요한 여행에서 사진을 못 찍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거든요. 게다가 한국 잡지사에 원고 송고할 때 좋은 사진은 필수이기에 열심히 좋은 사진기이면서도, 가격이 적당한 물건을 찾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여행용 삼발이 하나도 샀죠. 아직 카메라는 어떤 것을 사야 할지 고민만 하고 있었고요. 


택배가 온 날, 남편이 그럽니다. 


"삼발이?!"


"응! 내가 쓰려고......! 곧 새 카메라를 사고 싶거든. 내가 봐둔 카메라가 있는데 한 번 봐줄래?"

하면서 두 카메라의 기능과 성능, 가격을 비교하면서 보여줬습니다. 



그러자 남편이 심각해지면 그럽니다. 


"저 카메라 고쳐 쓰면 안 되나?"


"응, 카메라 이상 현상이 자주 있어서 아무래도 수명을 다하는 것 같아. 여행할 때 세 번이나 작동하지 않아서 날려버린 소재들이 너무 아까울 뿐이야."


그랬더니 남편이 웃지도 않고 그냥 묵묵부답입니다. 왜 그럴까? 


아니! 이 남자가 내가 카메라 사는 게 못마땅해서 그러는구나! 하긴, 제가 원하는 카메라가 그렇게 저렴한 편이 아니라, 남편도 망설여지는 게 눈에 보였습니다. 


산똘님은 회사에서 새 유니폼을 공짜로 줘도 자기 유니폼이 멀쩡하면 일부러 받지 않는 사람입니다. 쓸데없이 받아둬서 뭐 하려고? 하면서 무엇이든 아끼는 사람이지요. 짠돌이와 구두쇠가 합성했지만, 또 공생 가능한 소비, 재생 가능한 소비를 아주 좋아합니다. 한마디로 뭐든 아끼는 착실(?)한 모범 시민이랍니다. 



▲ 남편은 쓸데없이 돈 쓰는 일을 싫어한답니다. 

돈을 쓰지 않고 해결하는 일을 아주 좋아하지요. ^^


산들무지개의 Vlog입니다. 

자주 오셔서 감상하고 가세요. 

여러분께 보여드리지 않은 많은 영상이 기다리고 있어요. ^^





'아~~~ 또 무슨 트집 잡으려나!'

속으로 이런 생각을 했죠. 


그러자 남편은 그럽니다. 


"하루만 시간 좀 줘 봐, 제발~!" 


두 손을 빌듯이 제게 부탁을 하는 겁니다. 하루 시간을 줘서 도대체 뭐하겠다고 그러는 거지? 나는 어느 카메라를 살까 고민하는 시점에...... 하나를 정해야 살 수 있는데...... 아무래도 이 남자가 내가 사진기 사는 게 못마땅한 거야~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죠. 


그리고 하루가 지났습니다.......


"남편, 빨리 결정해줘. 어떤 카메라를 사야 할지......! 내가 마음에 드는 카메라는 이 카메라야. 이미 결정했어. 이제 사자고! 다음 달 브뤼셀 여행갈 때 좋은 작업하고 싶거든!

이렇게 재촉을 했더니...... 남편이 하는 말이.....


"잠깐만!" 

하고 또 미루는 겁니다. 


한숨이 새어 나옵니다. 


'아휴! 정말 소비에 답답한 유럽인이야.'


그런데 남편이 웹 사이트 하나를 열고 그럽니다. 

"있잖아. 일단 사야 하는 거라면 키트 세트로 파는 합리적인 가격의 물건을 사자고. 이봐. 여기는 250유로 더 비싼데 가방이랑 광학 렌즈, SD카드 끼워서 팔고 있어. 이거로 사~"

그럽니다. 


에잉? 250유로나 더 돈을 주고 고급 렌즈 하나 더 끼운 이 카메라를 사라고? 순간 믿을 수 없었습니다. 아~~~ 아내가 작업하기 좋게 광학 렌즈까지 사라고 하니...... 일단은 쿨 하게 그랬죠. (속으로는 쾌재를 부르면서)


"알.... 았.... 어...... 사자고!" 


하하하! 한국인 특유의 그 성질 급함이 제게 있었나 봅니다. 빨리 사고 빨리 작업해보고 싶었던 욕심에 남편에게 명령하듯 사자고 했으니 그저 미안함이 가득했습니다. 남편의 뇌 구조가 제 뇌 구조와 달라서 가끔 돈에 대한 관념이 달라 고생하는 적도 한두 번이 아닌데요, 예를 들면 택시 탈 때 돈 조금 더 내고 바로 택시 타는 저에 비해, 남편은 돈 적게 내려고 맞은 편 건너서 좀 기다렸다가 택시를 타는 그런 유형입니다. 


아무튼, 하루 기다려주니, 남편이 이런 세세한 정보까지 찾아 저에게 도움을 주고, 좋은 가격에 좋은 물건을 사게 되었네요. 역시, 남편의 안목에 박수짤을 넣고 싶을 정도로 손뼉을 쳐주고 싶어지는 순간입니다. 남편! 고마워~! 


역시, 유럽인 특유의 좋은 물건은 비싼 돈을 줘도 아깝지 않을 정도가 되도록 소비하는 그 습관이 남편에게 있었네요. 빨리 써서 갈아치우는 것보다 참았다가 좋은 물건 사서 오래 오래 오래 사용하는 그런 습관이 있어서 남편은 더 좋은 물건을 찾은 것 같습니다. 그 물건을 찾기 위해 제게 하루만 시간을 달라고 한 것이지요. 


여러분,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시고요. 

하루하루 건강 유의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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