뜸한 일기/먹거리

스페인 고산, 우리 부부가 수확한 '무'로 김치와 시래기 완결!

산들무지개 2014. 11. 10.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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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여러분, 주말을 잘 보내셨나요? 우리 부부는 열심히 김치 담그느라 또 휴일 시간을 후다닥 보냈답니다. 


요즘 남편이 '김치병'에 걸려 김치 담그는 데에 열을 올리고 있답니다. 스페인식 채소 절임과 한국식 발효 음식, 김치의 조화로 채소밭에서 나는 모든 채소는 김치로 담그자고 노래를 부르고 있습니다. 사실, 한국식 발효 김치가 더 입맛 당기는 것은 사실이고, 또 자기가 담그는 식초 절임이나 소금 절임은 이제 질렸다고 한국식으로 먹자고 난리입니다. 


지난번 브로콜리로 김치를 담근다고 엄청 희한하게 절 보더니, 김치 맛이 좋았는데 이제는 모든 채소로 김치 담그자고 난리입니다. 요즘 육아가 좀 수월해지니 이제야 저도 살림에 신경을 쓸 수 있어, 지난번에는 근대 김치도 만들었는데 남편이 굉장히 좋아하더라구요. 특히 근대 김치는 찌개로 해먹으니 그냥 뿅 눈에 하트(♥.)가 뿅뿅 들어오더군요. 


♧ 관련 글 

"한국인은 별걸 다 먹는다는 외국인 남편"

http://blog.daum.net/mudoldol/648



우리는 채소밭을 가꾸면서 여러 해 배추를 심으려고 상당히 노력했답니다. 

기후에 따라 이곳의 날짜는 북반구 배추 심는 지역과는 달라 여태까지 언제 심어야 하나 아직 적절한 시기를 찾지 못했답니다. 잘 자라난다 싶은가 하면, 어느새 여름이 와 꽃이 피지를 않나, 유기농 지향한다고 농약을 치지 않으니 벌레가 와 잎을 다 갉아 먹지를 않나....... 배추 농사를 잘 지어봤자, 우리에겐 겉절이 밖에 없다는 것! 그래도 그 겉절이가 뭐야? 좋아요! 


그러다, 무를 심기로 작정했습니다. 


7년 전 처음으로 채소밭을 일군 해는 무 농사를 엄청나게 잘됐답니다. 그리고 그 후로? 한 번도 제대로 수확한 적이 없었습니다. 두더지가 갉아 먹거나, 애벌레 천국이 되거나, 병에 걸리거나....... ㅠ,ㅠ 산 넘어 산인 무 재배하기였답니다. 


그런데 올해는 기적이?! 할렐루야!!!



저기, 쌍둥이 아이들이 뛰어노는 곳이 양배추와 브로콜리를 심어놓은 곳이고, 

바로 옆에 풀 많이 자란 곳이 무를 심은 곳이랍니다. 


요렇게 말입니다. 

이 무를 열심히 수확했답니다. 

ㅇ.ㅇ 

눈이 동그랗게 떠지면서 우와! 이건 기적이야, 했습니다. 

글쎄 무가 아주 잘 자라주었기 때문이지요. 

겉에서 보기엔 아주 멀쩡한 것이 남편이 옆에서 총각김치를 하자고 난리를 부리더라구요. 

자신은 총각김치가 배추김치보다, 깍두기보다 맛있다네요. 

왜 그런지는 잘 모르겠어요? 

총각 신세가 그리워? 


기분이 좋은 것이 무 상태가 김치를 막 불렀습니다. 

"어서 우릴 김치로 만들어주세요!" 하고 말이지요.

산똘님은 스페인에서는 무를 겨우 '채소 육수'를 내는 데에만 사용하여 무의 맛을 모르겠다고 했는데, 

한국식 무 요리를 보고는 신세계 발견한 듯이 좋아했답니다. 

뭇국, 무 무침, 단무지, 깍두기, 총각김치 등등등.......


우리는 무밭의 절반만 수확했답니다. 

너무 많으면 다 먹지 못하고 버릴 수도 있으니 아까워, 일단은 땅에 박아두자며 두고 왔답니다. 

아직 아이들이 어려 많이 먹지 못하니 우리 두 부부가 먹기에 참 많은 듯했답니다. 


그런데 보고 있자니 이파리와 줄기가 어찌나 거대하게 다가오던지.......

저 잎을 다 가지고 김치를 하자고 남편은 옆에서 조르기만 하고, 

전 차마 이 굵은 줄기로 김치를 하면 맛있을까? 의문이 들었답니다. 


그러다 갑자기 뇌에 불이 짜자잔! 켜지면서....... 아하! 시래기가 있었지! 

하며 호들갑스럽게 남편에게 이 잎을 시래기로 만들자고 제안했습니다. 


시래기?! 산똘님은 깜짝 놀라, 정말 이 잎을 먹을 수 있는 거야? 

김치 말고 다른 용도로 사용할 수 있다고? 하면서 놀라더군요. 

아니, 이 시래기 국을 한국에서 먹은 것 같더니 기억을 못 하더라구요. 

그래서 잘 다듬어 끓여서 말린다고, 그것을 겨울에 국으로, 나물로 먹을 수 있다고 이야기해줬습니다. 


"우와! 좋은 생각이야!" 

사실, 스페인에서는 아무도 이 무 잎에 관심이 없답니다. 

그냥 동물 먹이로 주지, 누가 식용으로 먹는다고 하면 깜짝 놀라지요. 

그런데 산똘님은 열심히 우리 손으로 키운 채소를 알뜰히 먹는 것을 소중하게 생각하는지라 

이 방법을 놀라면서 "따봉! 무이 비엔!"이라며 외쳐댔습니다. 


그 외침에 우리 고양이들이 의아하게 쳐다보더군요. ^^


근처에 놀던 공주님들도 다가와 엄마와 아빠를 번갈아 봅니다. 


이 무는 엄청나게 커서 단무지로 해먹어야지, 다짐했어요. 


달팽이야! 너도 탈출해라. 

잠시 후에 뜨거운 물에 들어갈 수도 있거들랑......


아! 그런데 총각김치는 글렀다.

그냥 깍두기로 해먹기로 혼자 결정을 했답니다. 

보통 유기농으로 키우는 이 무는 완전한 것이 없어요. 

벌레가 파먹은 곳이 있어 잘 다듬어서 김치를 해야 했답니다. 


다듬다 보니, 이런 무도 나오네요. 

헉?! 넌 뭐니? 


두더지가 한 짓도 아닌 것 같고.......

미스터리로 남은 무의 속입니다. @.@!


아! 이것은 총각김치로 만들 수 있겠다, 하면서 

다듬었습니다. 


다 다듬고 나니 이런 모습이!!!


우와! 부자가 된 기분이야. 

이것이 김장이라는 것이지? 

배추는 없어도 무로 이렇게 김장을 하다니?! 기분이 좋았습니다. 


그래서 깍두기와 총각김치 몇 개 혼합하여 김치를 담갔습니다. 


짜잔! 완성된 모습


앗! 할 일이 더 남았어요. 

시래기로 하는 것! 

일단은 조금만 가져와 시범으로 만들어봤어요. 


밤사이 장작 난로 위에 올려놓고 말렸습니다. 

저기 탄 부분도 있지만, 어?! 이것이 나물이구나, 싶은 것이......

이렇게 잘 말려졌어요. 

그래서 나머지 무청으로 다 시래기로 만들기로 했답니다. 


이 냄비가 어디서 났지? 

큰 냄비가 없다고 하니, 산똘님이 길에서 주워온 어떤 냄비를 내놓네요. 

맥주 담글 때 쓰는 용기가 되어버렸는데, 이렇게 대량으로 삶은 용도라며 자랑하네요. 


무청을 무사히 삶고......

태우지 않으려고 자연광과 바람에 말리려고 빨래 대를 열었습니다. 


그러자 갑자기 산똘님이 막 후다닥 소리를 지르면서 밖으로 나갑니다. 

"이너메 체케!!!" 하면서 말입니다. 


이너메 체케? 네! 한국말을 흉내낸 것인데......

다시 풀자면 '이놈의 새끼!'입니다. 

우리 고양이가 막 널기 시작한 시래기를 뜯어 먹기 시작한 것이지요. 


아이고, 요것들! 너희들 양 떼도 아니고, 떼로 몰려와 시래기를 먹냐?!


둘이 좋다고 우적우적 씹어먹는 것을 보니, 

"한국식 시래기가 세계적인 맛(?)인가 보다!" 하며 남편이 농담을 하네요! 


맛있는 것을 어떡해요? 


아이고, 이 일도 대단한 일이구나, 싶었습니다. 

그러다 요즘 어느 포스팅에서 파 뿌리도 먹는다는 이야기를 산똘님에게 해주었습니다. 

파 뿌리를 잘 잘라 여러 용도로 쓸 수 있고, 말려서는 끓는 물에 우려내어 감기 예방에도 좋다고 하니, 

산똘님이 식겁 놀랍니다. 


"대단해! 대단해! 한국인은 정말 별걸 다 먹어!"


"그런데 너무 아깝다. 이미 우리는 양파를 다 수확했는데, 양파 뿌리도 파 뿌리와 같은 것 아닐거야?

진작 알았으면 그 양파 뿌리 다 말렸을텐데......!"

그러네요. 

 

그런데 사실 저도 참 신기했답니다. 

한국에서는 여러 형태로 여러 종류의 나물 및 채소를 저장하고 말리는 방법이 있으니 말이에요. 


파 뿌리를 먹는다는 이야기에 놀란 남편은 화단에 심어놓은 파를 보고 씨익 웃더라고요. 

"나도 파 뿌리 한 번 먹어보고 싶어!" 


올 겨울에는 아마도 파 뿌리와 시래기로 멋진 요리가 많이 나올 것 같네요. 


오늘도 신 나는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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