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이야기/생활, 문화

초대받고 간 스페인 가정에서 김밥 만들기

산들무지개 2017. 9. 10. 0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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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번 마드리드에 갈 때마다 집으로 초대하는 스페인 가족이 있습니다. 아이들도 셋이라 민폐 끼치기 싫어, 매번 미안하여 호텔에서 보냈는데요, 이번에는 정말 같이 보내자고 진지하게 연락을 해왔습니다. 휴가를 보내기 위해 마드리드 근교 도시에서 여러 날을 보낸 우리 [참나무집] 가족은 산똘님 사촌 여동생 가족을 만나기 위해 그곳으로 향했습니다. 

전형적인 마드리드 맞벌이 부부라 볼 수 있는 이 가정에 초대받아 갔을 때 그 집 아이들은 아직 방학이라 집에서 할머니와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아무리 사촌 여동생 집이라도 시어머니도 계신데 너무 민폐 끼치는 것은 아닐까?" 

이렇게 산똘님한테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우려를 했습니다. 여동생 시어머니께서는 시골 마을에 계시다 아이들 개학할 때까지만 봐주신다고 하네요. 그런데 직접 만나 뵈니 우와~! 85세의 그분은 여느 젊은이 못지않은 식견과 감성을 가지고 계셨지요! 

그럼, 그 이야기 지금부터 시작할게요~! 

일단 스페인 대도시를 떠난 근교의 주택의 특징은 이렇답니다. 위의 사진처럼 아파트는 이웃 공동체로 관리되며 이렇게 적은 인구의 세대가 함께 삽니다. 

​한국과 비교하면 아파트 단지의 여러 채의 아파트가 아닌, 이렇게 적은 층수의 한 동이라고 표현하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독립된 주택 단지에 사는 사람도 있지만, 이렇게 여러 세대가 함께 관리하고 사는 곳도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우르바니자시온(Urbanización)이라고 합니다. 

​스페인에서는 이런 아파트 형태가 흔한데요, 특징이 여름이 긴 나라답게 아파트 야외 수영장이 따로 관리되고 있었습니다. 물론, 아파트 거주민이 사용하지만, 우리처럼 초대되어 온 손님들도 마음껏 드나들 수 있는 곳이랍니다. 이곳은 수영장 외에도 야외 바비큐장도 있어 한가한 주말에는 각자 음식을 싸 들고 나와 이웃끼리 즐길 수도 있다고 하네요. 

그곳에서 우리 아이들도 수영을~. 

신기했던 건, 수영장을 둔 모든 아파트는 의무적으로 수영구조대원을 두어야 한다고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아예 수영장 문을 열 수가 없다고 하네요. 

이렇게 스페인 가정에 초대받아 갔으니 뭘 하면 좋을까 싶었습니다. 그래서 곰곰 생각해 보니, 다 함께 요리할 수 있는 일을 하면 좋겠다고 생각되었답니다. 스페인 사람들은 의외로 다 함께 하는 일을 굉장히 좋아하니 말이지요!

​그래서 마드리드 아시아 마트에서 부랴부랴 김밥 재료도 샀습니다. 김과 단무지, 시금치, 치즈, 당근, 달걀부침, 소시지. 기본이 되는 재료는 다 구할 수 있어 얼마나 신나던지!!!

그럼 어여 밥하고 재료 손질하여 준비해볼까? 하고 신나게 준비하여 드디어 김밥을 싸기 시작했습니다. 

모두들 기회는 찬스다! 하면서 식탁에 둘러앉아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면서 김밥 만들기를 배웁니다. 역시, 먹는 음식 만들면서 나누는 대화는 정말 즐겁습니다. 특히 한국 관련 이야기가 이 틈을 타고 봇물 터지듯 쏟아지거든요. 

​85세의 산똘님 사촌 여동생 시어머니께서도 열심히 김밥을 만드셨습니다. 오히려 제일 좋아하신 분이 아닌가 싶어요. 

"한번도 먹어보지 못했는데 이 기회에 한번 먹어봐야지. 그것도 내 손으로 직접 만들어 먹는 게 아주 좋은 일이지. 내가 죽기 전에 한국 김밥을 만들지 누가 상상했겠어?" 

​​보통 나이 드신 분들은 다른 나라 음식을 꺼리시던데 정말 좋아해 주셔서 제가 행복했습니다. 게다가 청각장애 아이들을 가르치신 특수학교 교사이셨던 지라 아이들과의 소통도 인내로 잘 대해주셨습니다. 같이 산책하러 나가면서 들었던 젊은 시절의 무용담은 마치 소설을 읽는 듯했지요. 

짜잔~! 열심히 김밥을 말고 인증샷 찰칵~! 다들 좋아해 줘 정말 기뻤어요! 

어때요? 예쁜 김밥인가요? ^^* 직접 김밥을 말았기에 더 맛있게 느껴졌던 김밥입니다.

이렇게 그날 우리는 맛난 김밥을 다 함께 같이 만들어 먹었습니다. 가만 보니, 스페인 사람들은 이미 되어진 결과보다 함께 하는 그 과정을 굉장히 즐기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김밥도 한 사람이 죽도록 만들어 여러 사람을 먹이는 것보다는 여러 사람이 다 함께 만들어 함께 먹는 것을 더 즐거운 일처럼 느끼는 듯했습니다. 

정말 신선한 충격으로 친구가 된 할머니이십니다. 나이가 많다고 우리는 그냥 할머니, 할아버지라고 일반화할 수 있는데요, 이번에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나이가 많다고 해도 생각은 젊은이 못지않은 분들이 많다고...... 

"다음에는 내가 사는 마을에 한번 놀러 와."

하셨는데...... 그 마을에 다녀온 이야기는 차차 여행이 정리되는 대로 올리겠습니다. 아주 깜짝 놀랄 축제를 하는 마을이었거든요. ^^*

그리고 그다음 날, 우리 가족은 아이들 방학 막바지를 위해 다 함께 데리고 나와 이곳저곳 왕궁이 있는 아란후에즈(Aranjuez)에 다녀왔답니다. 이곳도 정원이 아름다워 떠나고 싶지 않았던 곳이지요. 

여러분, 즐거운 하루 되시고요, 저는 아직도 여행 중이며 이제 막바지에 다다랐음을 알립니다. 아이들 개학하고 한가해지면 쌓아둔 이야기보따리 하나둘 풀기로 하겠습니다. 

그리고 위의 포스팅처럼 스페인 가정에 초대받아 가게 된다면 김밥 만들기 강추해드립니다. 아이들이나 어른이나 다들 좋아하는 이벤트였습니다. ^^*


블로그에서는 하지 않은 맘껏 수다방으로 놀러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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