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이야기/음식, 식재료

한국과 달라 답답해 보였던 스페인 사람들의 신기한 칼질

산들무지개 2018. 6. 10.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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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이 미식의 나라답게 칼질하는 방법도 참 다양했습니다. 스페인 사람들은 어릴 때부터 칼로 과일을 깎아 먹기 때문에 칼질이 그렇게 서투르지는 않지만, 어떤 때는 특이한 방법으로 재료를 다듬어 참 놀라기도 한답니다. 여기서 특이하다 함은 한국에서 본 적이 없어 처음에는 참 답답하게 느껴지던 칼질이었습니다. 

스페인서도 음식에 따라 어슷썰기, 채썰기, 깍둑썰기 등 다양한 방법으로 재료를 손질하는데요, 제가 처음으로 본 써는 방법은 재료를 손에 잡고 하나씩 하나씩 도려내듯 써는 방법이었습니다. 

처음에 스페인 시어머니께서 껍질을 깎은 감자를 왼손에 들고 오른손으로 도려내듯이 깎는 모습을 보고 조금 놀랐답니다. 

'어? 왜 어머님은 답답하게 한 번에 썰지 않으시고, 일일이 하나씩 부분을 도려내면서 써실까?' 생각했었죠. 

아마 저 같은 한국 사람은 합리적이고 실용적으로 빨리 썰기 위해서는 도마 위에 올려놓고 반달썰기를 후다닥 할 텐데 말이죠


▲ 위의 사진처럼 저렇게 감자를 잡고 썰더라고요.

아니나 다를까 남편이 시어머님이 하던 방법, 그대로로 감자를 써는 모습을 목격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남편의 감자를 뺏어 제가 쉽게 하는 방법을 보여줬죠. 

"남편~ 왜 이렇게 답답하게 도려내면서 하나씩 하나씩 칼질을 해? 내가 쉽게 도마 위에 올려놓고 썰어주지." 

이렇게 의기양양해서 말하면서 도마 위에서 반달썰기로 깨끗이, 그리고 빨리 재료를 썰어서 대령했습니다. 그랬더니, 남편이 하는 말이...... 

"이렇게 썰면 맛이 없어~"

헐~~~ 같은 감자이며, 답답해 보여서 썰어줬더니 이렇게 썰면 맛이 없다니요!!! 

처음에는 놀랐습니다. 같은 감자를 썰었는데 뭐가 그리 다를까? 싶은 게 말입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믿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발렌시아 사람들이 이런 방법으로 자주 칼질을 하는 것을 봤습니다. 왜 그럴까, 싶었습니다. 샐러드에 넣을 토마토를 자를 때에도 같은 방법으로 잘라서 좀 신기했지요. 

그런데 하는 말이, 

"토마토를 이렇게 도려내듯이 자르면 씨 있는 부분과 살 있는 부분이 잘 조화를 이뤄서 좋아. 혹시 잘못 자르면 씨 있는 부분이 몽땅 떨어져 나가서 맛이 없거든." 

▲ 스페인 시어머니가 준비하신 샐러드. 토마토와 아보카도는 도려내듯이 잘라냈고, 샐러드 상추는 칼로 뜯어내듯 잘라냈습니다. 양파도 도마에 올려 자르지 않고 손으로 들고 칼로 베어 잘라내더군요. 

정말 신기했습니다. 아니, 이런 미세한 부분까지도 맛으로 결정 짓는다는 사실에...... 그런데 스페인 사람들의 부엌일 하는 모습을 보면 대부분 도마 위에 올려서 자르지 않고 손으로 들고 칼로 일일이 채소를 자르더라고요. 한국에서는 그렇게 일반적이지 않는 모습인데 스페인 사람들은 도마 사용보다 칼을 들고 사용하는 일상이 참 많은 듯했습니다. 

지난번 스페인 친구가 왔을 때도 같은 방법으로 감자를 잘라 또 신기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일일이 하나하나 감자 들고 도려서 깎는 친구의 모습 

그 결과가 위의 사진과 같습니다. 결국 한쪽은 날카롭고 중간은 뾰족 올라가서 살이 두툼하게 나온 것이지요.

 

한국에서는 전혀 본 적이 없는 이 칼질이 결국은 맛을 결정하는 중요한 칼질이라고 하는데 그 이유는 이렇답니다. 

"감자를 이렇게 자르면 기름에 볶거나 튀겼을 때 한쪽이 얇아 잘 구워져 바삭바삭하고, 두툼한 곳은 잘 익어서 질감이 참 좋아. 그래서 더 맛있는 거야."

시어머니께서는 감자를 이렇게 잘라서 물에 삶기도(끓이기도) 하십니다. 그럴 때는 또 이런 이유를 대십니다. 

"감자를 이렇게 자르면 전분이 잘 나와서 맛이 훨씬 좋아져."

저야 원래 감자를 그렇게 좋아하지 않아 그 미묘한 차이를 잘 모르겠으나, 스페인 시어머니는 그렇게 생각하시네요. 

그런데 어느 순간, 저도 스페인식 칼질을 하고 요리하니 오호~!!! 그 느낌을 조금은 알겠더라고요. 그냥 반달썰기 하여 볶은 감자보다 이렇게 도려내는 식으로 자른 감자가 훨씬 맛이 좋다는 사실을...... 그 사실을 알았을 때 정말 신기했습니다. 

스페인식 도려내는 칼질을 해보니, 요리할 때 확연한 차이를 느낀 감자볶음이었습니다. 

얇은 곳은 바삭한 튀김의 맛을, 도톰한 곳은 잘 씹히는 질감의 부드러운 맛이......! 

이제서야 왜 다들 답답해 보이는 칼질을 고집하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나름대로 스페인 사람들만의 입맛이 있었던 것이지요. ^^* 여러분도 한 번 해보세요. 정말 다른지 실감해보자고요. 

제게는 정말 신기했는데, 여러분은 어떠셨나요? 

추신. 한국에서도 뭇국 끓일 때 이런 방법으로 한다고 독자님들이 제보를 해주셨네요. 하지만, 스페인에서는 이런 칼질이 일반적으로 생활화되어 있어 스페인 칼질이 신기하게 보여 이 글을 쓰게 된 것입니다. 

한국에서는 보통 도마 위에 올려놓고 자르는 방법이 대부분이잖아요? 

제가 스페인 생활을 하면서 본 주위의 현지인들 칼질은 도마보다는 손으로 잡고 하는 칼질이 더 많더라고요. 상추, 당근, 호박, 양파 등 손으로 잡고 칼질하는 스페인 사람들이 제게는 참 신기해 보여 쓴 글이니 너무 뭐라고 하지 말아주셨으면 합니다. 게다가 제가 한국에서 살던 지역에서는 이런 칼질을 매일 하지 않으니 얼마나 신기했겠어요? 좀 편안하게 읽고 댓글 달아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오늘도 행복 가득한 하루 되세요.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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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의 글 내용의 이해를 위해 영상으로 한번 만들어봤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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