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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 25

우리 부부가 이것 먹을 때 국적 상관없이 행복해지는 이유

여러분, 편안한 주말 보내고 계시는가요? 저는 정말 설레는 주말을 보내고 있답니다. 많은 분이 드디어 제 책을 받았다고 실시간 소식을 날려주셔서 말이죠. 얼마나 기쁘고 설레는지 모르겠습니다. 아직 글쓴이는 책을 받아보지 못했지만, 반응이 궁금하여 미치겠습니다. ^^* 어쨌거나 기쁘게 독자님들이 편안하고도 즐거운 마음으로 제 책을 읽어주셨으면 한답니다. 주말이라 저도 가벼운 마음으로 소소한 에피소드 하나 올릴게요. 해발 1200m 스페인 고산평야에 사는 우리 가족은 한국과 스페인 국제 부부가 가정을 이루었습니다. 그래서 가끔 문화 차이로 당황하는 경우도 있고, 그 차이를 융합하여 새로운 전통(?)을 만들어내는 경우도 있답니다. 스페인은 많은 부분 정서적으로 한국인과 아주 잘 맞아서 사실 큰 부담이 없답니다..

남편이 깜짝 놀란 한국인의 젓가락 사용 능력

한 독자님께서 '부부는 닮아간다더니 감기 걸리는 것도 닮았다'고 댓글을 달아주셔서 한참 흐뭇한 미소를 지었습니다. 사실, 우리 부부가 정말 닮아가구나 싶기도 하고...... 몇 년 전 한국에 갔을 때 어느 할머니께서 우리 부부를 보시더니, "둘이 왜 이렇게 닮았냐!" 하시고 놀라기도 한 일화가 있어 한참을 웃었습니다. 우리는 서로의 얼굴을 보면서 정말 우리가 닮았다고? 하면서 막 웃었거든요. 어쩌면 그 할머니께서 하신 말씀이 상징적으로 닮았다는 것은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답니다. 할머니께서는 이미 우리 부부의 공통 적성을 알아보시고 하신 말씀이 아닐까요? ^^*그렇게 우리가 만났을 때를 생각하다 보니, 어느덧 재미있는 일화 하나가 떠오릅니다. 국제 부부 16년 차인 우리에게 산똘님은 문화적 차이로 멘붕 온..

정말 고마운 남편의 외조

아시는 분은 아시고, 모르시는 분은 모르실 산들무지개의 책이 곧 출판된다는 사실. 그 일 때문에 생긴 에피소드가 되겠습니다. 다름이 아니라 요즈음 교정 작업이 한창이라, 저자인 산들무지개는 집중하여 원고를 읽고 또 읽고 눈을 부릅뜨고(?) 교정을 해야만 했답니다. 편집인께서 열심히 진행하신 덕에 멋진 원고로 거듭나 아주 만족스럽지만, 항상 오류는 있는 법이니까요. 그래서 일에 집중해야 할 시간을 마련하는 게 제게는 큰일이었답니다. 그런데 남편이 옆에서 하는 소리가......"일에만 집중해~, 다른 집안일은 내가 다 할게~!" 이러는 게 아닌가요? 사실 산더미처럼 쌓인 설거지를 하고 있는데 남편이 와서 막~ 말리면서 이런 소리를 했답니다. "오?! 정말?!" 속으로는 기분이 좋아져 슬쩍 집안일을 뒤로 하고..

벨기에 맥주 도서관(?) '쿨미네이터(Kulminator)'

여러분, 그동안 잘 지내셨나요? 지난번 약속드린 것처럼 벨기에 여행담을 올리겠습니다. 이번 여행은 뭐니 뭐니 해도 수제 맥주의 달인인 남편을 위해 함께한 여행이 되겠습니다. 여기서 오해하지 마세요~! 맥주를 좋아하는 것은 술에 취해 휘청거린다는 뜻과는 다르다는 것을요. 커피 매니아에게 좋은 커피는 그 향과 맛을 음미하는 것처럼, 맥주 매니아에게도 다양한 맥주의 세계를 발견하여 맛과 향을 음미하는 즐거움이 있다는 것을 여러분께 알려드립니다. 벨기에 맥주는 영국 맥주나 독일, 체코 등지의 맥주와는 아주 다른 특징이 있답니다. 여러분도 드셔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벨기에만큼 독특한 맥주는 없을 듯도 하답니다. 물론, 요즘 미국 맥주가 새로운 맛을 선보이면서 맥주 세계에서 우위를 점령하고 있기는 하지만 말입니다..

여행 이야기 2018.12.19

우리 부부의 벨기에 여행

여러분, 그동안 잘 지내셨나요? 우리는 잘 지내고 있답니다. 오늘은 그냥 짧은 안부 인사 먼저 올릴게요~~~ 사진으로 휘리릭 감상하시면서 그간 있었던 일을 전할게요. 다름이 아니라 우리 부부는 5박 6일의 일정으로 부부 여행을 떠나왔답니다. 아이들은 할머니 집에서 보내고 있고요. 5박 6일 짧으면 엄청나게 짧고, 길면 또 엄청나게 긴 일정입니다. 일 년에 한 번은 우리 둘만 여행할 기회를 잡고자 노력한 끝에......작년 더블린에 이어 올해 벨기에까지 여행하게 되었습니다. 벨기에......생각만 했지, 실제로 와본 적이 없었던 곳.사실 오고 싶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었던 나라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해외여행은 역시나 설렙니다. 브뤼셀에 터를 잡고 우리 부부는 겐트, 브뤼헤, 안트페르펜 근교 ..

스페인 시어머니가 물려주신 46년 된 토스트기

세상에!!! 토스트기가 46년도 더 넘었다고요? 네~! 세상에!!! 제 나이보다 더 많은 토스트기입니다. 제가 태어나기도 전에, 우리가 인연이 있기도 전에, 스페인 시어머니께서 사신 토스트기입니다. 헉?!!물론, 전기 토스트기가 아니라 수동인 불에 직접 올려 달구는 형태의 토스트기랍니다. 정말 신기하죠? 제가 신기한 건 어떻게 버리지도 않고 그렇게 오랫동안 보관하실 수 있었나~ 하는 거였어요. 세월이 지나 전기 토스트기를 쓰는 시절이 엄청나게 빨리 왔는데도 시어머니께서는 몇 개의 전기 토스트기를 갈아치우는 사이에도, 이 수동 토스트기를 버리지 않고 간직해 오셨습니다. 뭐, 간단하게도 망가지지 않고 쓸모가 있어 버리지 않았다는 게 답이지만 말이지요. 스페인 사람들은 물건이 망가지지 않는다면 웬만하면 버리지..

모진 날에는 역시 음식이 위안이구나!

며칠 폭우가 계속되더니 오늘은 비가 조금씩 멈추기 시작했습니다. 급기야 오후에는 해가 반짝 잠시 인사하고 들어가 어리둥절하기도 했지요. 저녁이 되니 오히려 안개가 온 세상을 덮치며 아직 멀었어~ 하는 듯 또 운무를 때리고 있습니다. 올해는 폭우에 대한 준비를 철저히 했나 봅니다. 비가 200L가 내렸다는 데도 큰 피해 없이, 큰 걱정 없이 무사히 잘 지나간 것 같아요. 물론, 한두 방울 지붕에서 물이 새긴 했지만, 재작년보다는 훨씬 나았답니다. 밖에 나갈 수 없는, 재난 오는 날에는 역시 집에서 맛있는 거 해 먹으면서 위안 삼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네요. 비 오기 전 날, 급하게 느타리버섯을 땄습니다. 집에서 직접 재배하는 느타리버섯인데 봄에 한 번, 가을에 한 번, 이렇게 두 번 따먹을 수 있었네요. ..

바느질하는 남편, 텃밭 관리하는 아내

어렸을 때 선생님이 이런 말씀을 하신 적이 있어요. "엄마의 칼질 소리가 많이 난 도시락이 제일 맛있는 거야." 그때는 엄마의 사랑을 이렇게들 표현했지요. 엄마가 요리를 정성껏 준비해주는 도시락이야말로 그 어떤 비싼 반찬이 있는 도시락과는 다르게 맛있다고...... 맞습니다. 그런데 제가 성장하면서 이 말이 주는 그 뜻이 참 무섭더라고요. 엄마는 맞벌이에 아침 일찍 일어나, 남들보다 더한 칼질을 하고 도시락을 싸야 했기에...... 그 운명이 참 안타깝고 안돼 보였기 때문이었죠. 차라리 칼질 소리가 적게 나도 괜찮으니, 조금 쉬면서 대충 도시락 싸주는 게 덜 미안했습니다. 이제 제가 엄마가 되어 아침에 아이들 간식을 싸주면서 어렸을 때 선생님이 하신 말씀이 얼마나 편협한 사고였는지 깨닫게 되었습니다. 칼..

여전히 따를 수 없는 스페인 남편의 위생 관념

요즘 일이 너무 많아져 마음 잡고 글을 써야지~ 하면서도 한번 눕기라도 하면 일어나기가 굉장히 힘든 시기입니다. 게다가 요즘 한국의 뉴스가 대단히 충격적이고 놀라운 소식들(#남북대화, #북미대화, #이명박검찰소환, #선거철양상, #김어준, #미투)로 가득 차서 뉴스 탐구하는 재미로 여러분께 제때 인사를 드리지 못했네요. 하지만, 오늘은 정말 글을 써야지~ 다짐하면서 글을 씁니다. 게다가 오늘 조그만 사건이 있었는데, 너무 재미있어서 여러분께 이 이야기를 들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 재미있게 읽어주시면 아주 고맙겠습니다~! 다름 아니라, 스페인 남편인 산똘님이 오늘은 쉬는 날이었습니다. 주말에 일하고, 월요일과 화요일에 가끔 쉬기도 한답니다. 그래서 남편은 마침 우리 집 빨래 세탁을 하고, 이것저것 많..

저녁마다 주부와 같은 고심거리에 젖은 남편

언제부턴가 우리 부부의 가사 분담은 이렇게 바뀌고 있었습니다. 점심은 제가 준비하고 저녁은 산똘님이 준비하는 것으로요. 아마도 제가 직업(?)으로 프리랜서 자유기고가가 되면서 고정된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글을 많이 쓰는 것도 아닌데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을까요? (그렇다고 돈을 많이 버는 것도 아닌데......ㅠ,ㅠ)어느 날 남편에게 그랬어요. "나는 정말 밀리언셀러 작가가 되고 싶어. 내가 파울로 코엘료가 제일 부러운 게 훌륭한 그의 글솜씨도 있지만, 신기한 그의 정신세계도 부럽기도 하지만, 가장 부러운 건 밀리언셀러가 되어 글만 쓸 수 있으니 그래. 어떤 책인지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어떤 책에서 읽은 건데....... 그가 아침에 일어나 요리사가 해준 토스트와 달걀 후라이를 먹고, 바로 글을 쓴다는..

웃음이 많아 눈가에 주름이 자글자글~

아침에 빵 사러 마을에 가기 싫어 집에서 빵 만들고 피스토 엠빠나다(empanada, 채소 파이)를 만드니 남편이 대단하다고 하네요. "도대체 왜 마을에 가기 싫냐고?! 대단해~, 마을 가는 게 훨씬 편할 것 같은데......?" 사실, 요즘 마을은 축제라 발 디딜 틈도 없이 어수선하여 어딜 못 가는 판국이랍니다. 사람들이 너무 많고 어수선하여...... 그래서 차라리 집에서 만들어 먹는 게 속 편해~ 했지요. 사실, 빵도 남편이 바게트를 좋아해서 바게트 사러 갈 때만 가는데...... 바게트 없으니 그냥 내가 만든 빵이라도 먹으셔~ 했지요. 그랬더니, 그래도 좋다고 헤헤 웃음을~~~~ 눈가에는 주름이 자글자글~~~~ 각종 채소를 다져서 볶다가 믹서가 아닌, 강판에 간 토마토를 넣어 국물이 없을 때까지 ..

아내 휴가 보내고 독박육아(?) 중인 스페인 친구

전에도 말씀해드렸지만 스페인 사람들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가족이라고 생각한답니다. ^^*해마다 있는 청소년 지표 조사에서도 '가족'이 다른 어떤 것보다 중요하다고 조사되는 바입니다. 사춘기 아이들에게 있어 이성 친구도 아니고, 대학진학도 아닌, '가족'이라니...... 그만큼 사회 자체가 가족 중심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말을 해도 과언이 아니랍니다. 연애하다가도 결혼을 하면 스페인 사람들은 참 가정적으로 변합니다. 부부 사이의 가사와 육아는 더욱 그렇고요. 이번에 우리 [참나무집]에 친구가 아이 둘을 데리고 놀러 왔습니다. 이 친구는 2년 전부터 집에서 가사일을 하고 아이들을 직접 키우고 있답니다. 그게 뭐 어떤가요? 하고 물으실 분을 위해...... 그런데 이 친구는 남자 사람 친구랍니다. ^^ ..

나보다 더 한국인 같은 남편

좀 우울해지는 계절인가 봅니다. 한 달에 한두 번은 우울한 날들이 있는데요, 왜 그런지는 잘 모르겠지만, 인간은 마음 안에서 오는 어떤 먹먹함으로 가끔 '가슴앓이'를 하는 것 같습니다. 무슨 앓이인지 정체는 전혀 모르겠는데, 왜인지 모르게 먹먹함으로 한숨이 퍽퍽 나오고 갑자기 외롭고 슬프고 우울해지는 그런 쓸쓸함이 막 파고듭니다. "내가 사춘기 소녀도 아니고,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이런 소리가 절로 나오는 이상한 '가슴앓이'입니다. 설마? 갱년기? 갱년기는 좀 더 늙어야 찾아오는 것 아닌가? 아니면, 벌써 그럴 징조가 다가오는 것은 아닌가? 설마? 라는 말이 나오지만, 이 느낌은 참 소녀적인 감성이라 그런 것 같지도 않습니다. 아무튼, 그러다가도 문득 나오는 소리, "그럼 이 슬픔을 다른 이와 함께 ..

남편이 측은하게 느껴졌던 밤

한국-스페인 국제결혼 13년 차인 우리 부부는 이제 남매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서로 닮았습니다. 진짜 신기하죠? 서로 다른 나라에서 그것도 다른 문화를 가진 두 사람이, 이렇게 마음이 맞아 살고 있다는 게 가만 생각해보니 참 신기합니다. 그런 마음으로 한국 친구들도 자주 물어봅니다. 스페인 사람하고 사는 게 어떠니? 남편에게는 한국 여자하고 사는 게 어떠니? 하고 물어보지요. "나는 세상의 어떤 사람보다 내 아내가 내 마음과 가장 잘 통하여 아주 잘살고 있다."고 남편은 말합니다. '세상의 어떤 사람보다'라고 강조하면서 말이지요. 그 속에는 세상의 어떤 스페인 사람보다 제가 더 마음이 잘 통한다는 말뜻이 있는 거지요. 결국은 사람은 국가, 인종을 떠나 마음이 맞다는 말을 강조합니다. 어찌 되었건, 며칠 ..

각자의 삶에 휴식이 되는 부부의 가사 분담

어제는 온종일 외출을 했답니다. 해발 1,200m의 스페인 고산에 필요한 생필품 장보기와 또, 한 달에 한 번 꼭 가야 하는 치과에 다녀온 터라 아주 피곤했답니다. 그런데 치아교정은 드디어 끝~!!! 이를 만개하고 활짝 웃을 수 있게 되었지요! 완벽하지는 않지만, 건강이 우선이라 적절한 선에서 치과 의사님은 끝내주셨습니다. 총 1년 8개월입니다. 물론, 당분간 교정기 유지장치는 꼭 해야 한답니다. 그래서 외출한 김에 우리 집 화장실에 필요한 부식토를 찾아 이곳저곳 조합에 들르게 되었습니다. 가까운 마을 조합에는 안 팔았고, 카스테욘 도시 조합은 아예 건물이 헐려 없더군요. 그래서 외곽의 한 조합에 들어가 찼던 중 남편이 평소에 이 고생을 하는구나, 싶었답니다. 왜냐하면, 남편이 이런 장보기를 해왔기 때문..

13년 차 국제 부부가 말하는 '부부'

한국-스페인 커플인 우리 부부의 한국 친구들은 남편에게 자주 이런 질문을 합니다. "한국 여자랑 결혼하여 기분이 어떠니?" 남편은 처음에는 그 의미를 몰라, 항상 그랬답니다. "뭐, 나라를 떠나 마음 맞는 사람과 결혼해 좋아." 그러다 또 친구들은 이런 당부의 말을 합니다. "너만 믿고 스페인 가서 사니까 잘 해줘. 외롭지 않게 말이야." 그러면 스페인 남편은 화들짝 놀랍니다. 왜 나만 믿고 스페인에 왔다는 말을 하는 걸까? 살다 보니, 남편이 제일 당황하는 질문이 이런 것들이라고 하네요. 부인한테 잘해라. 부인이 외롭지 않게. 그런데 남편이 그러네요. "나랑 사는 게 힘들어? 힘든 적 있어? 외로워? 나 때문에 이곳에 왔다는 소린 하지 마." 처음에는 자기 때문에 이곳에 왔다는 소릴 하지 말라고 해서 ..

집 나간 칠면조는 어디에?

이 이야기를 어디서부터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갑작스럽게 일어난 일이라 가지고 있는 사진도 없고 제 기억을 더듬어 우리 부부가 겪은 일련의 일들을 차근차근 정리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사건 당일 하루 전 이날은 여러분이 아시다시피 해발 1,200m의 스페인 고산에는 눈이 내렸습니다. 세찬 바람과 함께 빠른 속도로 눈이 쌓였지요. 칠면조가 도망갈 일에 대한 일면의 상상도 없던 이 날, 우리 가족은 집 안에서 맛있는 야채튀김과 생선튀김을 해먹었죠. 집 밖에는 눈이 엄청나게 쌓여 가고 있었고, 우리 가족은 야생의 동물에 대한 일면의 미안함 없이 배부른 배를 두드리며 딴따라 즐겁게 눈을 피하고 있었습니다. 한편, 눈이 쌓인 추운 겨울, 야생 동물들은 갑작스러운 자연의 변화에 몸을 움츠리며 눈을 피하고 있었..

짠돌이 남편이 고른 호텔

지난 주말에 한 마드리드 여행은 빛보다 빠른 속도로 갔다 온 초고속 여행이었습니다. 사실은 이 여행은 우리 부부가 한 달 전부터 계획했답니다. 제게 일이 생겨서 방문해야 한 마드리드였는데, 남편은 꼭 세트로 가야 하는지 같이 가고 싶어 한 여행이었답니다. 그러다 일이 무산되어 할 수 없이 이 여행을 취소할까 하다가 그 주 운이 좋게 남편의 수제맥주대회 결과가 발표되어 같이 가기로 했답니다. 이 호텔은 짠돌이 남편이 예약한 호텔인데요, 재미있게도 남편은 여성적인 섬세함으로 선택한 호텔입니다. 여성적인 섬세함이란? 꼬옥~ 가격과 분위기, 세일 시즌 등을 살피며 꼼꼼히 따져보고 선택하는 수준이라는 겁니다. 작년에 우리 부부는 마드리드 중심에 있는 한 호텔에 투숙한 적이 있답니다. 분위기도 좋고, 깨끗하고, 아..

여행 이야기 2016.03.02

꿈속에 나온 남편에게 화내다

앗~! 기분 좋지 않게 아침에 일어났습니다. 꿈속에서 남편이 바람(?)을 피웠기 때문입니다. 하하하~! 그런데 이런 꿈을 두 번 연속으로 꿔서 너무 속상했답니다. 한 번은 정말 여자를 만나 바람을 피우는 것이었고, 또 한 번은 제게는 상의하지 않고 모든 물건을 남에게 주는 꿈이었습니다. 꿈은 무의식의 반영이라던데 설마 남편이 바람을? 이라고 의심을 해도 되겠지만, 저는 제게 상의하지 않고 남에게 호의를 베푼 남편에게 조금 심술이 났습니다. 뭐 평소에는 바람을 안 피우니, 여자 만난 꿈은 아닌 것은 확실하고...... 그런데 후자는 정말, 이 남자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타나면 여자든, 남자든, 물건을 그냥 막 줍니다. 아~! 이것은 정말 현실의 반영인 것을? 그래서 기분이 나빠져 남편에게 화를 냈습니다. "..

남편이 점점 한국인으로 변해가는 것일까?

여러분, 안녕하세요? 요즘 어떻게 지내세요? 저는 전에 비해 블로그에 자주 들를 수 없어 이렇게 오랜만에 블로그로 인사드리는 것 같아요. 불과 어제도 포스팅을 올렸음에도 불구하고 말이지요. 그만큼 소통을 위한 답글이 늦어져서 그런 것 같기도 하네요. 요즘 일이 바빠져 저는 우리 집 채소밭에 전혀 신경을 쓸 수가 없었답니다. 그런데 이틀이 멀다 하고 산똘님은 제게 남편이 '풀'이라고 말했던 채소를 갖다 줍니다. ㅠ,ㅠ 참 재미있게도 스페인 사람인 남편이 전에는 동물이나 먹는 '풀'이라고 했던 무청에 반하여 매일 무를 솎으면서 무청을 가져온답니다. "아깝잖아~!" 이런 소릴 하면서 말입니다. 아니, 이 남자가 풀이라고 했던 채소가 그냥 버려지는 것이 아깝다면서 한 보따리 가져올 때마다 전 놀랍니다. "과연,..

아플 때 언제나 함께하는 스페인의 '부부애'

새벽부터 일찍 일어난 우리 부부는 두 손을 꼭 잡고 병원에 다녀왔습니다. 'CT 뇌 검사' 날이었기 때문이랍니다. 남편은 회사의 일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아내를 위해 하루 휴가를 내고 같이 동참해주었습니다. 저희가 사는 스페인 고산에서 병원 한 번 다녀오기가 아주 어려울 정도로 멀리 떨어져있기 때문에 남편은 아내를 위해 손수 손과 발이 되어주었습니다. 이 포스팅을 쓰면서 생각하니, 스페인 사람들의 부부애는 참 남다르단 생각이 일었습니다. 다른 곳에서 살아보지 않아 다 비교할 수는 없지만 제가 살아본 인도, 네팔, 동남 아시아, 한국 등과 비교해보니 아주 많이 다르단 느낌이 일었답니다. 결혼을 하고 처음으로 시부모님을 보살필 기회가 왔을 때에도 스페인의 부부 문화에 좀 의아해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시..

아픈 남편, 칭얼대는 아들

어느 독자님이 그러셨습니다. 아들이 아프면, '왜 그러지? 얘가 약한 아이인가 보다.' 하시면서 '보약이라도 한 번 해줘야겠다.' 보통 어머니들은 이런 생각을 하신다네요. 그런데 남편이 좀 피곤하고 아프기라도 하면, '저거 보약 해줘도 안 나아?'하고 화를 내신다고....... ^^ 그런데 정말 그런 것 같아요. 아이들이 아플 때는 한없이 처량하여 안아주고 어루만져 주고 사랑해, 뽀뽀도 해주는데, 남편이 아프기라도 하면, '아! 왜 아프고 난리야? 지금 아이들도 아픈데 당신까지 아프면 어떡해? 정말?' 하면서 화까지 내게 된다는 사실 말입니다. 사실, 제가 요즘 그런 경우를 당하고 있습니다. 아이들도 아프고, 남편도 아프고 집안 할 일이 태산같이 쌓여 있으니 이런 속마음이 은근히 비치는 겁니다. 남편은 ..

12주년 결혼기념일 맞은 우리 부부의 나들이

아! 그간 많은 일을 겪은 것 같습니다. 인제야 자리에 앉아 그동안의 이야기를 풀어갈 수 있게 되어 한편으로는 참 안심이 되고, 한편으로는 이 모험이 끝나 아쉬운 마음이 드네요. 한국에서 온 친구가 돌아가고 나면 항상 허전한 아쉬움이 남습니다. 이번에도 그랬지요. 허전한 마음에 좀 우울 증세가 오는 것 같기도 하더니, 남편이 회사에서 급하게 전화를 해오더군요. "있잖아, 저번에 전국 스페인 수제 맥주 경연대회에 참가한 맥주가 당선됐다는 소식을 받았어. 어떻게 할까? 마드리드까지 우리 가야 하나? 몇 등에 뽑혔는지는 모르는데 주최 측에서 급하게 날 찾아서 말이야. 우리 어떻게 하지?" 오! 산똘님이 드디어 전국 수제 맥주 대회에서도 상을 휩쓸게 되었나 봐요. 속으로 신났어요. "어떻게 하긴? 당연히 마드리..

7년 전 배 속의 아이에게 쓴 메시지

남들은 결혼하여 매해 결혼기념일을 챙기며 그 사랑을 돈독히 확인하는 행사를 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우린 어떻게 된 것인지 그런 결혼기념일은 기억 속에 없는 듯도 하답니다. 우리 결혼이 정말 장난과 같이 법정에서 판사의 심판을 받고 한 결혼이라서 그럴까요? "당신은 이 파하로(새)와 결혼을 하겠습니까?" 당시 우리 결혼을 집행하신 판사님이 저에게 스페인어로 물었던 질문이었습니다. 제가 말을 못 알아듣고 엉뚱하게 눈만 두 눈 크게 뜨고 웃고 있으니, 판사님이 그러시더군요. "그냥, 네에-하고 말만 하면 됩니다."그 말에 남편과 저는 빵 터지며 웃었던 기억이 난답니다. 그 모습을 지켜보시던 증인들, 바로 저희 시부모님이십니다. 못마땅하신 얼굴로 우릴 째려보셨는데요, 사실, 그 두 분은 저희 부부가 전통적인 결..

다정한 스페인 남편의 추석 선물(?)

오늘 간만으로 블로그가 아주 한가해졌다. 추석 연휴라 블로그 방문객이 화악 줄었다. 호호 웃으면서 "이거 참 한가하네..." 혼잣말이 나왔다. "그래, 가끔 블로거도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한 거야."하면서 해외블로거의 그 외로움을 외롭지 않도록 합당한 마법을 부렸다. 그랬더니 정말 외롭지 않았다. 아니, 이곳에서는 명절 분위기가 아예 나지 않는 관계로 관심을 두지 않으면 전혀 명절임을 실감할 수가 없다. 우리가 사는 곳은? 스페인 고산의 한 평야. 주말에 추석 음식을 준비하는 일 없이 나는 아이들 학교 용품을 준비했다. 이곳은 9월이 학교 시작이니 준비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마침 남편도 오늘 쉬는 날이라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면서 우린 추석 이야기를 했다. "엄마, 오늘밤 우리 달님한테 소원을 빌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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