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이야기/음식, 식재료

스페인에서 요리할 때 뜨악했던 채소 손질법

산들무지개 2014. 9. 29.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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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오늘은 산똘님 덕분에 이런 포스팅을 쓰게 되었네요. 옆에서 열심히 버섯을 손질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비도 우중충 인터넷과 태양광 전지 배터리는 '고리고리(없을 듯 말 듯)' 요즘 이곳 고산의 가을 날씨는 맨날 구름 끼고 비 오는 날씨입니다. 


제가 스페인 시누이와 약 6개월 같이 살던 때가 있었습니다. 


언제나 샐러드를 준비할 때면 제 마음에서 경악이 일었던 때이기도 하지요. 

스페인 시누이는 상추는 꼬박꼬박 잘 씻더니 토마토와 당근, 오이가 나올 때면 그냥 껍질을 씻지도 않고 그 자리에서 칼로 확 벗기고 잘뚝잘뚝 잘라서 넣더라구요. 어? 적어도 채소를 씻고 난 후에 껍질을 까는 것이 안전하지 않을까? 생각했었죠. 


혹시, 겉에 묻은 농약이 물로 씻지 않아 바로 들어가는 것은 아닐까? 하고 생각을 많이 했었답니다. 


그런데 이런 스페인식 채소 손질하는 습관은 어딜 가나 비슷했답니다. 


스페인 교수님도 그렇고, 산똘님 시부모님도 그렇고...... 채소를 잘 씻지 않고 껍질을 깎는 거에요. 


아...... 너무 했다. 저러다 농약이 들어가면 어찌하려고? 


▲ 당근과 양파, 토마토, 오이 등을 그대로 씻지도 않고 깎아서 

바로 음식에 넣어 먹어 처음에는 엄청나게 놀랐습니다. 

상추의 심장인 속도 씻지 않고 바로 먹는 사람들도 있어서 또 놀랐고요. 



결국은 산똘님께 이런 고민을 이야기했었죠. 산똘님 하는 말이, 


"설마 누가 채소 수확 기간, 열매가 풍성할 때 열매에 바로 농약을 뿌리겠어?" 그러는 겁니다. 


아...... 나는 한국에서 딸기와 포도에 농약이 많다는 것을 익히 들어서 이곳에서도 그럴 것으로 생각했지요. 설마? 농약이 많은데 이 사람들이 그냥 먹을까? 그런데 어느 날 제가 오렌지 농장에서 일할 기회가 찾아왔답니다.  


발렌시아는 그야말로 오렌지가 세상에서 가장 많이 나는 곳 중의 하나이니 품질 관리를 철저히 하더라구요. 


오렌지에 자주 발생하는 '호랑이 파리'를 제거하기 위해 많은 방법을 쓰는 이곳 농민들을 보게 된답니다. 발렌시아 주 정부에서도 도움을 주기 위해 손을 쓰더라구요. 그래서 그 사업에 제가 (2개월 동안) 끼게 되었는데요, 글쎄 이곳에서 쓰는 방법은 화학 농약품을 막 살포하는 것이 아니라, 페로모나(feromona), 즉, 페로몬 유인물을 망에 넣어 유인하는 방법을 쓰더라구요. 


아! 함부로 농약을 살포하지 않는구나, 생각했답니다. 또한, 과일 달랑달랑 영글어가는 계절에 살포하는 것은 엄격히 금하더라구요. 


사진 www. cabildodelanzarote.com

이런 식 통에다 유인 물질인 하얀 페로몬 봉투를 넣습니다. 

그리고 뚜껑을 꽉 닫고 유인된 파리가 다시 못 날아가게 합니다. 


사진 www.utilidades.ifema.es

유인된 파리의 모습입니다.


식물건강위생 여권의 한 예



아! 그래서 유럽연합(UE)이 존재하는구나, 싶었답니다. 


실제로 유럽경제정책의 하나로 스페인은 유럽인의 식탁을 책임질 채소를 가장 많이 재배한답니다. 그래서 유럽 식구들 건강을 조절하기 위한 유럽연합의 안전 요구도 상당하다는 것을 알았답니다. 그래서 농민들은 건강위생증,여권(pasaporte fitosanitario)을 발급받아 정책을 준수하고 원산지 표시를 하면서 그렇게 재배를 하지요. 


그런 안전성이 보장되어 그랬을까요? 

(물론 비양심적인 농사꾼도 있겠지요?) 


스페인에서는 많은 이들이 채소를 씻지 않고 바로 껍질을 깎아 사용하더라구요. 물론 채소를 손질할 때마다 씻는 사람도 많습니다. 그런데 아무렇지도 않게 바로 들어서 껍질만 달랑 깎아서 샐러드에 넣는 모습을 보고 저는 놀랐던 것입니다. 


우리 집 사우코 꽃을 뜯어다 샴페인을 만듭니다. 



어떤 음식은 마늘 껍질을 벗기지도 않고 통째로 요리하는 경우도 있었고요, 뭐 한국에서도 마늘 장아찌할 때 통째로 넣는 경우도 있으니 이것은 그다지 심한 편이 아니겠지요? 


껍질만 살짝 벗기고 씻지도 않고 통째로 넣은 마늘!

(페페 아저씨 요리)

저 쌀도 씻지 않고 바로 넣었지요. 

감자도 흙 묻은 정도에 따라 깨끗하다면 바로 깎아 넣고요. 


산에서 채취한 버섯입니다. 

보시는 바와 같이 흙과 낙엽 등이 묻어있습니다. 


산똘님은 씻지 않고 바로 솔로 먼지만 제거하고 먹습니다. 


그래야 이 버섯의 제맛을 알 수 있다나요? 

(전 언제나 씻어서 먹는데 맛이 똑같던데 말이지요.)



어떤 때는 채취한 버섯을 살살 흙만 없애고 바로 넣어 볶아먹는 모습도 보았고요, 동물 배설물 묻으면 어떻게 해? 하고 걱정하는 절 우습게 보는 산똘님...... 실제로 이곳은 양 떼도 지나가면서 똥을 싸놓고, 산에는 야생 동물의 똥도 많던데......


어떤 때는 먼지 묻은 꽃을 따다가 아이들 음료수 해주는 것 보고 놀라기도 하고요. (실제로 딱총나무 샴페인 만들 때는 비 온 후 꽃을 채취하라, 란 민간법이 전해지니 아마도 깨끗한 것을 사용하라, 는 뜻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제 요구에 마지못해 산똘님은 꼭 비온 후에 꽃을 뜯는답니다.)


그러고 보면 제가 너무 민감한 것인지, 아니면, 이런 생활 습관이 몸에 배 이곳 사람들 채소 손질법이 이상한 것인지 모르겠네요. ^^ 아니면 한국인 근성이 너무 깨끗하여? 아니면, 요즘 흙과 함께하는 인간의 삶이 도시화되면서 이런 채소 손질법이 이상하게 보이는지? 어쩌면 미네랄을 섭취하라는 옛 성인들의 지혜의 채소 손질법은 아니었는지......


이렇게 이런저런 생각이 오갔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즐거운 하루 되시고요, 

스페인 사람들의 채소 손질법이 재미있으셨다면 응원의 공감 꾸욱~ 부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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