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공중화장실에서 본 자판기, 양치질 가능?
여러분, 그동안 잘 지내셨나요? 저는 무지무지 바쁘게 지냈답니다. 아이들이 커가니 더 관심을 가지고 가르쳐야 할 일들이 많아져 시간 내기가 그렇게 쉽지 않았네요. 게다가 책 출간 이후, 여러 곳에서 서면 인터뷰 요청이 있어서 한동안 답변하느라 블로그에 글 올릴 시간도 못 냈답니다.
요즘엔 아이들 데리고 치과에 다녀오느라 또 시간을 못 냈네요. 이제 일상으로 돌아와 여러분께 즐거운 포스팅을 올리고 싶은데 말입니다. 그래도 산들무지개 잊지 않고 계시죠? ^^* 잊으시면 안 돼요~~~
치과 치료를 다니면서 보니, 때에 맞춰 양치해야 하는 문제에 봉착하기도 합니다. 치과가 집에서 가까우면 그나마 집에서 열심히 양치하고 치과에 갔을 텐데요, 해발 1200m 스페인 고산에서 도시까지는 그리 가까운 거리가 아니니, 언제나 이 양치하는데 신경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답니다.
혹시, 공공장소에서 양치질하면서 민폐 끼치면 어떻게 하나, 하고 걱정을 하지요. 게다가 아이들 데리고 양치시키는 일은 더더욱 말입니다.
가끔 점심시간 후에 치과 약속이 잡혀 외식하는 경우가 있는데요, 치과 가기 전이니 양치는 꼭 해야 한답니다. 치과 밑에 있는 식당 화장실에서 양치할 때도 있지만요, 웬만하면 치과에 가서 양치한답니다. 서양인들이 공공장소에서 양치질하는 것을 이상하게 본다는 말을 어디서 들었기 때문에 좀 조심을 해야 했답니다.
▲ 치과에서 대기하며 기다리는 아이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정말 공공장소에서 어쩔 수 없는 사정에 의해 양치하는 사람은 종종 목격한 것 같아요. 공항에서도 그렇고, 학교 공공 화장실에서도 그렇고...... 제 스페인 친구는 항상 칫솔을 가지고 다니면서 양치하기도 했으니....... 그다지 민폐의 눈으로 보는 것 같지는 않았답니다.
한국의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보니 공공장소에서 양치하면 참 더럽고 위생상 좋지 않다면서 찬반의 토론이 있더라고요. 잘 관리가 되는 화장실에서는 그다지 큰 문제가 없어 보이기도 하지만, 남도 생각해야 하는 세상이니......
하지만, 스페인 지인에게 물어보면 그런 것을 생각해 본 적이 없다는 답변이 많더라고요.
혹시, 양치를 공중화장실에서 하는 사람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느냐는 질문을 해도 그다지 비판적으로 말하지 않더라고요.
"뭐, 사정이 있어서 양치질하겠지. 여행 중이거나 치과 치료를 받거나, 단순하게 양치를 하거나...... 뭐, 그다지 나쁘게 보이지는 않는데?"
이런 말을 하니 저도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하더라고요. 가끔 화장실에서 양치하는 이들을 본 적이 있으니까요. 아무도 어떤 말을 하거나, 이상한 시선으로 보는 일이 없었어요. 과하게 소리를 내어 양치하거나 침을 튀긴다면 물론 민폐가 되겠지요. 조용히 양치하고 깨끗이 세면대를 물로 헹궈놓고 나가면 그다지 큰 문제는 없어 보였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큰 마트에 갔다가 깜짝 놀랐답니다.
오! 스페인 대형 마트 공중화장실에는 글쎄 칫솔과 치약 자판기가 있는 겁니다!!!
오! 이걸 보니, 스페인 사람들은 공중화장실에서 양치하는 걸 그렇게 까다롭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죠. 남편도 그러네요.
"뭐, 양치질 할 수도 있지!"
생각해본 적이 없는 스페인 남편에게 이렇게 갑자기 물어보니 이런 말을 하네요.
"나도 가끔 공중화장실에서 양치했어. 이상하게 보는 사람이 없던데...... (고개 갸우뚱)"
▲ 1유로 내고 일회용 칫솔과 치약 뽑아서 깨끗이 양치할 수 있다는 자판기
그러고 보니, 스페인은 한국과 참 비슷하기도 합니다. 공중화장실도 다른 유럽과 달리 여전히 무료가 대부분이고요. (물론, 관광지나 대도시는 유로가 있긴 합니다. 하지만 아직은 한국처럼 무료인 곳이 참 많아요.) 공중화장실에서도 양치하는 것에 그렇게 까다롭게 주의를 주는 것도 아니니......
깨끗이 잘 쓰고 민폐 끼치는 일만 없다면 뭐, 해도 괜찮지 않을까, 스페인 사람인 남편도 이런 모습을 보이네요.
"스페인은 땅덩이가 넓어서 한번 여행하는데 장거리 운전을 해야 해. 그래서 휴게소에서 종종 양치하는 사람들이 있어. 뭐, 환경이 그런 걸 만드는 게 아닐까?"
또 이런 소릴 합니다.
▲ 대형 마트 앞. 할머니가 싸주신 간식 먹자고 달려드는 아이들 ^^*
먹고 양치 잘 하는거다?!
저도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해보지는 않은 공중화장실에서의 양치 매너인데..... 그래도 남들 눈에 민폐 끼치는 일 없도록 주의하면서 뭐든 해야 할 것 같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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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공중화장실의 양치 찬반을 떠나 스페인에서의 사정을 이야기한 글입니다. 악플을 달거나 스페인을 비하하는 글은 삭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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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족, 숲에서 살기로 했습니다
김산들 저
스페인 해발 1200미터의 고산 마을, 비스타베야에서 펼쳐지는 다섯 가족의 자급자족 행복 일기세 아이가 끝없이 펼쳐진 평야를 향해 함성을 지르며 뛰어나간다. 무슨 꽃이 피었는지, 어떤 곤충이 다니는지, 바람은 어떤지 종알종알 이야기를 멈추지 않는 아이들은 종종 양 떼를 만나 걸음을 멈춘다. 적소나무가 오종종하게...
'우리 가족 숲에서 살기로 했습니다'로 검색하시면 다양한 온라인 서점에서 만날 수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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