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두 명만 사는 스페인 이웃 마을 산행
해발 1200m 스페인 고산평야에 사는 우리 가족은 이웃 마을에 놀러 갔습니다.
이미 해발 1200m에 살고 있기 때문에...... 더 올라가야 할 마을은 없고, 약간(?) 내려가야 할 이웃 마을만 있습니다.
우리 가족은 고산평야의 끝에 차를 세우고, 아래로 향하는 오솔길을 따라 걸었습니다.
고산평야의 끝자락에 차를 주차해놓았습니다.
이제 저 아래 골짜기로 내려가야 합니다.
그곳 몬예오(Monlleo) 골짜기에는 이렇게 작은 마을이 있는데요, 우리말로는 '별' 마을이 되겠습니다.
스페인어로는 "에스트레야(Estrella)!"
비스타베야 마을과는 직선으로 하면 굉장히 가까운 곳이지요. 하지만 도로는 직선으로 세울 수 없을 만큼 산세가 험악한 곳이지요.
(실제로 비스타베야 평야 끝에 살던 아이들은 걸어서 이 마을 학교에 갈 정도였다고 합니다. 지금은 학교도, 시청도, 성당도 문 닫은 주민 2명의 마을이지요)
차에서 내려 한참 아래로 걸어갑니다.
스페인에서도 가끔 길 위에 쌓인 돌탑을 볼 수 있는데요,
이곳에서는 길이 갈라지는 이정표에서 이렇게 작은 돌탑을 쌓아, 두 개 이상의 길이 존재한다는 걸 알리더라고요.
스페인 고산에는 이렇게 하얀 꽃이 만개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분홍과 빨강의 꽃이 만개하는 봄날인데요,
스페인은 은은한 흰색과 노란색 꽃이 산을 덮고 있었어요. 이곳의 은은함과 나름대로 참 좋았습니다.
전에는 느끼지 못한 아름다움을 요즘 괜히 느끼고 있답니다. 신선했습니다.
죽은 소나무에 딱다구리가 열심히 파놓은 구멍도 많이 봤고요.......
어른 한 명이 팔로 감쌀 수 없을 만큼 굉장히 큰 향나무도 봤습니다.
남편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이렇게 큰 향나무를 봤다고 하면서 위치와 정보를 기록하더라고요.
역시, 누가 자연공원에서 근무하는 사람 아니랄까 봐...... ^^
아이들도 아빠가 하는 모습 보고 그대로 따라하더라고요.
점점 아래로 내려가니 이렇게 마을이 한 눈에 보입니다.
파란색 기와로 얹은 성당의 지붕이 강렬하게 눈에 들어오죠?
짐작하건대 과거에는 대단한 위용을 보이던 곳이 아니었나 싶답니다.
골짜기에 다다랐습니다.
이 마을은 골짜기 아래에 위치하고 있고, 어디든 가려면 산을 넘거나 강을 따라 가야하는데요,
워낙 골짜기 산세도 험악해서 이동이 자유롭지 못한 곳 같았습니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이 마을을 떠난 듯합니다.
마을 빨래터에서 이 마을의 유일한 주민 2명 중 한 명을 만납니다.
할머니께서 아직도 빨래터에서 손 빨래를 하시고 계셨어요.
"여기는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서 세탁기도 없다오~"
할머니가 이렇게 담담하게 이야기하셨는데 어떠한 굴욕도 없이 당당하셨습니다.
이방인을 환한 미소로 맞아주시는 할머니가 대단하셨습니다.
보통 고립된 생활을 하다 보면 이방인에 대한 경계가 더 많을 텐데 할머니께서는 오히려 적극적으로 우리에게 많은 것들을 이야기해주셨습니다.
한번도 샘물이 막힌 적이 없다고 알려주시기도 하고......
비스타베야에 놀러 간 이야기며, 양 떼를 몰고 산으로 들로 다닌 이야기 하며......
아이들에게 보여준 고양이 모양의 꽃 하며.......
저에게 보여준 관심 또한 인상적이었습니다.
할머니와 오래 담소를 나누다 드디어 마을 광장에 가봤습니다.
여전히 성당 앞 광장의 웅장함은 그대로인 듯합니다.
성곽처럼 이어진 마을 담과......
1930년 학교 선생님이 심은 뽕나무 하며......
그래도 잘 관리되고 있는 모습에 깜짝 놀랐습니다.
마을의 유일한 두 노부부께서 가꾸고 관리하신다고 하니 참 대단했습니다!
고양이도 스무다섯마리나 있었고요......
그 뽕나무 아래에서 간단한 간식을 먹으면서 생각에 잠겼답니다.
그 화려하던 과거는 이렇게 역사 속에서 사라지는구나 싶은 게 말입니다.
물론, 여름이 되면 휴가를 맞아 고향으로 오는 사람들도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일 년 내내 사는 두 분에게는 세상과 단절된 느낌이 서글프기까지 했습니다.
물론, 이것은 저만의 착각이겠죠?
잘 살펴보니, 태양광전기도 있고, 차도 있어 어디 부족해 보이지는 않았거든요.
오히려 세상 복잠함을 떠나 평화롭게 말년을 보내시는 두 분이 행복해 보이기도 했답니다.
차 아래에 묶어놓은 강아지와 그 곁에서 동무하는 고양이
성당 한쪽에는 이런 글도 쓰여있더라고요.
알고 보니 참 슬픈 역사도 있었습니다.
1883년 10월 9일 폭우 산사태로 17채 집이 무너지고 26명의 사망자가 나왔다고 하네요. ㅠㅠ
이곳이 그 터랍니다.
지금은 고양이만 산책하는 곳이지만, 예전에는 17채나 있던 곳이지요.
그 작은 마을의 역사를 생각하면서 이곳저곳 걸어봤는데요,
지붕의 굴뚝이 참 예쁘더라고요.
사람의 흔적은 없었지만 그래도 누군가가 와서 관리하는 느낌은 다분했습니다.
성당의 파란색 기와.
이렇게 유약 바른 기와는 부의 상징이었죠!
마을 성당의 종루
아이들과 골목골목을 걸어봅니다.
여기는 역시 해발이 낮아 개양귀비꽃이 만개하고 있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개양귀비꽃!!! ^^ 아흐~~~ 아름다워라!
마을의 성당과 집이 예전 모습 그대로 잘 보존되어 있는 듯합니다.
하긴 여름을 보내기위해 오는 자손들이 그냥 집을 방치할 리가 없지요.
현관문에 고양이가 드나들 수 있도록 구멍 뚫은 전형적인 모습.
돌담을 세워 밭을 만든 반칼(Bancal)에는 이렇게 돌로 만든 계단도 있고......
구석구석이 예쁜 마을이었습니다.
에스트레야(Estrella)
별.
별 마을이 아직도 별처럼 초롱초롱 빛나고 있어 다행이었습니다.
이런 곳에 집중을 요구하는 누군가 와서 작업하기에는 딱 좋을 듯한데......
별 마을을 떠나 이제 집으로 돌아갑니다.
왔던 길을 다시 올라야 해서...... 아주 벅찼네요. 경사가 높아서......^^;
마을 위로 보이는 돌담으로 쌓은 계단식 밭, 반칼(bancal)들을 보세요~~~
저곳이 옛날에는 다 경작하던 밭이었어요!!!
지금은 나무만 듬성듬성.
사람이 경작하지 않아 이렇게 흔적만 남아있습니다.
드디어 차를 세워둔 곳으로 올라왔습니다.
아이들이 헉헉거리면서 올라가는데......
아주 귀여웠어요.
"옛날에는 비스타베야 애들이 매일매일 아랫마을 학교에 등하교했다고 하더라!!!"
한번 내려갔다 올라 온 아이들이 헉?! 하면서 절 바라보더라고요.
요즘은 이렇게 아름다운 꽃이 만개하여 제게도 신선하고 향긋한 에너지를 주고 있네요.
여러분의 에너지는 어떠신가요?
혹시 못 받으셨다면 제가 대신 사진으로 보내드립니다!!!
항상 행복하시고요, 스페인 시골의 작은 마을 이야기가 여러분 마음속에 잔잔하게 다가갔으면 합니다.
아자!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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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족, 숲에서 살기로 했습니다
김산들 저
스페인 해발 1200미터의 고산 마을, 비스타베야에서 펼쳐지는 다섯 가족의 자급자족 행복 일기세 아이가 끝없이 펼쳐진 평야를 향해 함성을 지르며 뛰어나간다. 무슨 꽃이 피었는지, 어떤 곤충이 다니는지, 바람은 어떤지 종알종알 이야기를 멈추지 않는 아이들은 종종 양 떼를 만나 걸음을 멈춘다. 적소나무가 오종종하게...
'우리 가족 숲에서 살기로 했습니다'로 검색하시면 다양한 온라인 서점에서 만날 수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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