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열정에 불을 지피는 아빠
내 아이는 어떤 사람이 될까? 내 아이는 커서 무엇이 되려고 할까? 관심 가지고 하는 것은 무엇일까? 한해 한해 아이가 성장하고 있어요. 그런데 아이들의 성장 원리를 그냥 시기적으로만 판단하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어요. 때 되면 사춘기 오고, 사춘기 오면 갈팡질팡할 것 같고, 학업을 계속하면 어떤 공부를 하고 싶어 하게 될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사회에 나가 일꾼이 될 것이고...... 직장을 못 찾으면 또 방황하는 젊음을 보낼 것 같고...... 이런저런 생각들이 그냥 머릿속에 으레 하는 과정처럼 떠오르더라고요.
그런데 가만 보니, 아이들 취향이 참 어릴 때부터 나오는 것 같았어요. 물론, 나이가 좀 들면 관심이 다른 곳으로 바뀔 수도 있겠죠. 발명왕이 되겠다며 재활용 쓰레기로 뚝딱뚝딱 무엇인가를 만들어 내기도 하고, 종이접기 달인이 되겠다며 수천 장의 종이접기 작품을 완성하고요...... IT 기술자가 되겠다며 컴퓨터 앞에서 코드 놀이도 발명하고...... 아이들의 관심은 정말 각양각색 다양해요.
우리 첫째는 조류학자가 되려는지 새에 관심이 아주 많더라고요. 항상 망원경을 가지고 다니면서 새를 관찰하더라고요. 한국에 갔을 때도 망원경을 가져가 새를 관찰할 정도였으니까요. 스페인에서 보지 못한 새를 발견했을 때는 얼마나 기뻐하던지요!
그런데 아직 어리다는 이유로 저는 그 아이의 취향이 그렇게 진지한 줄 몰랐답니다. (솔직히 너무 미안해지는 순간입니다) 아이들의 변덕으로 치부하고 사춘기 되면 다른 것에 관심 두겠지...... 하면서 외면한 듯도 했어요. 하지만, 아이는 꾸준히 관찰일기도 적고, 관찰 그림도 그리는 것을 보고 경각했지요!
아이의 관심을 외면하지 말고, 그 열정에 불을 지펴줘야겠다고 말이지요!
그래서 우리 부부는 어떤 게 있을까 살펴보게 됐답니다. 조류 관련 책을 가장 많이 구입한 것 같아요. 그리고 새를 좋아하는 산림감시원도 가끔 초대하여 아이와 함께 공부하는 시간도 갖기도 했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남편이 제게 그러더라고요.
"있잖아, OO 곳에서 2박 3일 파충류, 양서류 학회가 있더라. 30여 명의 그룹이 모여 온종일 이론 발표하고, 야외 나가서 관찰하는 그런 일정이거든. 거기에 산드라도 데리고 가서 참여해야겠어!"
그러는 겁니다. 속으로 그랬죠. '아니, 갑자기 왜 그런 학회에 가려고......? 게다가 아직 어린 아이까지 데리고 가도 되나......?'
"그런데 산똘~, 초등학생이 그곳에 참여할 수 있대?"
"응, 물어보니까 된다네......!"
그렇게 알아서 두 부녀가 다녀오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 소식을 들은 아이가 괜히 싫은 듯 아빠에게 질문하더라고요.
"아빠, 나는 조류에 관심이 있지, 파충류와 양서류는 관심이 없어요."
아니나 다를까 제가 생각하던 것과 비슷한 의견을 내는 아이가 아빠에게 말하더라고요.
하지만, 산똘님은 아주 자상하게 웃으면서 아이에게 이런 말을 해주었답니다.
"산드라, 나도 알아. 네가 새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하지만, 새만 좋아한다고 새를 완벽하게 알아가는 것은 아니거든.
새도 자연에서 생활하고 있잖아? 혼자만 살지 못하는 존재야.
그리고 새를 위협하는 존재가 있듯이
새가 위협하는 다른 동물도 있는 걸 알아두면 더 좋을 것 같아.
너도 알다시피 어떤 새는 뱀이나 개구리를 잡아먹기도 하잖아?
우리가 모르는 세계가 얼마나 많은데!
하나하나 알아가면 더 재미있는 세상이 열릴 거야."
역시! 아이의 관심사에 더 큰 문을 열어주려는 아빠의 큰 그림이 이제야 보이더라고요!
아이가 관심을 두고 소소하게 챙기며 흥미를 유도하는 그런 산똘님의 계획이었네요. 그렇게 두 부녀는 2박 3일의 일정으로 행사에 참여하고 왔습니다! 아이는 그 경험이 얼마나 신났는지, 집에 오자마자 저에게 쉴 새 없이 조잘조잘 말을 이어가더라고요!
"엄마, 그 행사에 참여한 사람 중 제가 가장 어렸어요. 게다가 야외 관찰이 있는 날에는 모두가 저보고 먼저 관찰하라며 보여줬어요. 세상에! 얼마나 신기한 걸 발견했는지...... 새가 토해낸 펠릿(Pellet, 새가 먹다 소화하지 못한 뼈와 털 등이 뭉쳐 생긴 (똥 같은) 동그란 토사물)도 발견했어요! 세상에......! 그리고 뱀도 실제로 얼마나 온순하던지 몰라요. 그렇게 온순한 구렁이를 사람들은 무서워 막 죽이곤 하는데 실제로는 참 온순해요."
아이는 그렇게 자기 경험담을 쉴 새 없이 말해주더라고요.
아이는 이제 파충류와 양서류가 무섭지 않다네요. 여유를 갖고 관찰하는 게 참 좋았다고 하더라고요. 과연, 저 아이가 커서 무엇이 될까요? 자기가 좋아하는 관심사에 빠질 수 있도록 은근히 문을 열어주는 아빠의 큰 그림이 아이에게 통했더라고요. 저도 열심히 아이들이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잘 살펴봐야겠어요. ^^
그런데 파충류, 양서류 학회 모임이 있는 스페인도 참 신기하네요.
모여 공부하고 밥 먹고 밖에 나가 관찰하고......
물론, 관심 있어 하는 사람끼리 통하니 그렇겠죠?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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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족, 숲에서 살기로 했습니다
김산들 저
스페인 해발 1200미터의 고산 마을, 비스타베야에서 펼쳐지는 다섯 가족의 자급자족 행복 일기세 아이가 끝없이 펼쳐진 평야를 향해 함성을 지르며 뛰어나간다. 무슨 꽃이 피었는지, 어떤 곤충이 다니는지, 바람은 어떤지 종알종알 이야기를 멈추지 않는 아이들은 종종 양 떼를 만나 걸음을 멈춘다. 적소나무가 오종종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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