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고산, 요즘 시국에 아이가 만든 초코칩 쿠키
코로나19가 우리에게 삶의 방식을 바꾸어 전과는 다른 일상을 살게 합니다. 우리가 흔하게 누렸던 일상은 이제 조금씩 다른 형태로 우회하여 누려야 합니다.
해발 1.200m 스페인 고산에 사는 우리 가족은 생필품을 사기 위해서 평소에는 인근 도시 멀리 나갔습니다. 큰 도시에서 한꺼번에 모든 것을 해결하면 그나마 쉬웠지요. 하지만 지금은 코로나19로 마을 구멍가게에서 다 해결해야만 하지요. 물론 우리가 원하는 물건은 없기 마련이고, 다 구하기는 어렵습니다. 특히, 한국 식료품은 더 어려워졌지요. 스페인 봉쇄령이 여전히 풀리지 않은 지금 시국에서는 더 그렇답니다. 온라인 주문을 하거나 봉쇄령을 어기고 마을을 떠날 수만은 없지요. 물론 지금은 단계적 해제로 코로나 확진자가 증가하지 않는 같은 주에서는 오갈 수 있게 됐답니다. 하지만 코로나가 진정세에 접어들었다 해도 자유를 만끽하기에는 아직 긍정적인 상황은 아니라 우리 가족은 이런 상태도 감수하고 지낸답니다. 온라인으로 주문한 물건은 언제 도착할지 몰라 또 꺼려지는 요즘 일상입니다. (너무 외떨어진 곳에 살아 다들 오기를 거부하는 상황이라 되도록 물건을 온라인으로 사지 않으려고 합니다)
그런데 며칠 전 막내가 쿠키가 먹고 싶다고 졸라댔습니다. 지금 시국에 일부러 쿠키 사러 마을까지 갈 수는 없었지요. 필요한 물건은 목록에 작성해 하루에 날 잡아 한꺼번에 사 오기 때문에 당장 쿠키 만들 재료도 없었습니다. 할 수 없이 아이에게 이런 요구를 했어요.
"쿠키 먹으려면 우리가 직접 만들어야 한단다. 그런데 재료가 한정돼 있어서 그 재료에 맞는 쿠키밖에 만들 수가 없어. 네가 인터넷으로 검색해서 우리가 가진 재료로 쿠키 만드는 법을 알아볼래?"
그렇게 별 기대 없이 아이에게 과제를 내주었는데, 한참 뒤 아이는 꼬질꼬질한 레시피 공책을 가져와 보여주는 겁니다.
"엄마, 레시피 찾아냈어요."
호기심 반으로 아이의 공책을 열어 보니 정말 우리가 가진 재료만으로도 쿠키를 구울 수 있는 레시피를 찾아 냈더라고요! 만 8세 초등학교 3학년생이 쓴 비뚤비뚤한 글씨가 이때만큼은 얼마나 기특하게 보이던지 몰랐답니다. 아이의 수고가 헛되지 않도록 저는 바로 재료를 준비해와 레시피의 내용대로 쿠키를 만들기로 했답니다.
이래저래 쿠키를 만들었는데 우리 집 오븐이 전기 오븐이 아니고 가스 오븐이라 참 고난이었지요. 잘 구워진 것 같지 않아 우리 부부는 번갈아 가며 쿠키를 필요 이상으로 더 구웠냈습니다.
그런데 너무 딱딱해져 먹기에 좀 불편하더라고요. 그래도 아이들은 딱딱한 쿠키가 맛있었나 봐요. 먹으면서도 아이는 다음에는 '필요 이상으로 굽지 말아야 한다'며 레시피 공책에 바로 적어놓더라고요. 스스로 정보를 찾고 결과물이 나온 후 평가까지 하는 그 방법을 알아가는 게 참 마음에 들었습니다. 결과에 절망하지 않고 바로 그 허점을 찾아 다음에는 어떻게 하면 될지 미리 준비해나가는 명확함도 참 좋았답니다.
그리고 그다음 날, 단계적 해제 덕분에 마을 친구가 놀러 온 날이었습니다. (참고로 우리 마을 확진자는 0명이며, 그동안 봉쇄 덕분에 타지역 사람들이 외부에서 오지 않아 어느 정도 안정된 환경에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우리가 사는 주에도 확진자가 나오지 않은 날이 여러 날 됐고요. 스페인은 마드리드와 까딸루니아에서 대다수 확진자가, 그외 지방에서는 확진자 감소로 인해 가족과 친구 방문 등이 단계적으로 허용되고 있습니다)
그렇게 친구가 놀러 왔을 때 막내 사라는 친구와 과자를 만들겠다고 또 재료를 준비하더라고요. 그리고 드디어 완성된 완벽한 쿠키~!!! 아주 훌륭한 결과물이 나왔습니다!
아이가 원하던 초코 쿠키를 결국 이루어냈습니다. 다음 영상은 아이가 쿠키를 만드는 과정과 딱딱한 돌 쿠키를 먹는 일상의 모습, 과장 없이 한번 올려봅니다. 궁금하신 분들은 산들무지개의 유튜브 채널에 자주 놀러 오세요~!!!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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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족, 숲에서 살기로 했습니다
김산들 저
스페인 해발 1200미터의 고산 마을, 비스타베야에서 펼쳐지는 다섯 가족의 자급자족 행복 일기세 아이가 끝없이 펼쳐진 평야를 향해 함성을 지르며 뛰어나간다. 무슨 꽃이 피었는지, 어떤 곤충이 다니는지, 바람은 어떤지 종알종알 이야기를 멈추지 않는 아이들은 종종 양 떼를 만나 걸음을 멈춘다. 적소나무가 오종종하게...
'우리 가족 숲에서 살기로 했습니다'로 검색하시면 다양한 온라인 서점에서 만날 수 있답니다.
전국 서점에도 있어요~~~!!!
e-book도 나왔어요~!!! ☞ http://www.yes24.com/Product/goods/72257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