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고산의 5월 요즘 우리 집 텃밭
해발 1,200m 스페인 고산은 여전히 춥다.
한국 소식 접하다 보니 요즘 한국은 다들 반팔티를 입고 다니던데...... 내가 사는 곳은 아직도 추워 반팔은커녕 항상 잠바 하나는 입고 있어야 한다. (물론 지중해 연안의 아랫마을은 한국보다 더 덥지만 말이다)
그래서 채소가 잘 자라지 않는다. 이렇게 온도가 낮다가 6월이면 건조한 땡볕 더위가 찾아와 다 자라지 못하고 작게 열매를 달며 성장을 멈춘다. 사람들은 비닐하우스를 해보라고 하는데...... 산똘님은 다 날아가 버린다고 하지 말란다. 이곳은 바람이 무지 강해서 농막 같은 건물은 쉽게 날아가 버린다. ㅠㅠ
그래도 땅에 단단히 박은 작은 비닐하우스 하나는 시도해 볼만 하다. 하다 안 되는 게 훨씬 나으니 지금 때를 모색하고 있다.
나의 작은 텃밭은 지금 먹을 게 별로 없다.
우리나라 사람들 과장하는 것 보면...... 파 하나 키워 무한리필하면서 자라게 하는 법, 딸기 매년 배 부르게 먹는 법, 상추 먹고 싶을 때마다 따 먹는 방법 등등 무슨 이런 제목으로 사람 이목을 이끈다. 나는 아무리 파를 키워도 무한 리필할 정도로 그렇게 자주자주 잘라먹지는 못하던데...... 딸기도 열매가 빨갛게 익기를 기다려야 먹을 수 있는데, 매일 펑펑 따 먹을 수 있다니...... 상추도 여러 포기 심었지만, 그렇게 일 년 내내 먹지는 못하던데......
밭이 커서 생산성이 좋아 그렇게 자주 먹을 수 있다면 참 좋을 텐데.... 나처럼 작은 텃밭이거나, 아파트 베란다 텃밭인 사람들은 수확할 때까지 기다려야만 한다.
작년에 나의 예전 텃밭에서 캐 온 딸기를 심었더니 겨울을 아주 잘 버텼다. 조금씩 잎을 무성하게 하며 커가고 있다. 딸기는 내가 특별히 좋아하는 과일이라 더 번식시켜서 옛 명성을 다시 찾아야겠다. 몇년 전에는 딸기를 한 바구니씩 막~ 따서 먹었던 수준의 딸기밭을 일궜기에...... 지극정성 분발해야겠다.
텃밭의 대파...... 삼동파라는 파 종류이다. 지금 파 끝에 작은 양파 같은 주아가 달리고 있다. 올해 또 한 차례 이 주아를 심어 파 천국을 만들어야겠다. 파 앞에는 오레가노를 심었다. 작년에 한 움큼 심었는데 저렇게 번식하고 있다.
마늘도 잘 자란다. 마늘잎 캐서 볶아먹는 것도 참 좋다. 앞에는 빨강무를 심었다. 18일 내에 수확하는 빨강무인데 18일이 훨씬 지났는데 아직도 싹이다. 자주 심어 그때그때 뽑아먹으려고 했는데......
그 앞에 무성한 채소는 개양귀비이다. 개양귀비 꽃을 좋아해 그냥 뽑지 않고 뒀는데, 스페인 사람들은 이 잎을 잘게 자른 대구와 함께 마늘 넣고 볶아먹는다고 한다. 잎이 너무 푸르고 먹음직스러워 먹고 싶은데 그냥 꽃을 위해 뒀다.
하나씩 뽑아 먹은 양배추도 이제 몇 포기 없다. 그 자리에 거름 두둑이 얹고 호박을 심었다. 호박 싹이 빼꼼 인사하고 있다. 그 옆으로는 모둠 잎채소를 심었다. 아마존에 모둠 잎채소 씨를 팔아서 샀는데, 겨자가 있어 진짜 기분이 좋았다. 잘 자랄지 모르겠다. 고양이가 와서 자꾸 화장실 사용하는 것 같아 참......... ㅠㅠ 뭐 라도 덮어야겠다.
검은 플라스틱 비닐을 덮으라고 하는데, 어쩐지...... 마음이 내키지 않는다. 플라스틱 미세입자가 땅에 스며들 것 같아......
대신 어디서 짚을 구해서 덮어야 할까 보다.
열무는 씨를 받기 위해 그냥 뒀는데, 씨가 없는 하이브리드 열무 같다. 그 앞으로는 상추......
한 잎을 따 먹을 정도로 큰 것 같다. 손바닥만큼 클 때를 기다려 따먹기로 했다.
오늘 식탁의 채소는...... 풋풋한 잎마늘, 적양배추(작지만 달달하고 맛있다), 브로콜리......
몇 가지 되지 않지만 참 흐뭇한 텃밭 일상이다. 오늘도 소소한 일에 감사하며 하루를 마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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