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고산에서 깻잎과 고사리라니...!
지지난 주, 가족과 함께 고사리 채취하러 숲으로 갔습니다.
해발 1,200m 스페인 고산은 봄이 아주 늦게 오기 때문에 5월 중순이라도 고사리 순은 쉽게 볼 수 있답니다. 원래는 고사리가 잘 나지 않는 지중해성 기후이지만, 북쪽 기슭 습진 골짜기에는 간간히 고사리가 나기 때문에 마음 잡고 다녀올 수 있었지요.
스페인 사람들은 고사리를 먹지 않는답니다. 피레네 산맥 쪽 카탈루니아 지방 사람들은 고비를 먹는다고 해요. 하지만, 어떻게 요리하는지 직접 보지는 못해서 어떤 식으로 채취하고 관리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비스타베야 마을 사람들은 고사리에 독성이 있다고 방목할 때 꽤 조심을 하더라고요. 소가 고사리 뜯어먹고 죽었다는 루머가 언제부터 퍼졌는지는 모르지만, 농가 사람들은 소 방목할 때 좀 신경을 쓰는 듯했어요.
숲으로 들어가기 전, 방목지에는 이렇게 꽃과 풀이 푸르게 나고 있었답니다.
노루귀도 빼꼼~ 얼굴을 드러내고 반겼어요.
소나무에도 작은 솔방울이 피어나는 게 너무 귀여웠고요. 역시, 여긴 아직 봄이 완전히 다 오지 않았구나, 싶었답니다.
숲에는 고사리가 정말 많았어요. 가족끼리 야외에서 산책한다 생각하고 숲에 갔기 때문에 많이 꺾지는 않았답니다. 먹을 만큼만 꺾어왔어요. 우리 5인 가족이 1년 정도 먹기에 충분한 양은 아니지만, 그래도 향수 줄이기에는 딱 좋은 양으로 바구니 가득 꺾어왔습니다.
스페인 사람인 남편, 산똘님이 더 좋아하는 고사리...! 얼마나 열심히 꺾는지......! 이 사람이 스페인 사람인지 한국인인지 순간 착각할 뻔했답니다. 역시, 자기가 좋아하는 것 앞에 국경은 없는 게 사실이네요.
바구니에 신선한 생 고사리를 꺾어와 바로 삶았답니다. 너무 어린 순만 따와서 그렇지, 실제로 보면 한국 고사리보다 조금 굵고 짧습니다.
고사리를 삶고 나니, 산똘님이 바로 건조기에 고사리를 말려왔어요. 물론 몇 시간 걸렸지만 말입니다. 건조기에 말리니 줄기가 완전히 바짝 말랐어요. 그래도 물에 불리면 바로 굵어지는 요술을 부려요. 😅 이 건조된 고사리는 비닐봉지에 잘 싸서 냉동고에 넣어뒀답니다. 요즘 비가 오는 계절이라 습하게 곰팡이 피지 않도록 말입니다.
짜잔~! 위의 고사리는 냉동고로 이미 Go! Go!
그리고 올해는 너무 애지중지 키우고 있는 들깨도 있답니다. 얏호~! 고산 지대라 너무 추워 그런지 성장 속도가 무지무지 느립니다. 모종을 하나둘 지금 큰 화분으로 옮겨 심고 있어요. 노지에 옮겨 심은 깻잎은 세월아~ 네월아~ 자라질 않는데요, 반대로 화분에 심은 들깨는 그나마 속도를 내면서 자라주고 있답니다. 물론, 한국에 비하면 그 속도가 달팽이와 같겠지요?
혹시 죽을 지 몰라 한 화분에 두 세 포기씩 심었어요. 그래도 꿋꿋이 버티며 자라나는 듯해서 다행입니다.
이 화분에서 자라는 깻잎이 제일 많이 성장했어요. 너무 촘촘하기도 하지만 뭐, 잘 자라니 일단은 이 선에서 만족하고, 다른 모종은 화분에 하나씩 옮겨 심을 참이랍니다. 과연 올해 산들무지개, 들깨 잘 키워낼까요? 아~~~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도니~~~! 들깨 입장에서는 얼마나 난처할까요? '저 인간이 맨날 나보고 군침 흘려~~~'하고......
여러분 오늘도 건강 유의하시고요, 행복 가득한 하루 보내세요~! 고맙습니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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