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고산의 가을은 '새의 날'과 함께...
해발 1,200m 스페인 고산의 가을은 알록달록 화려하지 않지만, 잔잔한 황금색으로 찾아옵니다. 올해도 작년과 마찬가지로 잔잔한 가을이 찾아왔어요. 가을만 되면 저는 클래식 음악이 생각납니다. 어렸을 때 들었던 황금빛 가을과 캐논 협주곡~, 알바노니의 아다지오~ 마음을 저리게 하는 그 감성이 떠오른답니다. 올해도 이런 화창한 날 청소년기에 느꼈던 그 감성을 되살리곤 합니다.
발렌시아 지방의 페냐골로사(Penyagolosa) 자연공원의 예배당이자 수도원인 산 조안 데 페냐 골로 사 수도원의 풍경도 자연 속에 묻어 있습니다. 오늘은 특별한 날입니다. 언제나 그렇듯 페냐골로사 자연공원의 가을은 '조류의 날' 혹은 '새의 날' 행사로 시작한답니다. ^^
작년에는 코로나-19로 행사가 없었는데요, 올해는 다시 이 행사를 이어가게 되었습니다.
그간 코로나로 외출할 수 없었던 답답한 이들이 요즘 자연을 많이 찾는데요, 잠시 자연으로 시야를 돌려 자연과 하나된 우리 모습도 마음을 안정시킨답니다. 자연공원에서 교육사로 일하는 산똘님은 새의 날을 위해 방문한 방문객들에게 새의 중요성을 이야기합니다.
새가 없으면 우리 삶은 어떻게 될까? 새는 어떻게 사라지고 있는가? 등등...
요즘 환경파괴에 직면한 우리의 이야기이죠.
새가 먹은 열매는 배설물로 씨를 옮겨, 이곳 저곳 식물을 틔우게 하고, 산까치인 경우는 도토리를 이곳저곳에 묻어놔 나무가 자라게 하죠? 새는 해로운 곤충을 잡아먹어 심지어 도시에 있는 사람들에게도 모기나 말벌 등의 위협에서 보호해줍니다. 작물의 곤충을 먹고, 나무의 해충을 없애고....... 생태계의 일원으로 아주 열심히 사는 존재들입니다.
여러분은 중국의 마오쩌둥 참새 박멸작전 이야기를 이미 아시고 계시죠?
1958년 마오쩌둥(모택동)이 참새가 벼 이삭을 다 먹어치운다고 생각해, 중국인들은 벼 생산을 늘릴 명목으로 참새 2억 1,000마리 넘게 없앴던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결과는 대기근이었습니다! 참새가 벼에 해로운 해충을 잡아먹기 때문에, 참새가 없는 작물에는 해충이 들끓었고, 결국에는 1959년 극심한 굶주림으로 4000만 명의 아사자가 나왔다고 합니다.
그만큼 우리는 생태계에 얽힌 존재인데, 그 어떤 이유로 흐름을 파괴하면 사슬로 이어진 우리도 그 파괴의 일부가 된다는 것입니다.
새는 요즘 살아갈 장소를 점점 잃어가고 있다고 합니다. 도시화 되는 철새 지역들, 다변화되는 산림 구역, 환경오염, 기후 변화 등등... 그래서 우리 일상에서도 새가 어려움 없이 먹이를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을 시행하면 어떨까 산똘님은 새 모이 만들어주기 등의 행사를 진행했습니다. 특히 어린이들이 참여할 수 있어 참 좋았답니다.
밀가루와 각종 씨를 넣어 반죽한 후, 솔방울에 묻혀 나무에 걸어두는 식으로 아이디어를 짜냅니다.
새는 추운 날 뚝 떨어진 기온을 감수하기 위해 엄청난 에너지를 쏟는다고 해요. 그다음 날, 특히 눈 온 겨울, 눈 속에 묻힌 먹이를 발견하지 못하면 금방 죽기도 한다는데요, 그 혹독한 계절을 견딜 수 있게 살짝 우리가 도와준다면 다음 해 개채수가 늘어나 큰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솔방울을 끈에 묶어서 나무에 달랑달랑 매달아줄 요량입니다.
반죽 열심히 하는 아이들... 반죽은 씨가 쉽게 떨어지지 않고 고정되도록 할 목적이지요.
먼저 솔방울에 끈을 달아줍니다.
그 후 씨와 함께 잘 개진 반죽을 묻힙니다.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새의 중요성을 공부하다 보면 집 앞 창문에 조금씩 씨를 뿌려 놓기도 하고, 매일 씨를 올려주기도 할 겁니다. 어떤 이들은 새가 똥을 싸 귀찮아 죽겠다며 새 둥지를 없애기도 한다네요. 하지만, 새 둥지 하나 없애면 갈 곳 없는 새들은 또 위협당하고 죽게 되겠지요? 그런데 여름날, 모이에 쏘이는 건 싫고...... 새는 없애야 하겠고...... 모든 게 다 우리 좋을 대로만 할 수 없답니다. 모기는 모기약으로 없애면 되겠지, 둥지 하나 없앤다고 무슨 일 일어날까? 다 귀찮은 일에 뭘 그리 신경 써? 하실 분들도 있는데...... 나비효과라고 내가 한 행동이 결국에는 생태계의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것입니다.
아이들이 만든 새 모이 솔방울~ 일단 잘 말리기 위해 창문 창살에 달았고요, 이 행사에 참여한 어린이들은 각자 이 모이를 갖고 집으로 돌아가 근처 나뭇가지에 달아줄 거랍니다.
다양한 방법으로 새모이를 마련할 수 있고요, 땅콩을 찔러 달아 둬도 되고...... 다 쓴 페트병 재활용하여 씨를 넣어두고 구멍을 뚫어 새가 먹을 수 있게 할 수도 있고요......
어린이들이 새 모이를 만들었다면 이제 어른들은 자연공원 숲에 있는 새집을 수거해 청소해줍니다. 저는 새집은 그냥 달아놓은 것이라 생각했는데, 새집도 해마다 청소를 해줘야 새로운 주인이 들어와 살 수 있다고 합니다.
실제로 이런 새집에는 새들이 살다 간 흔적이 있었습니다. 이끼와 나뭇가지, 잎 등으로 포근한 둥지를 만들었던 새들...... 지금은 떠나고 없는 빈 둥지가 이 새집 안에 있었어요. 그 둥지를 깨끗이 다 털어내 제거하고, 좀 고장 난 부분은 다시 수리해 새 주인을 받습니다.
빈 둥지에 혹시나 모를 해충과 벌레, 기생물 등을 없애줘야 한다네요.
수리하고 있는 새 둥지.....
튼튼한 새 새집에서 이제 멋진 둥지를 틀고 지낼 수 있습니다! 😆
이렇게 새로 깔끔히 청소한 새집은 다시 나뭇가지에 올려주면 끝~!
그런데 이 새집도 북향으로 달아줘야 한다고 해요. 남향은 여름에 너무 뜨거워 새들에게 힘든 집이 될 수 있다네요.
자~ 이제 다음 주인을 기다립니다!
이렇게 스페인 고산의 가을은 새의 날과 함께합니다. 요즘 풍경이 참 눈부시고 아름답더라고요. 사진으로 그 모습 다 전달할 수 없었지만, 새와 자연, 숲, 동참하는 사람들, 모든 게 아름다웠던 주말의 가을 모습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여러분~ 오늘도 즐거운 일만 가득한 날 되시길 바랍니다.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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