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저녁 산책하기 좋은 요즘 지중해 연안의 9월 날씨
해발 1,200m 고산에 살다가 해발 140m 지중해 연안 도시 외곽으로 이사 온 지 일 년이 조금 넘어갑니다. 고산에서 아랫마을로 이사와 가장 좋은 점은 역시나 날씨입니다. 옛집은 고지대라 바람 세고, 강렬하다 못해 혹독한 목초지로 항상 추운 느낌이 들던 곳이었죠. 일 년에 두 달을 제외하고는 항상 난로를 피워야 하는, 추운 곳이었어요. 그런데 이 아랫마을은 아주 온화하고 따뜻해 움츠리지도 않고 가볍게 지낼 수 있는 곳입니다. 일 년에 딱 두 달 정도만 난로를 피워도 괜찮은 곳이에요. 그 정도로 따뜻해 무지 좋습니다. 하지만, 여름은 너무 덥고 건조해 숨이 턱턱 막힐 지경이었습니다.
7월과 8월은 고산 집에 가서 여름을 나도 아주 좋겠습니다. 하지만 올해 고산 마을은 아랫마을과 같이 물부족 사태로 꽤 고생했지요. 비가 내리지 않아 근처 샘은 한 곳만 남겨두고 다 말라버렸어요. 농가 사람들은 어려운 시기를 마을 행정에 의존해야 했지요. 빗물을 받아 생활용수로 쓰는 농가의 수조도 물이 다 떨어져 정부에서 보조하는 물탱크를 신청해야만 했답니다.
올여름엔 재정이 좋지 않아 휴가도 안 가고... 오로지 한국에서 온 우리 친정 가족과 시간을 보냈습니다. 정말 오랜만에 여름을 온전히 한 곳에서만 보냈네요. 그래서 올여름은 유난히 더웠던 것 같아요.
그런데 9월 들어서면서 세 차례 비가 내리더니 갑자기 아침저녁으로 쌀쌀해졌어요. 선선하다 못해 쌀쌀해져 가을 외투를 입고 외출을 해야만 합니다. 물론 낮은 다시 여름으로 돌아간 것처럼 덥지만, 아침저녁으로는 세상 파라다이스가 이곳인가 싶을 정도로 날씨가 좋습니다!
겨우 비가 세 차례 내렸는데 우리 [산들랜드] 땅에는 이렇게 싹이 오르고 있습니다. 비가 여러 차례 더 와주면 아마도 푸르게 땅을 덮을 것 같은데, 지금 일기 예보는 비 흔적이 없습니다. ㅠㅠ
땅에서 나오는 이 싹(위의 사진)은 아마도 야생 잔디인 것 같아요.
아침 산책할 때 역광을 받아 푸릇푸릇 빛나는 풀이 참 좋습니다. 드디어! 나도 푸른 농장을 거니는구나! 혼자 감탄합니다.
소나무 있는 곳을 지날 때는 푹신푹신한 떨어진 솔잎층을 밟고 지나가는데, 이 신선한 향은 무엇인가요? 이끼 낀 듯한 향과 소나무의 푸른 향... 마치 숲 가운데 들어와 있는 기분입니다. 아직 아침저녁으로 이슬이 맺혀 그런지 더 신선한 향이 납니다.
(📣 숨은 그림 찾기: 위의 사진에서 고양이를 찾아보시오~ 😻)
올리브나무 사이사이로 예전에 전주인이 심어놓은 포도가 있는데요, 다 말라죽어 앙상합니다. 간혹 잎이 간당간당하게 달린 포도도 있긴 하지만... 20년 정도 방치돼 되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이 죽은 포도나무는 날 잡고 트랙터로 갈아야 할 판입니다.
산책하다 보면, 고양이들이 뒤를 줄줄이 따라올 때도 있는데요, 요즘은 산책하기 좋은 날이라 맨날 따라나섭니다. 여름엔 까딱하기 싫어서 그늘에서만 뒹구는 녀석들이 날 좋은 건 알아서 함께 가을 분위기를 타는 듯해요. 😻
야생 올리브나무로 방치된 올리브나무, 열매 생산을 위해선 가지치기도 하고, 여러가지 트리트먼트를 해야 한다네요. 그런데 이게 쉬운 일이 절대 아니라서 지금 남편이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데요, 올해는 이 많은 올리브나무에서 딱 한 나무만 열매를 맺었더라고요. 올리브나무도 한 해 걸러 한 해 열매를 생산한다고 하네요. 어쩐지 작년에 올리브가 무지 많이 달려 깜짝 놀랐었지요. (작년에 초보였던 지라 어떻게 하는지 몰라, 수확하지 않았는데 무지 아깝네요)
푸른 지중해 연안의 가을 날씨... 우리 집은 근처 카스테욘 항구에서 15km 안쪽에 자리한 곳이랍니다. 그래서 지중해 날씨의 전형을 알 수 있는 곳이지요.
며칠 더 비가 내려준다면... 아마도 지중해 지방에서 말하는 2번째 봄이 찾아오지 않을까 싶어요. 봄에 한 번, 가을에 또 한 번... 꽃이 만발하고 푸르게 변하는 봄날씨! 그런 날씨가 말이에요.
오늘은 지중해 날씨 근황을 알려드렸습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