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 년 동안 이어진 유럽 농촌 건석 예술, 우리도 합니다!
건석 예술?! 건식 돌담 건축 기술?! "piedra en seco"
그게 뭘까요? 눈으로 보면 그냥 흔한 돌담이고, 한국에서도 흔하게 볼 수 있다고 생각되는 돌벽입니다(한국에도 있겠지만, 조금은 다른 듯하지만, 많은 한국인이 흔하게 봤다고 오해하는 건축 기술입니다). 어쩌면 특별할 것 하나도 없다고 생각되는 돌로 만든 담일 뿐인데 거창하게 예술이라고 하니... 좀 의아하기도 합니다.
여러분께 지금 소개할 이 건축법은 유럽 농가에서 수천 년 동안 이어져오던 흔한 건축법입니다. 계단식 돌담과 돌벽을 짓거나 돌로 만든 아치형태의 돌집도 지어 곳곳에 이어져 오고 있는데요, 이게 2018년 11월 29일 세계 인류 무형 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정말 특별한 무엇인가가 있구나, 합리적인 이유를 묻게 되기도 하는데요, 저도 돌담과 돌벽, 돌집이 둘러싸인 곳에 살고 있기에 그 특별함을 몰라주시는 분들께 참 안타까움을 많이 느끼기도 합습니다. 그래서 여러분께 오늘은 그 건석 예술을 자세히 설명드리고자 합니다.
일단 이 건석 예술을 보이는 나라는 유럽 중남부 전역인데요, 크로아티아, 키프로스, 프랑스, 그리스, 이탈리아, 슬로베니아, 스페인, 스위스의 시골 지역에서 전통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스페인만의 것은 아니라는 거죠. 사실 이런 건축법은 로마 시대 이전부터 전해져 와 그 돌담이 시대를 지나며 쌓이고 쌓여 어떤 곳은 산 전체가 돌담식 계단밭(스페인의 메노르카)인 경우도 많습니다. 직접 보시면 정말 대단하다는 걸 알 수 있어요. 지금도 스페인은 이런 돌담을 쌓아 올린 계단식 밭이 쓰이고 있고, 또 어떤 곳은 나무에 덮여 숲이 돼 버렸습니다.
위의 사진은 건식 돌담 건축 기술로 만든 작은 돌집입니다.
제가 살던 고산 마을에서는 우물, 수조, 돌오븐 등 이런 방식으로 다 지었더라고요. 이 건축 방식은 돌과 마른 흙 외에 다른 건축자재를 사용하지 않고 쌓아 만든 것입니다. 아니 시멘트 없이 쌓았다구요? 그렇습니다. 돌의 크기와 무게로 지탱하고 사이사이 작은 자갈과 마른 흙을 넣어 벽을 올린 것이랍니다. 그래서 이 돌벽의 특징은 굉장히 두께가 넓습니다. 보통 50~100cm(혹은 그 이상) 정도의 두께로 벽을 올립니다.
고산 마을에서는 나이 많으신 분들이 젊은이에게 어떻게 쌓아올리는지 기술을 전수하기도 하는데요, 그때 배울 기회가 있어 함께 배웠는데, 보기에 쉬워 보이지만, 결코 쉬운 건축법은 아니었습니다.
위의 사진은 고산의 풍경과 돌집, 돌담, 돌벽을 쌓은 다양한 모습을 담았는데요, 어떤 곳은 자신의 농토 구역을 표시하기 위해서도 쌓기도 하고, 어떤 곳은 양 떼를 가둘 목적으로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정말 다양한 방법으로 존재하고 있는 건식 돌담입니다.
어쨌거나, 그런데 왜 유네스코에서는 이 건석 건축 기술을 세계 인류 무형문화유산에 올렸을까요?
"건식 돌담은 산사태, 홍수, 눈사태를 예방하는 데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
유네스코에 따르면 이 건석 형태의 구조는 환경에 해를 끼치지 않으며 "인간과 자연 사이의 균형 잡힌 관계의 예"라고 합니다. 자연 재해 예방에 기여하는 것 외에도 침식과 사막화 방지, 생물 다양성 개선, 농업에 도움이 되는 미기후 조건 조성에도 기여한다고 하네요.
그래서 우리집 올리브나무 농장에도 이런 방식으로 세워진 돌담이 많이 있습니다. 계단식이라 폭우가 내리면 쓸려나가지 않아 지금까지 잘 버터 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몇 주 전, 집 밖으로 나가는 길에 도로가 유실된 지점을 보게 됐습니다. 그래서 산똘님이 이 방법을 이용해 도로의 유실을 막기 위해 돌벽을 쌓아 올리게 되었습니다.
자, 위의 사진처럼 도로가 움푹 파여 유실된 부분이 보입니다. 이곳은 비포장 도로라 더 심한 것 같아요. 게다가 동물, 특히 멧돼지가 이곳으로 오르내리다 보니 더 침식 상태가 심하게 된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남편이 아래에 지반이 좀 튼튼한 부분부터 돌로 벽을 쌓아 도로를 보강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이건 농촌 지역에 흔히 보이는 방칼(bancal, 계단식 돌밭)을 지탱하기 위해 쓰는 방법입니다. 그래서 완벽할 필요는 없습니다. 울퉁불퉁한 돌을 가져와 올려도 된다는 뜻이지요.
도로가 한쪽이 움푹 패여, 차바퀴가 빠지면 위험할 것 같았어요.
먼저 큰 돌을 찾아 하나씩 쌓고 그 위에 또 쌓는 방식입니다. 그런데 안쪽으로는 자갈을 넣어 채우고, 다시 다른 열에 돌을 또 올리면서 다른 방향으로 한 열을 튼튼하게 올립니다.
그 후, 사이사이 자갈을 채워넣고, 마지막으로 마른 흙을 채워 넣습니다.
돌 사이 사이가 뜨거나 불안정하지 않도록 작은 돌과 자갈로 채워 다양한 종류의 돌과 자갈, 흙이 구조를 안정적으로 만듭니다.
바로 요런 형태로 말이지요. 간단하게 보이죠? 그런데 자세히 보면 벽돌 쌓는 것과 비슷한 방식으로 쌓으면 된답니다. 다만 시멘트가 아닌 자갈과 마른 흙을 채워줄 뿐이지요.
이렇게 구멍이 좀 숭숭 난 것 같아 좀 불안해 보인다고요? 절대 아닙니다. 작고 큰 돌이 제각각 공간을 차지해 쉽게 무너지지 않습니다. 게다가 비가 오면 빗물이 고이지 않고 빠져나가는 형태라 더 안전합니다. 마치, 제주도 돌담이 구멍 숭숭 뚫려 바람이 불어도 무너지지 않는 것처럼요.
이제 마무리합니다. 마른 흙을 가져와 땅을 덮고 단단히 다져줍니다.
완성되었습니다. 이제 폭우가 내려도 도로 유실이 될 염려가 없습니다. 오랜 전통의 건축법으로 이번에는 도로의 한 면을 보강했습니다.
여러분~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예전부터 이어져오던 인류의 건축 기술, 아마도 유럽 이외에도 이와 비슷한 구조의 건축법을 사용하는 곳이 있으리라고 봅니다. 인류는 거의 비슷하게 발전, 발달해 왔으니 말이지요. 동시다발적인 기술이 어느 곳이든 발생하고 존재했으니, 그 기술을 어떻게 써먹느냐에 따라 우리의 기술 지식도 전수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스페인은 오랜 전통에서 사는 듯하기도 하지만, 그 전통 기술을 후손에게 물려주며 아직도 전수하고 있어 이 글을 써봅니다.
오늘도 건강 유의하시고, 보람 가득한 하루 보내세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