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스페인 우리 집 [산들랜드]에 비도 안 내리는데 땅이 촉촉한 이유
요즘 아침마다 산들랜드를 산책하고 있어요. 스페인 지중해 연안은 올해 계속 가뭄이라 몇 주 전 내린 비로 새록새록 싹이 오르고, 말랐던 식물이 푸르게 변하고 있답니다. 그런데 비가 내린 후... 몇 주가 지났는데도 여전히 다시 비는 내리지 않더라고요. 속으로 몇 번만 더 비가 내리면 여긴 정글이 될 텐데... 하고 은근히 기우제를 지닙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아침마다 땅을 밟는데 촉촉합니다. 아침 이슬이 자주 맺혀 그러는지... 땅이 촉촉하니, 신발에 계속 흙이 묻더라고요. 그러다 유심히 땅을 관찰해 보니... 글쎄 땅에 거미줄이 촘촘히 얽혀 있는 겁니다! 그것 참 신기하군...! 몇 년 전 사막에서 거미줄 원리를 이용해 네트를 만들어 물을 모으는 일화를 얼핏 들은 게 생각나... 손을 탁 치면서 그렇지! 바로 이 원리구나! 싶었습니다.
사막에서 거미줄이 물을 머금는 원리는 주로 표면장력과 나노 구조 덕분이라고 하더라고요. 거미줄은 매우 얇고 표면이 특정 방식으로 설계돼 있어 공기 중의 수분을 잡아당기고 작은 물방울을 형성하는 데 탁월하다고 해요. 그래서 거미줄 원리를 이용하면 사막에서도 물을 포집할 능력이 있다는 거죠. 도대체 거미줄의 어떤 요소가 물을 잡아당긴다는 말이야? 너무 궁금했습니다.
알고 보니 거미줄의 섬유는 수소 결합을 형성할 수 있는 단백질로 이루어져 있다고 해요. 이 구조는 수분을 끌어당기고, 특히 아침이나 저녁 같은 시기에 공기 중의 수분이 응결하여 작은 물방울을 만들면, 거미줄의 나노 구조가 그 물방울을 붙잡아 두는 역할을 한다고 합니다. 이 물방울들은 거미줄에 형성된 작은 홈이나 표면 패턴에 의해 안정화되며, 중력에 의해 떨어지기 전에 더 큰 물방울로 결합될 수도 있다고 해요.
그런데 도대체 나노가 뭐지?
제가 사귄 친구 중에 나노 기술을 전수하는 체코 과학자가 있는데 도대체 나노가 뭐지? 하고 물어본 적이 있어요. 물론 문과 출신인 저는 아직도 잘 이해 못하지만 대충 이렇게 이야기해 줍니다. '나노'는 매우 작은 크기를 나타내는 단위이며... 나노미터는 1억 분의 1을 의미하고, 주로 원자나 분자, 또는 아주 작은 물질의 크기를 측정할 때 사용한다고 합니다. 어쨌거나 나노미터 크기는 육안으로 볼 수 없고, 전자 현미경 같은 특수 장비로만 관찰할 수 있다고 해요.
그리고 여러 과학 분야에 연구되고 있다지요. 나노 크기의 물질이나 구조를 제어하고 응용하는 기술을 나노 기술이라 하는데, 눈으로 볼 수 없는 작은 입자를 이 기술로 옮기고 실행하는 일이 얼마나 대단하게 느껴지는지...! 정말 놀라울 뿐입니다.
그런데 이 거미줄이 나노 구조를 이루고 있다니... 아주 내구성이 높고 정교한 미세 구조라... 한쪽에서는 물을 포집하고 한쪽에서는 물을 밀어 물이 뭉칠 수 있게 한다고 해요. 친수성(hydrophilic)과 소수성(hydrophobic) 부분을 동시에 가지고 있어, 외부 환경으로부터 물을 끌어당기거나 내보낼 수 있는 특성을 지닌다고 하죠.
아이고~! 어려워! 벌써 머리가 아픕니다. 어쨌거나 산들랜드 산책하면서 본 거미줄에도 역시나 물이 방울방울 맺힌 걸 보니... 사막에서의 기적이 사실이구나! 새삼 놀랍니다.
그래, 이렇게라도 물이 생겨... 비 온 후 솟은 싹이 자랄 수 있으면 참 좋겠습니다. ^^
오늘은 산책하다 발견한 재미있는 거미줄과 물방울에 매료되어 이야기 하나 뚝딱 적어봤습니다.
항상 건강 유의하시고 행복하세용~~~ 또 즐거운 이야기로 찾아뵐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