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남편이 이해 못하는 한국인 아내의 행동
스페인 폭우로 정말 비가 많이 내렸습니다. 사실 폭우 전후하여 비가 적게, 혹은 많게 줄곧 내렸습니다. 그래서 평소 건조한 밭으로 둘러
싸인 우리 집 땅은 풀이 자라지 않는 곳인 줄 알았답니다. 그런데 비 내리고 난 후, 지금 우리 올리브 농장에는 녹색 풀이 엄청나게 자라나 양탄자를 깐 듯 대지를 녹색으로 물들이고 있습니다. 이제 곧 겨울이 오니... 이 풀도 점점 사그라들 것 같기도 한데... 어떻게 될지 모르겠어요. 아직 이사 온 후 이런 풍경은 처음이라 다음에 어떻게 될지는 유심히 관찰하며 기록해 놓아야겠습니다.
그런데 비 내리고 난 후 땅에 자라는 풀 중에 제가 신기한 것들을 많이 봤습니다. 그중 유난히 마음 쓰인 풀이 있었는데요, 마치 한국의 달래 같은 그런 풀이었습니다. 세상에! 이게 뭘까? 하나를 캐서 킁킁 냄새를 맡아보니 이거 완전 야생의 달래 냄새가 나는 거예요! 이거 혹시 달래가 아닐까???
사실 지난 여름에 우리 친정어머니께서 오셔서 달래꽃 비슷한 꽃을 보시곤 어서 채종하여 이듬해 봄에 땅에 뿌려보라고 하셨어요. 그게 달래일 것 같다면서 말이에요. 그런데 요즘 우리 집 근처, 곳곳에서 이런 달래 비슷한 식물이 자라나 이게 달래가 아닌가? 하는 호기심이 듭니다.
제가 하도 오래 전에 한국을 떠나 사실 달래를 유심히 본 적이 없어 기억도 안 납니다. 솔직히 이 달래는 너무 작고 줄기도 너무 얇아서 달래가 아닌 것 같기도 해요. 그런데 냄새는 또 양파 비슷한 달래 냄새가 나고.... 이것 참! 이 풀의 정체를 아는 사람이 옆에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혼자 정말 안타까워합니다.
일단은 요 식물을 캐서 더 유심히 관찰하려고 집에 가지고 갑니다.
그런데 남편이 옆에서 보더니 한참을 웃습니다.
"당신은 왜 맨날 풀만 캐면 먹을 게 아닐까 궁금해해?"
하하하! 사실, 저는 이런 야생의 먹거리가 너무 궁금해 미치겠습니다. 스페인에선 많이 잊힌 먹거리가 야생으로 나거든요. 실제로 먹을 수 있는 나물이 곳곳에 피고 나는데, 요즘 사람들은 채취해 먹질 않습니다. 스페인 나물 관련 책도 사서 보고... 혼자 공부를 하지만, 먹을 수 있는 게 어떤 건지 솔직히 잘 모릅니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먹는 사람은 아닙니다. 몸에 좋지 않을 가능성을 배재할 수는 없으니까요.
"어! 이건 꼭 한국 달래 같은 풀이라서..."
한국에서 달래를 너무 오래전에 먹어봐서 저도 잘 모르는데 어떤 향수가 좀 느껴지더라고요.
남편은 이런 저를 이해하면서도 가끔 이해 못 하는 척 웃습니다.
"얼마나 배가 고팠으면 이렇게 풀만 보면 환장해!!!"
사실 저는 풀(채소)을 고기보다 더 좋아해 항상 채소가게 앞만 지나면 침을 흘립니다. 그만큼 자연에서 나는 먹거리에 진심이랍니다. 그래서 야생 아스파라거스도 줄곧 채취하고, 봄에는 스페인 나물도 뜯고, 가을에는 숲에서 나는 버섯도 채취하러 간답니다.
오늘 이 달래 같은 풀을 보니 이건 분명 달래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런 Allium 종류가 이렇게 많다니...! 분명 같은 종인데 다른 과의 달래인 것 같기도 합니다.
스페인서는 이런 Allium은 정원용으로 많이 키운다고 하는데... 혹시 제가 못 먹는 풀을 뜯으며 좋아하는 것은 아닌지... 궁금해지네요. 이런 한국인 아내의 모습을 보며 스페인 사람인 남편도 웃습니다.
여러분~ 오늘도 행복 가득한 하루 보내세요! 감사합니다. 알라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