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에서 콩나물인지, 팥나물인지 모를 나물 키우기...
콩나물 들어간 비빔밥, 여러분들은 좋아하시나요? 저는 무지 좋아합니다. 스페인 사람인 남편, 산똘님도 콩나물 들어간 비빔밥을 아주 좋아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스페인에 살면서 콩나물은 한 번도 못 봤답니다. 심지어 아시아마트에서도 콩나물보다는 숙주나물을 더 자주 봤고, 콩나물은 가뭄에 콩 나듯 보이지 않았습니다. 최근에 콩나물이 보이긴 했는데, 이건 어디까지나 최근의 상황이고, 제가 20여 년 넘게 산 스페인서는 콩나물이라는 존재 자체를 아예 보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최근에 콩나물을 집에서 기르면 되잖아? 하는 반문이 스스로 마음속에서 꿈틀거리면서 일어났어요. 구래?! 그러면서 안 될 건 없쥐이이~! 그래! 시도는 해보자. 그러면서 폭풍 검색을 했습니다. 콩나물 기르는 방법에서부터 콩나물용 콩은 어떤 것인지... 등등
결론은 콩나물은 아무 콩이나 사용하면 다 먹을 수 있다고 합니다. 게다가 콩인지 팥인지 모를 정체의 콩이 스페인에는 너무 많아 팥도 나물로 해서 먹을 수 있는지 찾아봤는데 글쎄~~~ 이 팥나물도 아주 훌륭하다고 하네요. 어느 누군가는 팥나물이 예전에는 비싸서 잘 사는 사람들만 먹는 나물이었다고 하네요. 오우! 그럼 됐네~!!! 콩이든 팥이든 뭐든 나물로 만들 수 있다는 소리잖아?! 하고 환호했습니다.
그래서 스페인 마트에서 콩나물을 기를 콩 한 봉지를 샀습니다.
스페인서 구할 수 있는 콩은 알루비아 로하, 알루비아 블랑카 등이 있는데요, 저는 검정콩처럼 생긴 알루비아 로하를 샀습니다. 팥은 크기가 작다고 하는데, 이 알루비아 로하는 크기가 커서 콩으로 간주했습니다.
찜기에 몇 시간 불린 콩을 펴서 큰 냄비 안에 넣고 천으로 덮고, 아주 어두운 싱크대 밑 하부장 속에 넣어뒀습니다. 하루 두 번씩 물을 충분히 주고 어두운 곳에서 빛을 못 보게 뒀더니... 위의 사진처럼 싹이 조금씩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위의 사진은 3일째 되던 날입니다. 처음엔 마트에서 산 봉지 콩이라 싹이 날까... 의심했습니다. 그런데 웬 걸~~~ 콩에서 싹이 나오기 시작합니다!!!
얼마나 신기했던지! 세상 모든 콩과 팥은 이렇게 길러 먹을 수 있다니...! 그냥 도전이다, 라고 시작했는데 뿌리가 조금씩 나오기 시작하니 정말 신기하더라고요.
그로 후 약 5~6일 되던 때(위의 사진)
콩 많이 자랐습니다! 그런데 조금씩 잎도 보이는 것 같아 그냥 먹기로 했습니다. 잔 뿌리가 너무 많아 물을 많이 준 건가? 싶기도 하고, 그렇게 죽죽 길게 자라지 않는 걸 보니 아직 덜 자란 것 같기도 하고... 제가 생각하던 그런 콩나물은 아니었습니다. 콩 색깔이 팥에 가까워 좀 놀란 콩나물이었습니다.
원래 뿌리 끝에 아스파라긴이 많아 숙취해소에 좋다고 하는데, 잔뿌리가 워낙 촘촘하게 달려 조금 징그러워 잔뿌리는 다 떼고 나물 손질을 했습니다. 확실히 스페인 콩과 한국산 콩이 다르구나 싶게 모양새도 좀 달랐습니다. 하지만......
삶은 후, 참기름과 마늘, 소금 등으로 조물조물 무치니~~~ 이건 뭐! 그냥 콩나물입니다!!! 얏호~!
드디어 집에서 콩나물을 길러 먹는구나! 얼마나 기쁘던지요! 왜 이런 것에 우리는 더 기뻐할까요? 😆
삶은 후의 콩나물, 팥처럼 생긴 모양은 금새 사라지고 콩나물처럼 머리가 노랗게 변했습니다. 그런데 맛은 어땠을까요? 제가 깜짝 놀랐습니다. 맛이 콩나물 하고는 조금 달랐습니다. 으음... 콩나물 특유의 그 맛이 있는데, 그 맛보다는 좀 더 담백한 맛이 느껴져... 완전 다른 콩이구나 싶었지요. 콩 맛보다 담백한 무슨 은은한 맛이 나더라고요. 그런데 또 씹을수록 또 고소해서 계속 먹게 돼 계속 감탄만 했습니다.
"와~! 맛있다! 맛있는데?! 완전 담백해!!!"하고...
짜잔~! 그날 바로 비빔밥에 콩나물 넣어 고추장에 쓱쓱 비벼먹었습니다. 아~!!! 완전 꿀맛이었어요~ 😋
이제 방법을 알았으니 다음에 자주 콩나물이든 팥나물이든 길러서 먹어야겠습니다. 이건 저에겐 대단한 발견이었습니다. 스페인이라고 구할 수 없다고만 생각하지 말고, 직접 재배해 먹을 수도 있다는 사실! 이걸 깨닫는데 무척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나자신에게 훌륭해~ 칭찬을 해줬습니다.
혹시 해외에 사시는 분들 중 저처럼 콩나물 그리운 분들이 계시다면 한번 시도해 보세요. 아주 재미있는 경험이 될 듯합니다.
비빔밥 먹으면서도 계속 반찬으로 이 콩나물 집어먹었다는 사실, 진짜 너무 맛있었어요! 😍 이렇게 생활의 발견을 하면서 하루하루 사는 게 소꿉장난처럼 재미있네요.
여러분~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오늘도 행복만 가득한 하루 보내세요.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