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에 거주하는 불청객
우리의 [산들랜드]를 산책하다 보면 토끼굴이 가끔 보입니다. 진짜 스페인이 토끼의 땅이라는 어원(페니키아어로 '토끼'를 뜻하는 '스팬'(span)에서 스페인이라는 명칭이 나왔다는 설)에서 지어진 것을 증명이라도 하려고 토끼가 이곳저곳에서 튀어나옵니다. 지중해 연안의 우리 집 올리브농장에는 토끼가 정말 많습니다. 그런데 지나가다 보면 토끼굴이 다양한 형태로 보이곤 합니다. 이 작은 구멍들은 숨겨놓은 비밀의 문처럼 나를 끌어당기곤 합니다. 무엇이 그 안에 있을까? 토끼가 뛰어들어갔을 것 같은 그 굴은 어두웠고, 입구 주변엔 부드러운 흙이 가득 쌓여 있습니다.
▲ 아침에 유심히 바라본 토끼굴 입구
보드라운 흙이 카펫처럼 깔려 있는 생소한 느낌이 들면서 상상의 세계로 빠져들어갔어요.
여러분들은 어땠을지는 모르겠는데, 어렸을 때 저는 땅속에 굴을 파면서 놀곤 했습니다. 친구들과 함께 작은 손으로 흙을 헤집고 어두운 통로를 만들어 무언가를 감추곤 했는데요, 너무 하찮고 소중한 물건들을 파묻고 다음에 잘 있는지 찾으러 가곤 했었지요. 어떨 때는 작은 상자에 여러 가지 물건을 넣어 작은 땅속 굴에 넣어두고 오기도 했어요. 왜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순전히 아무 목적 없었던 아이들의 놀이였지요. 물론 토끼가 들어갈 법한 굴은 아니었지만, 우리는 아이다운 상상력으로 최선을 다해 놀곤 했었지요. 지금 생각하니 우리에게는 그곳이 비밀 기지였고, 보물창고였으며, 끝없는 모험의 세계로 이어지는 통로였습니다, 무척이나 진지했던......
토끼굴 앞에서 루이스 캐럴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생각하곤 합니다. [산들랜드] 토끼굴은 어떤 곳은 꽤 커서 왜 앨리스가 굴 속에 빠졌는지 이해가 갈 정도입니다. 구멍도 여러 곳에 나 있는데, 땅속은 어떤 통로로 연결돼 있는지 무척이나 궁금합니다. 올봄에는 아벤투라가 굴 앞에서 작은 새끼 토끼를 잡아오긴 했지만, 좀처럼 이 굴에 사는 토끼는 본 적이 없답니다. 너무 경계심 많은 동물이라 어디선가 몰래 우리를 훔쳐보다가 우리가 사라지면 나타나겠지요.
▲ 그런데 참 신기하게도 어떤 토끼굴은 드나든 흔적이 없을 정도로 방치돼 있습니다.
자기도 표적이 되기 싫으니 흔적 없이 드나드는 걸까요?
아니면 정말 저 굴에 살지 않는 걸까요?
집으로 돌아가는 길, 피식 웃습니다, 아니, 왜 토끼에 대해 지금 이 시점에 이런 궁금증이 생길 수 있지? 하고 말입니다. 나와는 전혀 상관없다고 느껴진 존재가 어느날 우리 삶에 들어와 살고 있는 모습을 보니... 꽤 영향을 받고 있구나 생각합니다. 토끼를 피해 텃밭 울타리를 꼼꼼하게 만들었고, 토끼가 갉아먹지 말라고 나무에도 울타리 쳐서 보호하고...
우리가 토끼 삶터에 와서 사는 게 문제일 수도 있죠. 😅
그래도 오늘은 토끼굴을 보면서 어린 시절을 생각합니다. 그 보잘것없어 보였던 놀이가 얼마나 큰 추억으로 남았는지, 때론 그 안에 숨겨진 비밀과 설렘이 토끼굴 입구를 보면서 느껴지네요. 어쨌거나 저는 매번 산책할 때마다 이 토끼굴을 보면서 오늘은 어떻게 달라졌나 관찰하곤 합니다. 가끔 입구에 흙이 더 쌓여 무슨 일이 있는 것일까? 또 상상을 하지요. 😂 어쩔 수 없이 상상력으로 사는 산들무지개...
여러분~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