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악삐악 우리 집에 새 가족이 탄생했어요!
수탉이 자취를 감추고 돌아오지 않던 지난달 7월, 닭장 한쪽에 조용히 자리를 잡은 암탉 한 마리가 있었습니다. 허공을 가로지르는 수탉의 울음소리 대신, 낮게 깔린 고요와 함께 암탉은 어느 날부터 알 위에 몸을 포개기 시작했지요. 그 작은 체구의 결심은 참으로 단단했어요. 홀로 미동도 없이 그 고요 속에서 뭔가 대단한 일을 하는 투사처럼 보였으니까요. 얼마나 움직이지 않았는지, 혹시 죽은 건 아닐까? 걱정이 되어 일부러 찾아가 유심히 살펴보기도 했다니까요. 그때마다 저는 움직이는 눈을 보고 안도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정작 암탉이 품은 알은 턱없이 부족했습니다. 확실한 유정란인지도 모르고, 어떤 알은 너무 오래돼 상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때 우리는 암탉이 알을 품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낳은 달걀 하나도 먹지 않고 그대로 놓아두었기 때문이지요.
결국 빅토르 선생님께 도움을 청했어요. 모자란 유정란 SOS를 받은 선생님은 흔쾌히 18개의 달걀을 내어주셨습니다. 하지만... 우리 암탉의 품은 생각보다 좁았습니다. 품 안에 고이 넣을 수 있었던 건 고작 여덟 개. 나머지 알들은 넣을 수가 없었어요. 어쨌거나 작은 체구의 암탉은 품을 준비가 이미 돼 있었기에 여덟 개의 알을 소중하게 품었습니다. 홀로 있는 암탉에게도 생의 활기를 다시 줄 병아리가 생겼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느덧 하루하루가 흘러 20여 일 후, 너무 뜨거워진 한여름, 그 뜨거움 속에서 작은 생명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알껍데기가 갈라지며 빅토르 선생님 닭들 같은 색깔의 병아리가 하나둘 세상 밖으로 고개를 내밀었습니다.
모두 일곱 마리.
앙증맞은 삐악삐악 울음소리가 닭장에 흩어지며 이 무더위를 시원하게 날렸습니다. 진짜로 기분이 날아갈 것 같았어요. 이사 온 지 2년이 되었는데, 그동안 많은 닭이 여우에게 먹혔고… 농업학교 프로젝트로 데리고 온 병아리는 모두 수탉이 돼 다시 학교로 돌려보냈으며… 마지막 수탉은 어디론가 달아나 돌아오지도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새로운 생명이 활기차게 움직이니 얼마나 신나던지요. 이 더위는 아무것도 아니게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여덟 개의 모든 알에서 생명이 탄생한 건 아니었습니다. 하나가 알을 깨고 나오면서 멈춰버린 듯했어요. 작은 생명의 고군분투한 흔적 앞에서 마음 한쪽이 먹먹했지만, 동시에 남은 일곱 마리의 떨리는 날갯짓은 눈이 부셨습니다.
이렇게 해서 수탉의 부재 속에 홀로 견뎌낸 한 마리 암탉은 묵묵히 일곱 생명을 태어나게 했습니다. 생명의 연약함과 기적 같은 강인함이 공존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이제 우리 집 닭장은 더 이상 조용하지 않습니다. 병아리의 현란한 움직임과 삐악삐악 울어대는 소리는 암탉 홀로 보낸 그 시간을 덮어나갑니다. 우리 [산들랜드]의 공기가 병아리와 함께 신선하게 채워지는 듯합니다.
우리 집 병아리 탄생! 이사 온 후 닭장에서 들리는 즐겁고도 새로운 소식이었습니다. 여러분~ 오늘도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