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한 남편이 만든 무화과잼
자연이 주는 선물은 사람에게도, 동물에게도 늘 소중합니다.
[산들랜드]에 이사 온 뒤, 전에 살던 고산에서는 볼 수 없었던 다양한 식물과 꽃들을 접하며 신기하기도 하고, 궁금해 정보를 찾아보기도 했습니다. 특히 열매를 맺는 나무들은 그 소중함이 더 크게 다가왔습니다.
20여 년간 방치되었던 우리 [산들랜드]는 숲처럼 무성했습니다. 덤불이 빽빽하게 뒤엉켜 나무조차 눈에 잘 띄지 않을 정도였지요. 그런데 그 속에서 무화과나무를 발견했을 때는 감격스러웠습니다.
“와, 열매를 수확할 수도 있겠구나!”
저절로 감탄이 나왔습니다. 동시에 한숨도 나왔습니다.
“그런데 저 무성한 덤불을 언제 다 정리하고, 제대로 가꾸어 수확까지 할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섰지만, 남편은 결국 큰 결심을 내리고 실행에 옮겼습니다. 때마침 그날은 스페인 전역에서 대정전이 발생해 모든 연락이 끊긴, 그야말로 완벽한 오프라인의 하루였습니다. 집중할 수 있는 그 시간 동안 산똘님은 무화과나무 주위를 덮고 있던 덤불과 풀을 베어내고 치웠습니다. 앙상하게 솟아 있던 가지에는 고정대를 세워 버틸 수 있게 했고, 나무가 충분히 힘을 얻도록 거름도 주위에 뿌려주었습니다.
올봄에는 비까지 넉넉히 내려 무화과나무가 힘차게 자라났습니다. 첫해라 열매는 전혀 기대하지 않았는데, 뜻밖에도 물과 양분을 흠뻑 머금은 나무가 풍성한 열매를 맺기 시작했습니다.
“와~! 내 생애에 이렇게 많은 무화과를 수확하다니!”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일이 현실이 되었습니다.
이미 여러 글에서 소개했지만, 올여름 무화과 수확은 정말 대풍년이었습니다. 따서 바로 먹기도 하고, 말려서 건조 무화과를 보관하기도 했지요. 이번에는 잼까지 만들어보았습니다. 그런데 더 재미있는 건, 이 모든 과정을 저보다 남편이 더 즐기며 무화과에 흠뻑 빠져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남편이 만든 무화과잼을 여러분께 소개할게요. 기회가 있으신 분들은 한번 만들어 보면 정말 좋을 것 같아요. 은은하게 달고 은은하게 풍기는 계피향이 어우러져 풍미가 아주 좋았거든요.
먼저 재료를 소개할게요~🍀
잘 정리한 무화과 1kg, 설탕 400g, 계피 조금, 레몬즙 3~4 티스푼
무화과 껍질을 까주세요. 이건 기호의 문제라 껍질을 까지 않아도 되지만, 껍질이 없으면 더 부드럽고 입안에 걸리는 게 없어 좋더라고요. 일단 우리 부부는 껍질을 거의 다 까고, 너무 익어서 벌레 먹은 무화과는 제거했습니다. 무화과 열매가 하도 많이 달려 지금 새와 나눠먹고 있어요.
요렇게 껍질을 깐 무화과는 4등분으로 잘랐어요. 그냥 먹어도 잼인데, 잼 만들어 먹으면 얼마나 맛있을까? 입안에 침이 고입니다. 쨍쨍한 지중해의 햇살을 받고 자란 무화과라 그런지 아주 달고 맛있어요. 완전 차원이 다름 😋
이제 위의 재료 중 레몬즙 빼고 나머지를 다 넣고 30분 정도 팔팔 저으면서 끓여줍니다. 그런 후 레몬즙을 넣고 다시 저어주면서 5분 정도 끓이고 불을 꺼주세요. 그 사이, 잼을 담을 병을 소독해 주세요.
아무리 좋은 열매로 정성껏 잼을 끓여도, 병이 청결하지 않으면 오래 두고 먹을 수 없으니까요.
소독하는 방법은...
먼저, 병과 뚜껑을 깨끗이 씻어낸 뒤 큰 냄비에 담아 물을 붓고 끓입니다. 병의 입구가 아래로 향하면 더 좋아요. 물이 끓을 때 병이 서로 부딪쳐 깨질 수 있으니 천을 감아 함께 끓이면 좋습니다. 물이 보글보글 끓어오르면 그 속에서 병이 소독되며 잡균이 사라지는데, 20분 정도 끓이면 좋더라고요. 병이 유리라 너무 뜨거워지니, 집게를 사용해 조심스레 꺼내 깨끗한 천 위에 엎어두세요. 뚜껑도 같은 방식으로 소독해 말려줍니다.
그런데 여러분! 이거 아세요? 병 소독에는 또 다른 좋은 방법이 있습니다!!! 🙌
바로 아기 젖병을 소독하던 기계를 활용하는 것이지요. 우리 집 아이들 키울 때 사용하던 건데요, 이 소독기에 병을 넣고 작동하면, 끓는 물에 삶는 수고 없이도 훌륭하게 소독이 된답니다.
덕분에 병 준비가 한결 간편해졌어요. 무엇보다 믿을 수 있는 결과가 나오니 마음도 든든합니다. 그래서 요즘은 잼을 담을 때도 늘 이 소독기를 활용합니다. 덕분에 준비 과정이 훨씬 수월해졌고, 무화과 잼 만들기가 즐거운 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소독을 마친 병은 뜨거운 상태로 잼을 담습니다. 저는 병이 좀 식기를 기다려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남편은 달랐습니다. 산똘님은 잼이 끓는 김을 품은 채로 병 속으로 흘러들어 가야 한다며, 식히지 않고 바로 담더군요.
“그래야 뜨거운 공기가 안에서 압력을 만들어, 완벽한 병조림이 돼.”
남편은 그렇게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뜨겁게 채워진 병에 뚜껑을 닫고, 입구가 아래로 향하게 두고 식히면 진공에 가까운 상태로 만들어줍니다. 나중에 뚜껑을 열 때 '톡' 소리를 내며 열리더라고요. 이 특유의 '톡' 소리는 단단히 밀봉되었다는 뜻입니다. 덕분에 잼은 오래 두고도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었지요.
자, 잘 담은 잼은 이렇게 아래로 향하게 하고 식혀주면 됩니다.
이제 시식하는 시간입니다~ 👏
와~! 그렇게 너무 달지도 않고, 무화과 특유의 단맛과 계피의 은은한 향이 너무 좋습니다. 산똘님은 계피껍질 하나 넣었는데, 완전 은은해서 더 좋았답니다. 제가 계피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인데, 무화과잼과 너무 어울려서 크게 반했답니다. 😻
여러분도 무화과 접할 기회가 있다면 꼭 즐겨주시길 바랍니다. 무화과 효능이 너무 대단하다고 해서 정보를 찾아보니...
우리같은 여성에게도 딱 좋더라고요. 노화방지, 항암, 피부개선, 소화촉진, 혈당조절, 혈압조절 등... 여성호르몬에 영향을 끼치기도 해서 여성건강에도 좋다고 하네요.
여러분~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알뜰한 남편이 만든 무화과잼 먹고 오늘도 건강해지는 기분이 든 하루였습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만 가득한 날들 보내세요. 이 포스팅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