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닭을 데리고 온 남편, 가족 하나 더 얻은 사연
* 우리 가족은 스페인 지중해 연안, 올리브나무가 많은 [산들랜드]에 살고 있습니다.
며칠 전, 남편이 차를 몰고 퇴근하다 길에서 이상한 장면을 보았다고 해요.
한 여자가 도로 옆에 닭을 내려놓고 가려는 것이었습니다.
남편은 차를 세우고 다가가 “무슨 일이세요?” 하고 물었답니다.
닭을 들고 있던 여자는 허둥대며 “아무것도 아닙니다. 유기하는 게 아니에요.”라며 손사래를 쳤다지요?
(요즘 닭이며, 고양이며, 돼지며... 반려동물로 키우는 사람들이 늘었다고 하는데, 이 닭은 사람 손을 많이 거쳤는지 굉장히 온순한 동물이었다고 하네요. 아무래도 반려닭으로 키운 듯...)
근처 자연공원에서 환경교육사로 일하는 남편은 순간 의심했지만, 굳이 따지지 않고 퇴근길이 바빠 집으로 그냥 왔습니다.
그런데 다음 날 아침, 출근길에 어제 그 자리를 지나며 혼자 남겨진 닭이 보였다네요!!!
닭은 땅을 꼭꼭 쪼아대며 먹을 것을 찾고 있었다고 합니다.
“역시 유기했어.”
남편은 그렇게 말하며 닭을 이곳에 두지 않기로 마음먹고 차에서 내려 뒤를 쫓았다고 합니다.
여우가 흔한 이 지역에서 닭이 홀로 살아남은 게 기적이라며 안도의 한 숨을 쉬기 전에 닭은 덤불 속으로 숨어 들어갔다고 해요. 가시 많은 지중해 연안의 덤불에서 닭 잡기가 하늘의 별따기 보다 어려웠다고 합니다. 그래서 차로 다시 돌아가 트렁크에 있던 담요를 꺼내 달아나는 닭을 보쌈했다고 합니다. 😂😂😂
결국 그 암탉은 우리 집으로 오게 되었습니다. 산똘님은 사무실 서류 상자에 닭을 담아왔는데, 우리 집 닭장에 바로 넣지 않고, 새 닭을 위한 작은 우리를 후다닥 만들었습니다. 근처에 널린 재료를 재활용하여 후다닥 만들었는데, 꽤 그럴듯했답니다.
남편은 새 식구가 우리 집 ‘원주민 닭들’과 천천히 친해질 수 있도록 작은 적응 우리에 닭을 풀어줬습니다.
처음엔 서로 경계하던 닭들! 시장통에서 신기한 물건 보고 몰려드는 사람들 같았어요. 호기심 많은 어린 닭들이 새 구성원을 호기심어리게 지켜보더라고요. 너무 귀여웠어요. 이 어린 닭들도 올여름에 새로 태어난 병아리이지요. 우리 수탉이 닭장을 탈출하고 암탉만 한 마리 남았었는데, 갑자기 알을 품기 시작하더라고요. 알을 품고 홀로 스무여일 넘게 독하게 보냈는데... 이렇게 새 가족이 탄생해 너무 안도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암탉이 자기 병아리 지키려고 외부에서 온 다른 닭은 심하게 공격하곤 합니다. 심지어 처음에는 남편까지 공격했답니다. ㅠㅠ
하지만, 지금은 많이 그 성질이 수그러들어서 우리가 들어가도 순해졌답니다. 어쨌거나 그 공격성 때문에 새로운 암탉도 평화로운 합사를 위해 격리해 주었답니다.
닭장에 새로운 가족이 온 걸 아는지 모르는지... 댕댕이와 고양이는 친목질하고 있어요. 😻
그리고 새 암탉을 위해 마침 작년에 수영장에서 알게 된 스페인 친구가 “이걸 써보라”며 주었던 테라코타 물병과 모이통을 넣어줬습니다. 완전 귀여운 물병과 모이통~! 스페인 전통의 토기인데, 너무 마음에 듭니다.
물병은 토기이지만, 입구가 하나가 있어 수압을 이용해 물이 조절되는 자동급수 시스템입니다. 모이통도 귀여워요~!
물병 넣어주니 목이 얼마나 말랐는지 폭풍 흡입을 하더라고요.
버려졌지만 다시 품을 찾은 닭. 생명을 귀하게 여기는 산똘님의 마음이 한 생명을 살렸습니다. 우리 집에 온 걸 대환영! 나중에 이 암탉이 알을 낳고, 닭장 구성원으로 다른 닭들과 잘 지내기를 바라봅니다.
여러분~ 오늘도 행복 가득한 하루 보내세요. 감사합니다. 추석 연휴가 다 끝났으니 이제 일상으로 다시 돌아가 활기찬 하루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