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시아버지가 의아해하는 한국 선물
한국에서 지인들이 우리 가족을 방문할 때마다 준비해 오는 선물 몇 가지가 있는데요, 그중 남자 지인들이 남편과 우리 시아버님께 자주 하는 한국 선물이 '부채'더라고요. 한국의 전통적인 부채가 얼마나 품위가 있는지...... 많은 분들이 선물로 가져오시더라고요. (실제로 고풍스러운 한국 부채는 인기가 많답니다)
그렇게 어느날, 한 지인이 시아버님께 드린 부채를 사용하실 기회가 있었는데요......
시아버지께서 그러시더군요.
"한국 남자들은 부채를 자주 애용하나 보지?"
저는 당연히 여름이 되면 부채를 사용하는 게 정상이라 생각하여 그렇다고 대답해드렸습니다.
"나한테는 아주 신기하거든. 한국 손님이 오면 매번 받는 선물이 부채라 한국에서는 남자에게 부채 선물하는 게 대중적이란 생각이 들어서 그래."
"네~ 특히, 어르신들께 부채 선물하는 건 일반적이에요."
스페인 시아버지께서는 부채를 열었다 닫았다, 또 말씀을 이으셨습니다.
"응~ 난 이 부채가 참 마음에 들어. 그런데 스페인에서는 옛날부터 부채는 여자들 전용이었거든. 그래서 내가 희한하게 생각한 거야. 스페인에서는 부채로 하는 대화가 있어서 여자들이 부채 들고 주로 사용했거든."
앗! 그런 게 있었구나! 처음에는 깜짝 놀랐습니다. 역시 동양과 서양의 문화가 다르니......
"한국에서는 이런 부채는 선비들이 주로 사용했어요. 특히 선비들은 수묵화 그려 여름 운치를 시원하게 부채에 풀이하기도 했고요."
"그러면, 그렇지. 스페인에서는 여자들이 서로 대화로 사용하던 것이 부채였어."
아! 알고 보니 조선에서 중국(그런 설이 있더라고요)에 건너간 부채가 15세기, 그 옛날 동방무역을 하던 이탈리아 사람들에 의해 유럽(포르투칼, 스페인, 이탈리아)으로 오게 되었다네요. 그러다 18세기, 19세기 무렵, 스페인에서는 아직 여성들이 남자의 동행 없이 행동할 수 없던 시절, 사회적 교류를 위해 댄싱 홀 등에 갔을 때 사용하던 부채로 특별한 언어를 사용하게 되었다네요. 아마도 부채를 애용하던 유럽 귀족들은 이런 언어를 알고 있었을 듯합니다. 그당시 함부로 말을 할 수 없었던 여성들이 부채의 상태에 따라 자신의 감정을 표시하던 언어라네요.
그 대표적으로 부채 언어를 설명하면,
왼쪽 귀 부분에서 부채 잡고 있으면: 날 좀 내버려 둬.
이미 위에서 밀어내는 식으로 하면: 너 변했어.
왼손으로 움직이면: (그들이) 우릴 주시하고 있어.
오른손으로 바꾸면: 넌 정말 대담하군.
손으로 갑작스럽게 접으면: 널 미워해.
오른손으로 움직이면: 다른 걸 원해.
뺨으로부터 부드럽게 접으면: 당신을 원해요. 사랑해.
손가락으로 펼친 부채 가장자리를 만지면: 너랑 말하고 싶어.
부채를 펼치고 입술을 만지면: 키스해줘.
천천히 펼치면: 날 기다려줘.
연 부채에 입술을 가리면: 난 혼자야.
스페인식 부채
스페인의 안달루시아와 발렌시아 지역은 아직도 서양에서
부채를 생산해내는 중요 지역이랍니다.
등등이라네요. 참 실제로 해보지 않으니 말로 하기엔 모호한 언어입니다. 아마도 자주 사용해야 느는 건 역시나 언어인가 보네요. ^^
그래서 이미지로 해석해보니 다음과 같네요.
아무튼, 여성들이 활동하지 못하던 시대의 전통이 지금도 이어져 스페인에서는 아직도 여자들만 부채를 사용한다는 선입견이 있습니다. 그러니 우리 시아버지께서는 한국 지인들께 자주 받는 부채에 의아한 마음이 생긴 것이랍니다. 앗! 저도 생각지 못하던 일이네요. 저는 무조건 시아버지께서 이 부채를 좋아하시는 줄 알았는데 몇 년이 흐른 지금에야 그런 속사정을 이야기하시네요.
그런데도 우리 시아버지께서는 그러십니다.
"난 한국 부채가 참 좋아. 그리고 난 요즘 세대거든.
누가 뭐래도 더울 때 부채로 흔들어 시원하게 하는 게 제일 나은 방법이야.
남들이 이상하게 봐도 이게 정상이지.
부채에 남녀가 어딨어? 그렇지?
난 남녀 평등주의자야~!"
하하하! 마지막에 '남녀평등주의자'라고 하신 일흔 하나의 우리 시아버지께서 참 쿨하게 넘겨주셔서 우리는 한바탕 즐거운 웃음을 나누었습니다.
참 재미있는 스페인문화(서양문화)였네요.
여러분, 오늘도 즐거운 하루~!
(이 글은 한 번만 읽히는 게 아쉬워 2년 전 포스팅을 다시 정리하여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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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족, 숲에서 살기로 했습니다
김산들 저
스페인 해발 1200미터의 고산 마을, 비스타베야에서 펼쳐지는 다섯 가족의 자급자족 행복 일기세 아이가 끝없이 펼쳐진 평야를 향해 함성을 지르며 뛰어나간다. 무슨 꽃이 피었는지, 어떤 곤충이 다니는지, 바람은 어떤지 종알종알 이야기를 멈추지 않는 아이들은 종종 양 떼를 만나 걸음을 멈춘다. 적소나무가 오종종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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