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고산, 우리 가족이 추운 계절을 맞는 방법
스페인은 지난주부터 서머타임제가 해지되고 이제 본격적인 겨울 시간대로 왔습니다. 낮이 점점 짧아지고 밤이 점점 길어지는 추운 계절이 다가온다는 신호이지요. 벌써 낮이 짧아져 아이들이 학교에서 돌아오면 어둑어둑해져 더는 야외활동은 할 수 없답니다.
그런데 이 추워지는 계절, 우리 가족은 알아서들 잘 추운 계절 대비를 하게 되었습니다.
어느 날 아침, 저는 뛰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아침 일찍 일어난 저는 평소와 마찬가지로 신문 보는 습관으로 인터넷 신문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좋은 소식은커녕, 죄~다 까도 까도 나오는 최순실 게이트에 화가 나기 시작한 것입니다. 한국에 있는 우리 국민들은 얼마나 마음 아프고 화나고 배신감에 빠져 있을까, 얼마나 충격일까? 제가 더 걱정되었지요. 그러다, 마음을 아프게 하는 이 소식들에 화가 나 들판 한 바퀴를 뛰기 시작했습니다. 에이~ 정신 건강을 피폐하게 하는 소식보다 그 시간에 이렇게 내 몸을 건강하게 하는 게 훨씬 효율적이란 생각이 들었지요. 그래서 그때부터 지금까지 저는 뛰기 시작했습니다. 아이들 등교 보내기 전 약 25분 정도를 뛰게 되었답니다.
엄마는 아침 달리기 2km
이것이 제가 추운 계절을 맞는 방법이었습니다. 아침에 한 번 뛰고 오면 몸도 마음도 가벼워져 상쾌하고 추위도 달아나 기분이 좋더군요. 뭐, 아직 7일밖에 되지 않았지만, 그래도 쭉~ 이렇게 하기로 했답니다. ^^*
해가 떠오르기 직전 뛰다가 찍어본 비스타베야 풍경입니다. 처음 3일은 움직이지 않던 근육이 결리더니 이제는 더 뛰고 싶은 마음이 들었답니다. 물론, 숨이 차서 뛰다가 걷다가를 반복하지만, 상쾌한 아침 공기 마시는 일은 아주 기분이 좋은 일입니다.
아빠는 보관해 둔 한국의 마사지 팩을 꺼내기 시작했어요~
산똘님은 추운 계절만 되면 어깨가 결리고, 근육이 마비되는지 모르겠어요. 자신의 구명조끼라고 불리는 한국에서 사 온 마사지 팩은 꼭 꺼내어 사용한답니다. 여러분이 이미 아시는 분도 계시겠지만, 이 남편에게는 이 마사지 팩이 소중하지 않을 수 없다네요. 안타깝게도 하나가 터져버려 지금, 한 개로 버티고 있다는 사실......
자~ 이렇게 마사지 팩과 발을 넣을 수 있는 보온 발 덮개, 고무로 된 보온 물통(침대를 따뜻하게 하려고) 등을 꺼내어 추운 계절을 대비하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아이들은?
아이들은 야외에 나가 노는 걸 두려워하지 않게 옷 든든히 입히고 마음껏 놀게 둡니다.
겨울 시간대로 옮겨져 낮이 엄청나게 짧아졌지만,
아이들과 함께 자주 산책을 하거나 채소밭에서 아직도 나고 있는 채소를 수확합니다.
아이들 도움으로 수확한 몇 안 되는 채소밭 채소
이것은 루꼴라인데, 우리 밭에 지금 루꼴라 풀이 한창 자라나고 있어 잘라와 닭들에게 모이로 줬습니다.
먹어도 먹어도 넘쳐나는 야생 풀이거든요.
집으로 돌아오는 길, 양 떼도 집으로 돌아간다고 메에에에~ 웁니다.
이렇게 야외 활동이 두려워지는 계절이 점점 다가오지만, 아이들과 자주 산책을 하려고 노력합니다. 이제 자전거도 타는 아이들이니 다 함께 들판 한 바퀴 돌고 오는 일도 참 좋습니다.
집밥, 반찬에 신경 더 많이 쓰고 있어요~
집밥은 언제나 잘 먹어야 좋은데, 날씨가 변하는 계절, 특히 추운 계절은 면역력이 떨어져 참 걱정이더라고요. 특히 유행성 감기에 걸려 골골대는 때가 다가오기 때문에 항상 집에서 먹는 밥은 신경을 더 쓰게 됩니다. 면역력에 좋은 반찬이 어떤 것인지 잘 모르지만, 하루하루 다양한 재료와 반찬을 먹으면 면역력이 생기지 않을까 생각되었답니다. ^^
밥 먹을 때마다 매번 사진 찍는 걸 잊어버려 몇 장 없는데 요즘 먹은 음식들입니다.
보통 4첩 반상이 되도록 노력하는데 ^^; 중복되는 반찬들도 있답니다.
템페(인도네시아 두부) + 고수 나물, 부추 달걀말이, 감자 당근 채소 조림, 샐러드
병아리콩으로 만든 전, 구운 만두, 어묵과 감자 당근 간장 조림, 깍뚝 샐러드(토마토, 양파, 오이, 아보카도)
어묵 무 당근 조림, 치즈를 넣은 달걀말이, 오징어 양파 간장 볶음, 샐러드
그리고 백김치.
사실, 피클이나 김치는 항상 밥상에 오르는 음식이지요.
숙주 간장 조림, 생선빵가루튀김,
대만식 두부라는데 두부 구이에 양송이 버섯 브로콜리 볶음, 무 말랭이 무침
제가 요리할 때는 매번 이런 식으로 한답니다. 꼭 4첩이 되도록 노력하지요. 그래봐야 뭐 별것 없는 듯하지만 제게는 꽤 신경 써서 하는 요리가 아닐 수 없답니다. 남편이 요리할 때는 스페인식 요리로 반찬이 없는 다른 풍경이 생성된답니다. ^^
추위와 어둠을 두려워하지 않는 불놀이~
점점 추워지는 계절, 어둠이 쉽게 내려앉는 밤들......
우리는 이 계절의 변화 앞에서 어떤 작은 의식을 하기로 했답니다. 아이들이 겨울만 오면 아마 이런 의식이 꽤 큰 추억으로 남을 것 같아요. 계절을 인식하는 방법이기도 하고, 계절 앞에서 겸허해지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집에서 먹고 난 치즈 통을 재활용하여 만든 등불입니다.
둥근 통을 오븐 종이(유산지)로 이어 붙어 저렇게 등을 만듭니다.
유산지를 접을 때 안쪽에 나뭇잎을 덧대면 참 예쁩니다.
이 등에 작은 초를 넣어 불을 붙이고 들판을 한 바퀴 돌기로 합니다.
점점 추워지는 이 저녁 밤, 아이들도 몸소 추위를 느낍니다.
이제 어둠의 계절이 온단다. 우리는 어둠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단다.
이 등불을 밝히고 씩씩하게 걸어가면 두려울 것이 없어.
좀 추워지면 이 작은 등불에 의지해 집으로 가면 돼~
아이들은 신났습니다.
이렇게 겨울을 맞이하는 등불 의식도 끝나고, 이제 우린 열심히 추운 계절을 즐길 차례입니다. 뭐 별난 방법은 아니지만, 이렇게라도 어수선한 세상사에서 내 삶을 지키는 방식이 아닐까 싶습니다.
여러분도 추운 계절 건강 유의하시고요, 나름대로의 면역력을 키우는 방법 한가지씩 알아서 서로 건강 유지하기로 한 번 노력해봐요~
여러분,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블로그에서는 하지 않은 맘껏 수다방으로 놀러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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