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사람들이 당황할 수도 있는 한국 선물
정말 신기하죠? 처음에는 싫던 것도 시간이 지나면서 좋아할 가능성이 있으니 말입니다. 지난번 가족 모임에서 김치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던 스페인 시누이가 그날은 웬일인지 자기 품에 저를 꽉 안고는 김치를 같이 담그자고 제안을 했습니다. 오~ 이렇게 이쁜 표정으로 김치 먹고 싶다는 애교 부리는 시누이가 참 귀여웠습니다.
'그래, 김치가 스페인에서도 그 가치가 발휘되는구나~'하고 생각했죠.
"그래! 당연하지. 우리 언제 김치 재료 사서 같이 김치 담가보자고~!" 하고 흔쾌히 기뻐해 줬습니다.
이것처럼 문화는 거부와 융화로 반복되면서 어느 장소에서 정착되는가 봅니다. ^^*
오늘은 스페인에 살면서 느낀 한국인의 선물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일반적이라고 할 수 없는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이 스페인이라는 나라의 사람들이 요즘 사는 방식과 사고도 느껴볼 수 있다고 생각하여 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스페인에 놀러 오는 한국 지인들이 가지고 오는 선물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선물은 주는 사람도 기쁘고, 받는 사람도 기쁜데요, 가끔 당황할 수 있는 선물도 있다는 걸 알려드립니다. 물론, 주는 사람 생각해서 다 기쁘게 받는다는 건 말씀드리지 않아도 아시겠죠? ^^
스페인 사람들이 당황할 수도 있는 한국 선물, 어떤 것이 있을까요?
선물은 모든 이들이 참 기쁘게 받습니다. 스페인 사람들도 선물 주는 사람 앞에서 싫은 기색은 하지 않습니다. 예의에 어긋나고 그 사람의 성의를 생각하여 참 기쁘게 받습니다. 그런데 가끔 어떤 선물을 받고 제게 당황스러웠다는 이야기를 하는 스페인 사람도 있었으니 오늘은 그 이야기를 합니다.
1. 인삼이나 홍삼 제품
한국에서는 몸에 좋은 것을 참 좋아합니다. 그런데 스페인 사람들은 몸에 이러이러해서 좋다, 라는 것보다 맛을 더 좋아하는 듯합니다. 한국에서는 각종 요리 재료들을 설명하면서 어떤 성분이 있어 몸에 무척 좋다는 광고를 자주 하는데요, 이런 것을 스페인 사람들은 그다지 신경 쓰지 않습니다.
한국인들은 트러플(truffle)이 왜 비싼가요? 하고 자주 질문하면서 몸에 어떻게 좋은지를 먼저 물어봅니다. 그런데 스페인 사람들은 맛과 향이 특별하여 비싸다고만 이야기해줍니다. 한국인은 끊임없이 어떻게 몸에 좋은가에 초점을 맞추는 데 반해, 스페인 사람들은 그런 것에 신경 쓰지 않더라고요.
마찬가지로 인삼이나 홍삼이 몸에 참 좋지만, 일부러 찾아 사 먹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는 사실, 사 먹더라도 캡슐로 된 건강 약품을 사는 쪽이 더 많더라고요. 그래서 인삼이나 홍삼의 맛에 당황하는 일들이 자주 있다는 이야기. 맛이 미묘하고 익숙하지 않아서 오는 당혹감이랍니다.
물론, 인삼이나 홍삼 맛에 맛 들이면 또 성향은 변할 수 있겠지요?
2. 커피 믹스
한국에서는 외국인들이 커피 믹스를 무척 좋아한다는 이야기가 대중적으로 알려진 듯합니다. 그래서 친구들이 스페인에 올 때도 커피 믹스를 많이 사 들고 옵니다. 그런데 스페인 친구들의 반응은 "어? 여기도 있는데 커피를? 그것도 인스턴트커피?"라는 반응이 많습니다.
물론, 한국에서 온 커피 믹스는 새로운 문물이라 많이들 호기심으로 마셔봅니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엑스프레소의 진한 커피 맛에 익숙해져 그다지 커피 믹스에 매력을 느끼지 않습니다. 오히려 한 차와 같은 한국 전통차를 더 기쁘게 마시는 것 같더라고요.
한국인에게 아메리카노가 익숙한 것처럼 스페인 사람들에게는 엑스프레소가 생활 커피이기 때문에 커피 믹스는 호기심으로 마시는 일탈하여(?) 마시는 커피 정도로만 생각합니다.
3. 부채
부채도 한국에서 가져오는 선물 중 상당한 비중을 차지합니다. 손으로 제작하여 만든 멋진 부채는 스페인 가정에서 실내 장식품으로 널리 쓰이기에 참 좋아하는데요, 스페인에서는 부채가 여성의 전유물이었기에 당황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다름 아니라 한국 지인들은 부채를 십중팔구 남자들에게 선물하니 말입니다.
어? 이게 뭐예요? 하고 궁금해하실 분들은 다음의 제목을 클릭해 보세요~
2016/08/12 - [스페인 이야기/생활, 문화] - 스페인 시아버지가 의아해하는 한국 선물
서양에서는 부채가 여성들이 들고 다니면서 쓰던 개인용품이었기에, 남자에게 부채를 선물하는 게 이해가 되지 않았던 것이지요. 하지만, 동양적인 아름다움이 있는 부채는 실용적으로 쓰기보다는 벽에 장식하는 장식품으로 많이 쓰인답니다.
이런 부채는 남자들보다는 여자들이 더 좋아하는 것 같았습니다. (정말 아름다운 한국 부채입니다)
4. 속옷이나 내의
오?! 요즘 속옷을 외국인에게 선물하는 사람이 있어요? 하고 물어보실 분이 있으니 이 속옷은 개인사라고 해도 되나요? 아무튼, 남편이 받은 선물 중에는 한국 친구나 가족이 선물한 속옷이 있었습니다. 처음에 굉장히 당황했죠. 게다가 스페인 시부모님께도 내의를 선물해주신 분도 계시고요.
한국에서는 속옷이나 내의 선물하는 게 이상하지는 않잖아요? 아님, 요즘 시대가 많이 변했나요? 그런데 스페인에서는 커플 이외의 사람이 속옷을 선물하는 경우는 많지 않답니다.
위의 두 사진: pixabay
지난번 친구 어머님께서도 제게 속옷을 선물해주셨는데요, 남편이 이 모습을 보고 적잖이 충격을 받았습니다.
"우와~! 속옷도 선물하는구나!"
그런데 남편은 한국 지인이 선물한 속옷을 아주 편안하게 잘 입고 다닌답니다. 선물 안 했으면 큰일 날 뻔할 정도로......
5. 과자
요즘 스페인 사람들은 과자 성분을 아주 많이 따집니다. 예전보다 알레르기도 많아졌는지, 성분을 하나하나 따져가면서 먹습니다. 게다가 어떤 성분이 자기 몸을 해치는가에 대한 알레르기 분석도 꽤 유행하고 있어 과자를 기피하는 사람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답니다.
오히려 이 사람들에게는 전통 과자나 디저트류의 초콜릿, 떡 같은 게 더 좋을 수도 있습니다.
6. 화장품
스페인에서는 화장품을 잘 선물하지 않더라고요. 물론, 자기에게 맞는 화장품을 선물해달라고 한다면 괜찮지만, 섣불리 화장품을 선물하지는 않습니다. 요즘 한국 화장품이 아주 인기라고는 하지만, 화장품보다는 향수 같은 선물이 더 적합합니다.
화장하지 않는 사람도 많고, 알레르기 때문에 기피하며 성분 따지는 사람도 많고, 특정한 회사 제품만 쓰는 이들도 있으니 말이지요. 물론 한국 화장품을 이미 쓴 사람들은 화장품 좀 사달라고 성화이지만 말이지요.
위에서 제시한 몇몇 한국 물건이지만, 어느 정도 스페인 사람들의 성향은 알 수 있겠죠? 이런 선물도 처음에는 당황하겠지만, 익숙해지면 괜찮아지는 좋은 물건이 된다고 믿습니다. 사람사는 다 변하기 마련이니 말입니다. ^^
* 위의 글은 모든 스페인 사람들이 다 그렇다~라고 단정하는 글이 아님을 알립니다. 제가 살면서 느낀, 개인적인 경험담을 토대로 작성한 글이오니 많은 이해 바랍니다. ^^
스페인 사람들은 굉장히 비싸고 화려한 선물보다는 소소한 물건을 더 좋아하더라고요. 값비싼 제품이나 상표보다는 그 지역의 특산물이나 손으로 제작한 수공예품들 등. 이런 소소하고도 정성 어린 물건을 더 좋아합니다.
참고로 한국 사람들이 자주 선물하는 물건으로 자개 거울, 천으로 만든 명함 지갑, 복분자 술, 전통 디저트 떡, 조미김, 자석 공예품, 지역 특산물, 젓가락과 숟가락의 수저 세트 등 이런 한국적인 물건을 좋아하는 듯했습니다.
여러분,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시고요, 하루하루 건강 유의하세요. 화이팅!!!
Copyrightⓒ산들무지개 all rights reserved
♥ 블로그에서는 하지 않은 맘껏 수다방 ♥
☞ 스페인 고산평야의 무지개 삶, 카카오스토리 채널로 소식 받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