뜸한 일기/부부

언어 때문에 생기는 외국인 남편과의 현실적 불편함

산들무지개 2018. 11. 12. 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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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부부는 한 쌍의 원앙 같다고 다들 부러워하십니다. 아니, 원앙처럼 예쁘게 생겨서 그런 게 아니라, 마음이 척척 잘 맞아 어디든 두 몸이 한 몸이 되어 행동하는 그런 모습을 보고 말입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고, 모르시는 분은 모르시는, 우리 부부는 한국-스페인 커플이랍니다. 


일단 문화가 다른 곳에서 태어나 자란 사람들이라 역시, 언어에 장벽이 참 많았죠. 하지만, 서로 이해하는 마음이 더 깊어 이런 문제는 사실, 문제도 아니었습니다. 다들 말하는, '마음이 잘 맞으면 된다~ 서로를 이해하면 된다'라는 말을 믿고 항상 이해하려고 노력을 해서 이렇게 잘 지내온 것 같습니다. 


그런데 언어의 그 뜻 말고, 언어의 실용성 때문에 생기는 문제가 있답니다. 



실용성. 


예를 들면 기계를 구입할 경우, 저는 한국어 버전으로 사용하고 싶은데 남편은 꼭~ 스페인어 버전으로 해놓으라고 요구합니다. 이것 참! 한국어를 아직 배우지 못해 한국어 버전으로 해놓으면 이해를 못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제 개인적 물건도 꼭 스페인어 버전으로 해달라고 합니다. 특히 스마트폰 같은 물건 말입니다. 


"아니, 내가 개인용으로 쓸 텐데 왜 스페인어 버전으로 해달라는 거야?"


그러면 남편은 꼭 이렇게 말합니다. 


"무슨 사고라도 나면 내가 한국어를 알 수 없어 확인하지 못 하는 일이 있을 것 같아서...... 정말 미안한데 스페인어 버전으로 해주라~!" 


남편의 말이 어느 정도 이해도 가고 수긍이 되어 저는 컴퓨터, 휴대폰, 전자기기 등등 모든 기계를 스페인어 버전으로 해놓고 사용합니다. 그런데 가끔 답답할 정도로 무슨 뜻인지 모를 경우도 있고, 한국어로 번역하면 어떻게 될까 고민도 많았답니다. 


휴우우~! 외국에서 사는 게 정말 이럴 때는 답답합니다. 남편아~ 어서 한국어를 배워라! 




이번에 카메라를 새로 사게 되었는데도, 남편은 스페인어 버전으로 해달라고 부탁합니다. 물론, 남편이 부탁하기 전에 스페인어로 해줬지만 말입니다. 


혹시, 무슨 사고가 났을 경우, 한국어를 몰라 소중한 무엇을 잃을 수 있다고 생각하니 말입니다. 


게다가 요즘 우리 큰아이가 컴퓨터 타자 연습을 하기에, 한국 타자 연습 웹사이트를 소개해줬습니다. 얼마나 재미있는지, 한글 타자도 배우고, 영문 타자도 배우고 정말 좋습니다. 그런데 남편이 왜 스페인어 타자 치기 웹사이트를 소개하지 않았느냐고 또 난리입니다. 


"왜, 아이가 한글도 배우고, 한글 타자 연습도 하고, 영문 타자도 치면 얼마나 좋아?! 영문이 늘면 스페인어 타자는 금방이야. 날 보라고. 난 보지도 않고 다 치잖아!


제 경험을 곁들어 이야기하니 남편이 하는 소리가, 


"내가 그 웹사이트에 들어가 확인할 길이 없어서 그래. 아이가 잘하는지 못 하는지 알 수가 없거든. 다음 단계가 어떤 것인지...... 한글을 모르니까 아이 진전 상황을 모르잖아!" 그럽니다. 


어휴~! 남편아. 한글 좀 배워라. 소리가 절로 나왔습니다. 


"왜, 아이가 두 언어를 배우는 소중한 기회인데, 좀 한글 타자 연습 웹사이트를 하도록 내버려 둬."


하지만, 남편은 아이의 진전 상황을 확인하고 싶은지, 자꾸 스페인어 타자 연습 웹사이트를 검색해주더라고요. 


"남편아! 그러지 말고, 이번에 한국어를 좀 배우는 게 어때?" 


이런 소리가 나왔습니다. 그러지 말고, 남편도 한글 타자 배우면서 한글도 배우면 얼마나 좋은가요!




남편은 참 미안한 얼굴로 그럽니다. "그래, 나도 좀 한글 배워야 하는데 참 미안하네. 한국 가서 몇 년 살아보고 싶은데......! 나도 스페인어 6년 배운 당신처럼 한국어 6년 배우면 아마 한국어가 늘 수도 있을 거야~" 

이럽니다. 그러게 한국에서 살아볼 기회가 우리에게도 와서, 한 번 '1년 살아보기'하고 싶네요. 


그렇게 남편은 자신이 한글을 몰라 미안해하면서도 배울 기회가 없어 항상 스페인어만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런 점은 제가 이해를 하면서도 가끔은 실질적인 버전 설정에서 참 답답하기도 하네요. 하지만, 남편이 요구하는 대로 꼭 스페인어로 해둡니다. ^^*


혹시나 모를 사고에 대비해, 스페인어로 써둔 한국 주소와 가족과 지인 전화번호, 한국 계좌, 제 메일 아이디와 패스워드, 블로그 등등 미리 써두고 남편에게 당부합니다. 


"남편, 내가 사고 나면, 이 노트를 꼭 확인해봐."하고 말이지요. 마치, 유언의 일부라도 되듯이 말입니다. 무사고와 건강이 함께하기를 바라면서도 혹시 모를 사고, 사건에 대비한 이 노트가 남편에게 유용하게 사용되기를 바라면서 말이지요. 


이런 불편함이 어쩌면 상대를 더 생각할 수도 있다는 걸 알게 되네요.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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