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 활동 고집하다 과학저널에 글까지 올리게 된 15세 아이
안녕하세요, 여러분~
산들무지개의 블로그와 유튜브 영상을 보신 분들은 이미 아시겠지만, 우리 가족은 자연과 밀착하여 지내는 자연친화주의 가족이랍니다. 아빠는 자연공원 환경교육사로 일하고, 엄마는 자연에서 먹거리를 구하고 키우는(?) 텃밭 농사꾼입니다. 뭐, 팔기 위해 농사짓는 수준은 아니고요, 집에서 소소하게 채소 재배해 식탁에 올려 먹는 수준이랍니다.
우리 집 큰 아이, 산드라는 지금 만15세이고, 어릴 때부터 새를 좋아해 관찰하면서 취미 활동을 하는 청소년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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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링크는 이미 블로그로 소개한 아이의 새 관찰 에피소드입니다.
이렇게 산드라는 어릴 때부터 새를 관찰하며 지식을 쌓아갔습니다. 저는 순전히 새 보는 것만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점점 더 호기심과 관심을 넓혀 새의 특징과 이름, 과학명까지... 다 섭렵하더라고요. 그리고 새 공부를 하면서도 새와 관련된 동물들 혹은 관련되지 않은 동물들 등 자연의 생태계 큰 영역까지 넓혀갔습니다.
뱀과 도마뱀, 양서류까지 공부하고... 파충류 양서류 협회 회원까지 돼 공부하고......
동물의 흔적도 취미로 공부하면서 자신의 자존감을 높여갔습니다.
그리고 어느 날, 새 추적링 끼우는 활동을 하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엄마를 깜짝 놀라게 했습니다. 자신의 글이 잡지에 실렸다고......! 잡지에 실렸다고 해서 흔한 잡지인 줄 알고 가볍게 넘어가다 그 잡지의 두께와 내용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다름 아니라 그 잡지는 이 지역에서 정통성을 따지는 과학저널이었기 때문이었죠!
어떻게 하다 과학저널에 글까지 올리게 됐을까요???
다름 아니라 산드라(작년 14세)가 작년 주말마다 새벽 일찍, 자연공원 탐조대에 가서 새를 관찰했는데요, 어느 날 평소 보지 못했던 새를 발견했어요. 이게 뭘까? 무슨 새일까? 공부하면서 주말에 그 새를 놓치지 않으려고 매번 자전거로 달려갔습니다. 그러다 페냐골로사 지역 산림경찰(혹은 산림 공무원) 아나 씨와 이야기를 나누다 이 새의 정체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산드라가 발견한 새는 피레네 산맥에서 사는 새인데, 이 페냐골로사에서도 발견한 첫 번째 케이스가 되었습니다.
산드라는 분명 이 지역에는 없는 새를 인지하고 있었고, 어떤 사고에 의해 이곳에 온 것은 아닌가 의심하기 시작했다지요. 그러다... 매번 탐조대를 찾다 이 새의 새끼 새를 발견했습니다. 이게 사고에 의해 정착한 새가 아니라, 어린 새끼도 기르는 토착 형태의 새였던 거죠! 그래서 첫번째 케이스로 산드라의 발견이 과학저널에 실리게 되었습니다.
아나 씨와 공동 저자로 이름을 올리고, 자신의 글과 사진을 보신 다른 저자분들이 합류해 저명한 자연과학저널에 실리게 되었습니다.
NEMUS 자연과학저널: 라틴어로 숲이라는 뜻
4명의 공동저자가 함께 글을 올렸습니다.
티테타라는 새인데, 보통은 피레네 산맥에 서식하는 새라고 합니다.
산드라는 자신이 운이 좋아 이 새 사진을 찍었다고 말하는데요, 아빠는 아니라고 아이의 노력을 강조해 칭찬해 줍니다.
"네가 이룬 이 발견은 결코 운이 좋아 이룬 게 아니란다. 넌 이 새가 어떤 새라는 걸 알고 있었고, 이곳에서 처음으로 발견된 새란 걸 이미 알고 있었잖아! 그래서 매주 주말마다 새벽같이 자전거를 타고 탐조대에 갔어. 이 새의 정확한 존재 의미를 파악하려고...! 네가 그런 노력을 하지 않았다면 이 글(학술지 논문)은 결코 써지지 않았을 거야! 네가 발견한 게 얼마나 중요한 단서가 됐는지 넌 꼭 알아야 한단다. 정말 대단한 일을 한 거야! 이 새가 페냐골로사 자연공원에서 발견된 첫 케이스이기 때문에 정말 중요한 거야. 페냐골로사가 피레네 산맥과 엄청나게 멀리 떨어져 있는데도 이 새가 이곳에 사는 생태적 환경이 어떤 것인지 연구할 수 있는 문을 열어줬기 때문이지~! 아빠는 네가 아주 자랑스럽단다!!!"
아빠의 응원은 산드라의 자신감을 얼마나 크게 했는지... 너무나 기뻐하는 아이의 모습에 저도 무척 뭉클했답니다.
그러다, 이 소식을 들은 신문사에서도 취재를 한다며 연락이 왔어요. 와~! 이렇게 설레는 일이 산드라에게 일어나다니...! 산드라는 얼마나 들떠 있던지...! 신문에 실을 사진을 찍어달라고 엄마한테 난리입니다. (이럴 땐 아기 같아요)
이번에 신문사에 보낸다고 찍은 사진... 엄청나게 많이 찍었는데 이곳에서 이 사진 하나만 올려봐요.
그렇게 해서 아이가 취미 활동하면서 이루어낸 성과 하나를 여러분께 소개했습니다. 취미가 생활이 되고, 생활이 학습으로 이어지는 일상이 되었습니다. 이런 산드라가 더 자유롭게 세상을 보면서 자연과 함께하기를 바라봅니다.
여러분~ 오늘도 즐거운 하루 보내시고, 항상 건강하세요!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