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이야기/음식, 식재료

스페인 소시지, 한국에서 맡은 듯 아닌 듯 비슷한 이 냄새~!

스페인 산들무지개 2015. 10. 3.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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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이제 오전에서 오후까지 학교에 있게 되었답니다. 종일반으로 학교에서 급식하니 그나마 좀 다행입니다. 스페인 경제가 나빠져서 학교 급식이 중단되는 일이 생기기도 하는데, 다행히 이 비스타베야 초등학교에서는 12명의 학교 (총인원인) 아이들을 위해 여전히 급식이 나온답니다. 아이들 수가 적어, 말 그대로 집밥 형태의 급식을 먹는답니다. 재료도 비스타베야에서 난 음식으로 공수하니 어디 집밥이 아니고서야 가능할까요? 


그래서 도시락을 싸지 않아도 되니 참 다행이란 생각이 들지만 그래도 엄마들은 역시나 엄마들인가 봅니다. 아이들에게 간식을 싸줘야 하는데, 이 간식도 좀 걱정이 되더라고요. 간단하게 샌드위치 싸주면 되잖아요? 하실 분이 있으나 여기가 고산이라 도시처럼 다양한 간식을 접할 수가 없답니다. 또한, 건강식을 생각하는 엄마는 아이들에게 싸줄 간식 하나만이라도 정성을 다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어 그냥 사소하게 지나칠 수가 없었답니다. 


그래서...... 


저는 아이들에게 간식은 직접 만들어주기로 했답니다. 


일주일에 한 번은 과일, 나머지는 다양한 간식으로 만들어주는 것으로 말이지요. 


그런데 어제 저는 프랑크푸르트 소시지를 넣어 박은 소시지 빵을 만들려고 준비를 했지요. 외출 중인 남편에게 이런저런 설명을 하면서 꼭 아이들이 좋아하는 프랑크푸르트 소시지를 사오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스페인 남편은 그걸 사오지 않았습니다. 


이유는 프랑크푸르트 소시지가 뭐가 맛있느냐는 것입니다. 하하하~! 네~! 스페인 사람들은 뜻밖으로 이런 삶은 햄이나 가공된 소시지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답니다. 대신, 투박하면서도 시골 맛이 나는 엠부티도스(embutidos, 스페인 전통적인 소시지류)를 선호한답니다. 그래서 나약하고(?) 맛없는 소시지보다 강렬한 스페인 소시지를 더 좋아하는 것이지요. 


그래서 남편이 사온 것은 다름 아니라 스페인식 소시지의 한 종류, 치스토라(chistorra)입니다. 쵸리소와 비슷하지만, 전혀 다른 비율의 재료가 들어간 소시지이지요. 제가 이 포스팅을 할 줄 몰라 사진은 안 찍었는데요, 생긴 것은 다음과 같습니다.   


www.segundosanz.com

사진처럼 길쭉한 모양의 생 소시지입니다. 


www.snipview.com

너무 길고 길어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 몰라 어리둥절했던 소시지입니다. 


치스토라(chistorra)는 스페인 북부 바스크-나바로(Vasco-Navarro) 지역과 아라곤(Aragon) 지역의 전통 음식이랍니다. 12월 21일 성 토마스의 날에 바스크 지역에서는 이런 전통 음식을 일부러 축제에 선보이곤 한다고 합니다. ^^* 이제는 전국적으로 사랑을 받는 치스토라는 신선하게 막 만든 생소시지의 일종으로 스페인 사람들이 일상으로 쉽게 접할 수 있는 음식이 되었답니다. 


아무튼, 저는 남편이 좋아해 생각 없이 프랑크푸르트식 소시지처럼 생각해서 치스토라 박아 넣은 빵을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 소시지에서 나오는 기름~! 우아~~~!!! 기름이 철철 넘치는구나~! 


빵에 시뻘겋게 흘러내리는 기름기에 묻어난 파프리카 가루가 엄청나서 놀랐습니다. 혹시, 이거 고추장 같은 기름 아닐까? 싶은 것이 말입니다. 비계가 많이 들어갔는지, 정말 고추기름을 연상시켰습니다. 



이렇게 저는 긴 치스토라를 잘라서 빵 반죽에 박아넣고 오븐에 구웠습니다. 



빵이 부풀려 먹음직스럽게 나왔어요. 

그런데 파프리카가 돼지비계와 섞여 나와 고추기름을 연상시켰답니다. 



이 치스토라의 또 하나의 큰 특징이 또 하나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냄새~!!! 



그래도 기쁜 마음으로 아이들에게, 남편에게 이 빵들을 간식으로 싸주었습니다. 


아침에 행복한 마음으로 간식을 싸고......시간이 지나, 일 때문에 남편의 자연공원 홍보관에 들르게 되었습니다. 같은 동료들과 함께 홍보관에 들르자 마자...... 풍기는 이 냄새는...... 


아~! 한국에서 너무나도 익숙하게 맡았던 냄새였습니다. 


제가 베이킹할 때는 전혀 몰랐던 이 냄새~! 세상에~! 같이 갔던 동료들이 함성을 지릅니다. 


"우와! 이 강렬한 냄새~!" 


무슨 냄새인지 짐작하셨죠? 바로 마늘 냄새였답니다. 

여기가 마늘 소굴도 아니고...... 


저도 이번에 처음으로 먹어본 '치스토라(chistorra)'라는 스페인 전통 소시지였습니다. 테루엘 같은 내륙 지방에서는 이 치스토라를 빵 반죽으로 감싸서 빵을 만든다고 합니다. 이름은 프레나다(prenada)라고 하는데, '임신'이라는 뜻...... 빵 안에 치스토라를 임신했다는 뜻일까요? 


이 치스토라 빵을 남편이 열심히 먹고 있었습니다. 아~! 스페인에서도 마늘 냄새를 풍기는구나, 비슷하면서도 다른 이 나라의 문화에 그만 웃음이 나오고 말았습니다. 


"남편, 나도 한국에서 학교 도시락 싸갈 때 등교 버스에서 마늘 냄새 풍길까 봐 엄청나게 조마조마했어~!" 그러자 같이 갔던 스페인 현지인들도 그럽니다. 


"하하하~! 한국서도 그랬구나. 스페인서는 옛날에 다른 나라 이민 갔다 휴가 맞아 돌아갈 때 집에서 챙겨주는 음식을 잔뜩 싸가곤 했어. 그런데 국경 넘을 때마다 이 음식 냄새 때문에 참 조마조마 했었지. 국경 수비대에서 인상 찌푸리면서 이거 무슨 냄새야? 할 때는 뜨끔했다는 이야기도 있어. 다들, 소시지 및 쵸리소, 하몽 등등...... 냄새나는 음식 때문에 말이야. 그 중 하나가 이 마늘 냄새지~!" 


정말 그렇네요. 스페인도 한국과 아주 비슷하다는 것을......!


스페인 사람들도 외국 나가면 마늘 냄새에 민감해진다는 사실을 알고 오늘은 참 많은 공감(?)을 느꼈습니다. 하하하~! 

스페인 여행 오실 때, 꼭 한 번 이 치스토라를 시식해보시길 바랍니다. 

정말 한국의 맛이 느껴질 것으로 압니다. 

단, 비계주의~! 

모르고 먹다 열량 많은 이 파프리카 + 마늘 + (돼지 비계)기름에 반할 수 있습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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