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15년 전 인도여행 일기 보니 대단했구나

산들무지개 2014. 8. 19.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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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스토리 블로그에 책 쓰기 프로젝트를 공고하고 이것저것 자료를 찾고 있었다. 어떤 글을 쓰지? 쓰고 싶은 것은 엄청나게 많은데, 시간이 없어 단지 머릿속에서만 꿈을 꾼다. 


그러다 어젯밤 우연히 책장 구석에 고이 보관된 내 인도여행 일기를 다시 펼치게 되었다. 

지금으로부터 15년 전부터 쓰기 시작한 것들인데 깨알 같은 글씨로 빽빽하게 뭐 그리 할 말이 많은지, 사색과 고심의 흔적이 역력히 보였다. 역시, 젊을 때에는 방황하는 것이지! 



그때가 20대 초중반이었으니 정말 내가 가야 할 길이 무엇인지, 엄청나게 고민했었다. 특히 삶과 죽음, 사랑과 이별, 과거와 미래 등을 한 없이 생각하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때는 나에게는 시간만 있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이런 사색은 인도와 퍽 들어맞았다. 

인도에서 만나는 많은 사람과 특수한 환경, 사는 모습, 풍경 등이 선입견을 깨기에 충분했기 때문이다.



길 위에서 만난 무수한 종교인에게 들은 '삶', 나대로 사색하여 기록한 흔적이 있다. 

수도사, 요기, 스님, 등 무수한 이에게 들은 삶과 사랑, 나에게 살아가는 큰 힘이 되었다. 그러니 정말 인도에서만 이런 진지한(?) 모습을 만나지 않을까? 


물론, 다 마음에 달린 것이니 어딜 가나 내 마음이 원하고자 하면 깨달을 것인데......



쿠알라룸푸르에서 친구와의 재회, 정말 반가웠다. 어느 중국인이 내 옆 모습을 종이와 가위로 쓱싹쓱싹 잘라 만들어주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사리입은 뚱뚱한 스튜어디스 아줌마가 툭툭 던져주던 기내식을 생각케 하는 인디언 에어라인 티켓, 일기장 속에 고이 남겨 있었네? 



네팔의 부처 탄생지, 룸비니에서 만난 법신 스님이 그려져 있네? 

대성석가사 한국절의 존경의 최고봉, 주지 스님이시다. 소소한 일상으로 현지인에게 아버지와 같은 자비를 베푸셨다. 내 기억 속에 고스란히 남아있는 풍경은 법신 스님께서 현지 아이를 업고 놀아주는 풍경, 네팔 꼬마를 자전거에 태우고 놀아주는 풍경, 일꾼들의 지휘 모습(그때 법당을 증축하고 있었다.) 등이다. 


그곳에는 존경하는 원인 스님도 계셨다. 많은 배움을 얻은 곳이다. 



14년 전 나뭇잎이 지금까지 있네...... '2만큼 온 이에게'라는 요리무리꾸리한 시도 쓰다니?!!! 그때는 참 심각했다.  이만큼이라도 왔으니 다행이었네. 



인도의 사르나트에서 만난 중국인 고행 스님이 적은 시

보리수 나뭇잎이 그대로 내 일기장에서 시절을 견디고 있다. 



체코 친구가 적어준 시, '지옥과 천국'이라는 글인데 도대체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 

사막의 꽃이 이 일기장 안에서 친구의 흔적과 고스란히 남아있다. 



어디로 가야 하는지....... 한참을 방황한 흔적이 있는 글, 한국에 잠깐 들어갔다 다시 여행을 결심하면서 쓴 글이다. 



인도 사막에서 주워온 공작새 깃털...... 오시안의 어느 작은 사막 마을에 들어가 염소 치는 남매와 놀던 때가 생각난다. 



마날리의 한 풍경, 길 위에서 만난 누군가가 안부의 인사를 내 일기장에 적은 모습이 보인다. 

난 그때도 일기장에 소통의 형식으로 기록을 남겼구나! (현지인이 적은 플랜카드 글씨가 틀려서 웃겼던 기억도 난다.)



해발 4000미터의 꽃도 내 일기장에 남아있구나. 마날리와 레 사이에서 고산병으로 해롱해롱 토하면서도 이 꽃을 잊지 않고 가져왔구나. 꽃 속에 자잘한 곰팡이가 일기장에서 같이 화석화(?)되고 있다. 



스리나가르의 한 보트 하우스에서 만난 꼬마 아가씨 

너무 예뻐서 한순간 그려낸 흔적이......



달 호수 위, 보트를 타고 유유히 호수를 떠다니는 모습. 호수의 잔잔함과 호수 위의 연꽃 등 크리스탈빛 반짝거림이 머릿속에 남아있다. 



바라나시 어두운 극장 안에서 볼리우드 영화를 보면서 환호하던 모습이 떠오른다. 그 영화가 요란스러우면서 재미있고 슬펐던 이유가 이 그림 안으로 떠오른다. 



좋아하는 언니가 꼭 가보라며 권장한 아루나찰라...... 가는 방법이 적혀있다. 

스리 라마나 마하리쉬의 순수한 삶을 배우고자 사진을 붙이고 다녔네?!



마이 베스트 프렌드, 미소가 그려준 내 모습.... 하하하! 저렇게 머리를 산발, 귀신처럼.... 그렇게 길게..... 친구가 그립다. 



이것은 무엇이냐? 내 마음에 날개를 달고자 하는 의지(?)! 괴로움에서 해방 되고자 한 흔적이 보이네......

참, 젊을 때 방황은 지금 보니 아름답기까지 하다. 



여행을 좋아하면서도 여행에서 느끼는 외로움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외로움이 싫으면서도 여행을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방황하는 흔적이 보인다. 



깨알 같은 일기장, 그 속의 등장 인물들.... 신기하다. 

물 공양 바바, 체중계 바바 등이 나온다. 길에서 만난 성자인데 목마른 여행자에게 물을 주면서 수행하는 바바이고, 사람들 체중계 위 몸무게를 재면서(아마도 영혼의 몸무게를 재는 것일까?) 수행하는 인도 바바이다. 참 신기한 사람들 많이 만났다.  



일기장 구석에는 여행 경비 지출 기록이 있다. 재미있게도 공양 기록도 있다. 사모사가 3루피, 5루피였다니?!!!

하루 5달러 이하로도 생활한 것이 참 신기하구나. 방값이 한국돈 오천 원 미만이었다니?!!! 믿을 수가 없다. 



어떤 생각은 지금 읽어도 감동되는 부분이 있다. 지금은 아이들 육아에 치여 나를 잊고 사는 경우가 있는데 가끔 옛 일기장을 들여봐야겠다. 



재미있는 정보를 다른 여행객에게 알려준 흔적도 있네.......

'뚱뚱한 남자 같은 여자', '압력밥솥식당', '한국 김치 파는 곳' 지금은 여어어엉.... 기억나지 않는 작디작은 오차 마을이다. 성이 아주 아름답고 예쁘다. 다시 가라고 해도 가고 싶다. 그런데 지금은 상업화되었겠지? 



그림을 많이 그렸네. 글로 적을 수 없던 마음이 느껴지는 그림들....... 그것도 좋은 방법이다. 



중국인 고행 스님과의 대화, 언어가 통하지 않아 손짓 발짓 모두 다 동원하여 대화를 했다. 



나중에는 영어로도 일기를 썼네. 인도 유명 작가 아룬다티 로이를 만나고서부터 영어로 글을 쓴 것 같다. 



어떤 그림은 예쁘고, 어떤 그림은 무섭고, 그때그때 감정에 따라 일기에 기록되었다. 지금 다시 이런 일기를 쓰라면? 쓸 수 있을까? 아니, 쓰고 싶다. 이런 일기는 한참 감성이 예민한 젊은 시절의 보물이 된다. 정말이지 이 시절이 방황의 시절이었지만, 내 생에서 값진 기간임은 확실하다. 



외로워 잠시 쉰다. 



2004년 난 마지막으로 인도 땅을 밟고 그 이후로 돌아가 보지 못했다. 

4년의 인도 방랑 기록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내 일기장, 보물이다. 내 마음의 보물이다. 

만나는 사람마다, 어떤 방식으로든 기억하기 위해 그려놓은 일기장과 그림, 젊은이라면 한 번쯤 해보면 좋을 것 같다. 기억 속에 각인시키는 풍경과 생각, 사람, 사고....... 결국 나를 이루게 하는 영양분(?)이 된다. 


비밀스러운 내 일기장의 한 부분을 공개하면서 시간이 이렇게 흘렀음을 깨닫는다. 

지금은 일기 쓰는 일이 줄어들고 있지만, 좀 이렇게 손으로 명상하듯 기록을 남기고 싶기도 하다. 

(물론, 나는 매일매일 블로그를 쓰면서 이런 비슷한 느낌을 받기도 한다. 그러나 손으로 만져지는 저 종이의 질감과, 펜의 향기와, 물감과 색연필의 색감은 더 많이 기억에 남을 것이다. 치매 예방에도 좋을 것 같은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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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고산평야의 무지개 삶]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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