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전 인도여행 일기 보니 대단했구나
여행 이야기


티스토리 블로그에 책 쓰기 프로젝트를 공고하고 이것저것 자료를 찾고 있었다. 어떤 글을 쓰지? 쓰고 싶은 것은 엄청나게 많은데, 시간이 없어 단지 머릿속에서만 꿈을 꾼다. 


그러다 어젯밤 우연히 책장 구석에 고이 보관된 내 인도여행 일기를 다시 펼치게 되었다. 

지금으로부터 15년 전부터 쓰기 시작한 것들인데 깨알 같은 글씨로 빽빽하게 뭐 그리 할 말이 많은지, 사색과 고심의 흔적이 역력히 보였다. 역시, 젊을 때에는 방황하는 것이지! 



그때가 20대 초중반이었으니 정말 내가 가야 할 길이 무엇인지, 엄청나게 고민했었다. 특히 삶과 죽음, 사랑과 이별, 과거와 미래 등을 한 없이 생각하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때는 나에게는 시간만 있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이런 사색은 인도와 퍽 들어맞았다. 

인도에서 만나는 많은 사람과 특수한 환경, 사는 모습, 풍경 등이 선입견을 깨기에 충분했기 때문이다.



길 위에서 만난 무수한 종교인에게 들은 '삶', 나대로 사색하여 기록한 흔적이 있다. 

수도사, 요기, 스님, 등 무수한 이에게 들은 삶과 사랑, 나에게 살아가는 큰 힘이 되었다. 그러니 정말 인도에서만 이런 진지한(?) 모습을 만나지 않을까? 


물론, 다 마음에 달린 것이니 어딜 가나 내 마음이 원하고자 하면 깨달을 것인데......



쿠알라룸푸르에서 친구와의 재회, 정말 반가웠다. 어느 중국인이 내 옆 모습을 종이와 가위로 쓱싹쓱싹 잘라 만들어주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사리입은 뚱뚱한 스튜어디스 아줌마가 툭툭 던져주던 기내식을 생각케 하는 인디언 에어라인 티켓, 일기장 속에 고이 남겨 있었네? 



네팔의 부처 탄생지, 룸비니에서 만난 법신 스님이 그려져 있네? 

대성석가사 한국절의 존경의 최고봉, 주지 스님이시다. 소소한 일상으로 현지인에게 아버지와 같은 자비를 베푸셨다. 내 기억 속에 고스란히 남아있는 풍경은 법신 스님께서 현지 아이를 업고 놀아주는 풍경, 네팔 꼬마를 자전거에 태우고 놀아주는 풍경, 일꾼들의 지휘 모습(그때 법당을 증축하고 있었다.) 등이다. 


그곳에는 존경하는 원인 스님도 계셨다. 많은 배움을 얻은 곳이다. 



14년 전 나뭇잎이 지금까지 있네...... '2만큼 온 이에게'라는 요리무리꾸리한 시도 쓰다니?!!! 그때는 참 심각했다.  이만큼이라도 왔으니 다행이었네. 



인도의 사르나트에서 만난 중국인 고행 스님이 적은 시

보리수 나뭇잎이 그대로 내 일기장에서 시절을 견디고 있다. 



체코 친구가 적어준 시, '지옥과 천국'이라는 글인데 도대체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 

사막의 꽃이 이 일기장 안에서 친구의 흔적과 고스란히 남아있다. 



어디로 가야 하는지....... 한참을 방황한 흔적이 있는 글, 한국에 잠깐 들어갔다 다시 여행을 결심하면서 쓴 글이다. 



인도 사막에서 주워온 공작새 깃털...... 오시안의 어느 작은 사막 마을에 들어가 염소 치는 남매와 놀던 때가 생각난다. 



마날리의 한 풍경, 길 위에서 만난 누군가가 안부의 인사를 내 일기장에 적은 모습이 보인다. 

난 그때도 일기장에 소통의 형식으로 기록을 남겼구나! (현지인이 적은 플랜카드 글씨가 틀려서 웃겼던 기억도 난다.)



해발 4000미터의 꽃도 내 일기장에 남아있구나. 마날리와 레 사이에서 고산병으로 해롱해롱 토하면서도 이 꽃을 잊지 않고 가져왔구나. 꽃 속에 자잘한 곰팡이가 일기장에서 같이 화석화(?)되고 있다. 



스리나가르의 한 보트 하우스에서 만난 꼬마 아가씨 

너무 예뻐서 한순간 그려낸 흔적이......



달 호수 위, 보트를 타고 유유히 호수를 떠다니는 모습. 호수의 잔잔함과 호수 위의 연꽃 등 크리스탈빛 반짝거림이 머릿속에 남아있다. 



바라나시 어두운 극장 안에서 볼리우드 영화를 보면서 환호하던 모습이 떠오른다. 그 영화가 요란스러우면서 재미있고 슬펐던 이유가 이 그림 안으로 떠오른다. 



좋아하는 언니가 꼭 가보라며 권장한 아루나찰라...... 가는 방법이 적혀있다. 

스리 라마나 마하리쉬의 순수한 삶을 배우고자 사진을 붙이고 다녔네?!



마이 베스트 프렌드, 미소가 그려준 내 모습.... 하하하! 저렇게 머리를 산발, 귀신처럼.... 그렇게 길게..... 친구가 그립다. 



이것은 무엇이냐? 내 마음에 날개를 달고자 하는 의지(?)! 괴로움에서 해방 되고자 한 흔적이 보이네......

참, 젊을 때 방황은 지금 보니 아름답기까지 하다. 



여행을 좋아하면서도 여행에서 느끼는 외로움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외로움이 싫으면서도 여행을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방황하는 흔적이 보인다. 



깨알 같은 일기장, 그 속의 등장 인물들.... 신기하다. 

물 공양 바바, 체중계 바바 등이 나온다. 길에서 만난 성자인데 목마른 여행자에게 물을 주면서 수행하는 바바이고, 사람들 체중계 위 몸무게를 재면서(아마도 영혼의 몸무게를 재는 것일까?) 수행하는 인도 바바이다. 참 신기한 사람들 많이 만났다.  



일기장 구석에는 여행 경비 지출 기록이 있다. 재미있게도 공양 기록도 있다. 사모사가 3루피, 5루피였다니?!!!

하루 5달러 이하로도 생활한 것이 참 신기하구나. 방값이 한국돈 오천 원 미만이었다니?!!! 믿을 수가 없다. 



어떤 생각은 지금 읽어도 감동되는 부분이 있다. 지금은 아이들 육아에 치여 나를 잊고 사는 경우가 있는데 가끔 옛 일기장을 들여봐야겠다. 



재미있는 정보를 다른 여행객에게 알려준 흔적도 있네.......

'뚱뚱한 남자 같은 여자', '압력밥솥식당', '한국 김치 파는 곳' 지금은 여어어엉.... 기억나지 않는 작디작은 오차 마을이다. 성이 아주 아름답고 예쁘다. 다시 가라고 해도 가고 싶다. 그런데 지금은 상업화되었겠지? 



그림을 많이 그렸네. 글로 적을 수 없던 마음이 느껴지는 그림들....... 그것도 좋은 방법이다. 



중국인 고행 스님과의 대화, 언어가 통하지 않아 손짓 발짓 모두 다 동원하여 대화를 했다. 



나중에는 영어로도 일기를 썼네. 인도 유명 작가 아룬다티 로이를 만나고서부터 영어로 글을 쓴 것 같다. 



어떤 그림은 예쁘고, 어떤 그림은 무섭고, 그때그때 감정에 따라 일기에 기록되었다. 지금 다시 이런 일기를 쓰라면? 쓸 수 있을까? 아니, 쓰고 싶다. 이런 일기는 한참 감성이 예민한 젊은 시절의 보물이 된다. 정말이지 이 시절이 방황의 시절이었지만, 내 생에서 값진 기간임은 확실하다. 



외로워 잠시 쉰다. 



2004년 난 마지막으로 인도 땅을 밟고 그 이후로 돌아가 보지 못했다. 

4년의 인도 방랑 기록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내 일기장, 보물이다. 내 마음의 보물이다. 

만나는 사람마다, 어떤 방식으로든 기억하기 위해 그려놓은 일기장과 그림, 젊은이라면 한 번쯤 해보면 좋을 것 같다. 기억 속에 각인시키는 풍경과 생각, 사람, 사고....... 결국 나를 이루게 하는 영양분(?)이 된다. 


비밀스러운 내 일기장의 한 부분을 공개하면서 시간이 이렇게 흘렀음을 깨닫는다. 

지금은 일기 쓰는 일이 줄어들고 있지만, 좀 이렇게 손으로 명상하듯 기록을 남기고 싶기도 하다. 

(물론, 나는 매일매일 블로그를 쓰면서 이런 비슷한 느낌을 받기도 한다. 그러나 손으로 만져지는 저 종이의 질감과, 펜의 향기와, 물감과 색연필의 색감은 더 많이 기억에 남을 것이다. 치매 예방에도 좋을 것 같은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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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단강 2014.08.21 18:23 신고 URL EDIT REPLY
지금은 평온의 식탁에 앉아서 아침 산새소리를 듣는 산들이님
치열하게 뚫고 온 과거가 지금의 산들이님을 있게 했나 봅니다.
산들이님이 이렇게 왕성한 활동을 하면서도 거뜬하게 살아내시는 힘의 원천은
저 추억의 일기장 행간마다 배어 있는 고뇌와 땀과 슬픔과 기쁨이
공급하는 마르지 않는 자양분에 있는 것 같습니다.

이글을 곱 앂어 읽으며 자꾸 서정주님의 '국화옆에서'가 떠오릅니다.

산들이님의 젊은시절에 경배를...
BlogIcon 산들이 산들무지개 | 2014.08.22 10:35 신고 URL EDIT
비단강님 덕에 오늘 서정주 시인의 '국화 옆에서'를 다시 읽었어요!
아이고..... 그런데 저는 아직도 방랑을 하고 있어요.
정착하여 살지만 마음은 요리조리(?) 가끔 뒤숭숭하답니다.
그런데 정말 확실한 것은 좀 정착한 느낌이 들어 편안하다는 것입니다.

덕분에 소통을 할 수 있어 얼마나 좋은지 모른답니다. ^^
이것이 꿈이여? 생시여? 장자의 나비가 되어 날아가볼까나?
2014.08.22 10:15 URL EDIT REPLY
비밀댓글입니다
BlogIcon 산들이 산들무지개 | 2014.08.22 10:33 신고 URL EDIT
shamOOO님, 정말 좋은 댓글 감사드립니다. ^^
티스토리는 비밀글 댓글을 달 수 없어 이렇게 공개로 나오게 되네요.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그런 추억이 제 추억과 아주 많이 비슷하네요?
어쩐지 동질감이 느껴져요.
그래서 읽는 내내 저도 아주 즐거웠답니다.

만나서 정말 반갑고요, 가끔 정말 참을 수 없을 순간에......
댓글을 다시면 즐겁게, 깊이, 사색하면서 읽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아키 2014.08.22 12:50 신고 URL EDIT REPLY
4년씩이나 인도를 여행하셨군요~!! 우와~~
저도 여행다니면서 쓴 일기가 있는데, 그때써놓은 글이랑 그림들을보면 어쩐지 힘이 솟더라구요..^^
외로울때, 힘들때 그일기장을 보면 꼭 한번 더 가봐야지.. 한답니다 ^^
거기에 스페인 바로셀로나도있는데요~! 다시간다면 작은 도시 비스타베야도 꼭 한번 가보고 싶네요~!!
BlogIcon 산들이 산들무지개 | 2014.08.23 02:42 신고 URL EDIT
그렇죠? 언제나 이런 직접적 관련있는 일기가 큰 힘이 되죠.
화이팅입니다. ^^
즐거운 주말 되세요!
BlogIcon 뿌나 2014.08.23 03:15 신고 URL EDIT REPLY
2001년 인도의 풍경을 이글에서 추억합니다 ^ ^~
BlogIcon 산들이 산들무지개 | 2014.08.25 01:14 신고 URL EDIT
뿌나님, 감사합니다.
2001년이라면 어쩌면 우리 만났을 수도 있겠네요? ^^
J sohn 2014.08.24 03:23 신고 URL EDIT REPLY
세상에...산들님이 글을 잘 쓰시는게 괜히 그런게 아니었군요~
일기장에 빼곡하게 적어놓으신 글과 그림들 하나하나가 뭔가 산들님스러워요~^^
'역시 젊을때에는 방황하는 것이지!' 저는 저말이 왜 이렇게 와닿는 걸까요ㅎㅎ 나도 이십대 초중반에 다 제쳐두고 방황좀 할걸, 내 자신에 대해 깊이 고민해볼걸~ 왜 그렇게 바쁘게 보내버렸는지 참 아쉽네요. 오늘도 잘 읽고 갑니다~!!
BlogIcon 산들이 산들무지개 | 2014.08.25 01:16 신고 URL EDIT
J sohn님, 감사합니다.
괜히 비밀 일기장 공개해서 부끄럽기도 하답니다.
20대 어떤 형식으로든 방황은 다 했을 것만 같아요.
바쁘게 보내셨어도 그 만큼의 가치를 느끼셨을 거라고 봐요.
화이팅!
BlogIcon 염소 2014.09.13 01:07 신고 URL EDIT REPLY
그림솜씨가 정말 대단하시네요~~생활이야기도 흥미롭게 글을 잘써주시는데 그림까지잘그리시네요ㅋㅋㅋㅋㅋ 20대의 방황은 어떻게해야 잘 다스리고 극복하셨나요? 저는 한참 방황 중이라 캄캄하기만하네요ㅠㅠㅠ
BlogIcon 저공비행 2014.09.18 22:03 신고 URL EDIT REPLY
아련한 추억이 소중한 자산이군요^^
BlogIcon 정의남 2014.10.01 06:24 신고 URL EDIT REPLY
그림솜씨가 대단하네요
사년을 인도에서 거주했다니 여자로서는 대단한 일인것 같습니다.
그대의 아름답고 순수한 영혼이 보이는것 같습니다 ㅎㅎ
BlogIcon 포카라 2014.10.07 20:22 신고 URL EDIT REPLY
체코 친구가 적어준 시, '지옥과 천국' 조드푸르에서 키가 크고 항상 선글러스로 눈을 가리고 다니던 친구일까요? 까졸님은 제가 기억날까요?
BlogIcon 은찬이서은이아빠 2014.10.20 01:12 신고 URL EDIT REPLY
누군가는 이렇게 치열하게 20대를 살아왔는데..
부럽고 또 부끄럽습니다 ㅎㅎ
2014.11.02 16:08 URL EDIT REPLY
비밀댓글입니다
BlogIcon sunnyclient 2015.01.27 00:03 신고 URL EDIT REPLY
BlogIcon sunnyclient 2015.01.27 00:03 신고 URL EDIT REPLY
BlogIcon sunnyclient 2015.01.27 00:03 신고 URL EDIT REPLY
멋져요 2015.02.01 01:54 신고 URL EDIT REPLY
와~ 정말 대단하시네요.
이렇게 쌓인 기록과 그림들이 정말 소중한 재산이겠네요.
20대 시절 장기간의 인도여행도 귀중한 시간들이었을 것 같구요.
난 왜 늘 마음 속으로 동경하면서도 20대 시절에 잠시라도 외국나가서 살다 올 생각을 못했을까... 용기를 내지 못한게 후회스러워요. 부럽습니다.
남편이 외국인이면 혼자서만 알고 싶은 내 비밀일기 내용을 남편이 엿보게 되어도 못알아본다는 것도 장점일것 같아요 ㅋ
저는 결혼하게 되면 그동안 써온 일기장들을 가져가야 할까 말까 고민입니다.
배우자에게 보여주기 힘든 내용들이 섞여있는데 한편으론 제가 살아온 소중한 추억의 기록들이기에 없애기도 참 애매해서요.
@@ 2015.04.12 01:22 신고 URL EDIT REPLY
남다른 감수성과 능력이시네요
초등학교 시절에 티비에서 본 오즈의 마법사라는 애니메이션을 봤을때 감성이 떠오르기도 하고... 더 어릴적 티비에서 봤던 아라비안 나이트나 신밧드의 모험같은게 떠오르기도 하구요

우와!! 꼭 책을 한번 내셨으면 좋겠어요. 저런 재미있는 내용의 책과 그림을 함께 말이에요. 어른이 되서도 저런 종류의 책들을 정말 좋아해서요. (사실 저도 기회가 된다면 저런 종류의 책을 써보고 싶다고 생각하거든요 ㅠㅜ)

진짜 멋지네요!!
양띠 2015.07.05 20:31 신고 URL EDIT REPLY
글과 사진 잘 보고 갑니다.
우연찮게 들르게 되었는데 ...
저도 2010년에 인도를 여행했었는데 그때 기억이 새록새록...^^
2016.07.11 10:23 URL EDIT REPLY
비밀댓글입니다
지구별 2016.07.11 10:25 신고 URL EDIT REPLY
좋은글, 귀한글.., 너무너무 행복하게 마음서랍에 담아 읽고 또 읽고 그러고 싶은 글이군요.
수진 2017.01.20 22:29 신고 URL EDIT REPLY
와 정말 멋져요 ! 저도 형식없이 온전한 저의 생각과 감성들을 기록으로 남겨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아껴 읽고싶은 글이에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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