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소밭에서 아이들에게 안전모를 씌운 남편, 왜?
뜸한 일기/부부

여러분, 안녕하세요? 한국은 지금 봄기운이 살살 녹아나는 날씨인가요? 여기 스페인 고산은 안개가 아주 짙고, 비가 또 주르륵 내리는 날씨랍니다. 기상청 예보를 보니 다음 주 월요일까지 이런 날씨가 쭉 이어질 것으로 본다네요. 비가 또 굵은 줄기로 세차게 마구 내리는 모습을 보니, 아! 우리는 또 언제 전기가 끊어질지 조마조마하네요. 혹시, 이 기간에 포스팅이 오르지 않았다면 많은 양해 바랍니다~! ^^ 


비가 일 주일 내내 내린다는 예보를 보고 그전 날, 우리 부부는 채소밭에 나가 열심히 딸기를 옮겨 심었답니다. 비가 오기 전, 딱딱한 밭을 숨 쉬게 할 목적으로 김맸습니다. 흙이 스폰지처럼 여유가 있으면 물도 쉽게 흡수하기 때문에 식물들에게도 참 좋답니다. 너무 딱딱하면 지면으로 스며들지 않아 비가 오나마나한 일도 있으니 말이에요. 딸기도 여러 갈래로 나누어 제대로 자라라고 새 땅에 나누어 심어줬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직접 따서 먹을 딸기를 생각하면 큰 기쁨이랍니다. 아직도 작년에 만든 딸기잼을 먹고 있는데, 먹을 때마다 흐뭇한 이 느낌은 무엇인지......


그렇게 열심히 밭일에 몰두하고 있다가 고개를 들어 아이들은 뭘 하나 보게 되었습니다. 

앗! 그런데 제 앞에 들어온 풍경은 글쎄 아이들이 안전모를 쓰고 놀고 있는 거에요. 


"오? 쟤들 왜 여기서 안전모 쓰고 놀지?"

이렇게 혼잣말을 하니, 옆에서 일하던 남편이 제게 그러더군요.


"우리가 아이들을 볼 수 없으니까 저렇게 안전모 씌워놨어. 애들이 험한 곳만 골라 다니니 신경 쓸 여유가 없어서 이렇게 안전모라도 씌워놓으면 그나마 안심이 되어 말이야." 하고 말이지요. 역시 누가 딸바보 아니랄까봐? 


열심히 밭일을 하고 있는 산똘님, 딸바보 아빠는 채소밭에만 오면 저 험한 돌벽을 타고 노는 아이들이 아슬아슬했나 봐요. 사실, 지금은 좀 커서 다행이지만,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아장아장, 뒤뚱뒤뚱 녀석들이 돌 타고 오르는 모습 보면 정말 밭일에 신경을 쓸 수가 없었답니다. 


하고 많은 곳 중에 왜 우리 인간은 위험한 곳을 선호하는지...... 이것은 본능인가 봐요. 모험하고 가보고자 하는 그런 본능이 있나 봐요. 이 아이들도 하고 많은 곳 중에 항상 이곳에 와 올랐다 내렸다 벽타고 수십 번을 왔다갔다 합니다. 처음에는 밑에서 못하게 말리고, 협박도 하고(?), 항상 주시했어야만 했지요. 그런데 산똘님은 그냥 놔두라고, 아이들이 모험하려는 저 모습이 마음에 들어 이것도 성장의 일부라고 했지요.  

 

멀리서 보기엔 그렇게 높지 않은 풍경이고, 사진으로 보면 에고, 저 벽 오르는 것이 뭐 무서워? 하실 분도 있는데 직접 와서 보시면 이게 참 경사가 크답니다. 그런데도 아이들은 한 발, 한 발 암벽을 오릅니다. 


또 우리 인간은 하지 말라면 더 하고 싶어하는 본능에 충실함을 입증하듯이 아이들은 하지 말라면, 이렇게 서로 도와서라도 꼭 해내고야 맙니다. ^^ 동생이 암벽을 오르다 못 오르면 뒤에서 언니가 도와주기도 하더군요. 


험한 곳에 오르는 그 짜릇함이 성장하는 그 과정에서 이루는 그 성취감인지....... 인간이 성장하면서 낳는 그 무엇인가...... 가끔 남편은 제게 지나친 '보호본능'은 피하라는데...... 아이들이 날개를 펴고 클 수 있도록 그냥 지켜보라네요. 방해는 하지 말고, 그냥 지켜보는 것! 그래서 우리 남편이 아이들에게 안전모를 씌운 듯해요. 


갑자기 북한 여류시인, 렴형미 씨의 시가 생각나더군요. 

"이 엄마 너의 심장은 낳아주었지만, 그 속에서 한생 뜨거이 뛰어야 할 피는 다름아닌 너 자신이 만들어야 한다."


내가 저 아이들을 낳았는데, 성장해야 할 아이들은 엄마가 아니라 바로 그 자신들이니 마음껏 가슴 뜨겁게 성장하고 모험하고 느끼고, 세상을 바라보는 것! 이것은 아이들의 몫이라는 것, 부모는 아이들을 낳았지만 그 아이들이 가는 길을 지켜보고 응원해주는 것이라는 것, 부모가 아이 몫을 다 해 줄 수는 없으니 저렇게 안전모라도 씌운다는 것입니다. 


이 아이들이 앞으로 결정해야 할 일들이 얼마나 많을까, 그 결정 앞에서 부모가 해주어야 할 일은 무엇일까? 아이의 가슴을 뛰게 하는 일에 한 표를 던지며 도와주는 것? 시련 앞에 도움이 되는 일에? 그저 사랑으로 바라보고 지지해주는 일....... 그런데 인생은 복잡하여 한 시 앞도 내다볼 수 없는 것.


가끔 이 아이들도 아네요. 위험한 길로 내려오는 것보다 안전한 내리막길로 오는 것, 저 어린 심장도 자기가 해야할 앞 길을 결정하네요. ^^


이제 옮겨 심은 딸기에 물 대주고 집에 가자! 


집에 돌아가기 전, "우리 세 자매 룰랄라 사진 한 방 찍자! 포즈 좀 취해줘!" 했더니 아이들은 또 저렇게 재미있는 표정을 짓습니다. 그래, 안전모 참 잘 어울린다. 앞으로 채소밭에 올 때는 꼭 가지고 오자. 누가 알아요? 다음에는 아빠가 이 아이들 데리고 암벽 등반을 직접할지...... 산똘님 젊었을 때는 동굴 탐험가에 암벽 등반가였는데, 지금 아이들이 조금 더 크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아빠와 같이 암벽 등반하자고! 역시, 남편이 아이들 안전을 위해 안전모를 씌운 것도 있지만 은근히 자기 취미를 닮아가는 아이들이 기뻐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답니다. 


여러분,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

전 당분간 포스팅 사정이 어떻게 될지 모르겠어요. 잿빛 하늘이 아주 낮게 가라앉아 우리 집 태양광전지는 꽝 댈 확률이 아주 높거든요. 혹시, 답글도 없고, 연락 두절 되더라도 이상하게 생각치 마시고 하루하루 알차고 즐겁게 보내세요. 여기서 신선한 에너지 잔뜩 드릴게요. 감사합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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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gIcon 두유M 2015.03.19 00:37 신고 URL EDIT REPLY
맞아요ㅎㅎ 어릴땐 높은곳, 어른들이 하지 말라는 행동은 꼭 하죠ㅎㅎ 암벽을 등반하는 아이들을 보니 저 어릴때 골재상에 모래 산을 주인 아저씨 몰래 친구들이랑 꼭대기 까지 올라가서 놀았던 기억이 나네요ㅎㅎ
BlogIcon 산들이 산들무지개 | 2015.03.19 23:32 신고 URL EDIT
하하하! 역시 어린이들은 하지 말아야하는 것을 더 좋아한다는 것 입증....
전에 제 남동생 초등학교 시험지에....
어린이는 어디에서 놀아야 하나요?
1. 병원 2. 놀이터 3. 공사장 4. 도로
이런 질문이었는데 남동생은 3으로 했었지요.
자기가 평소 놀던 곳으로....ㅋㅋㅋ
luna 2015.03.19 02:23 신고 URL EDIT REPLY
정말 좋은 생각인것 같아요. 넘어져도 머리를 다칠 염려도 없고요.
여그도 비가 내리고 있어서 날씨는 도로 추워지고 너무 심란스러워요.
아고 에뻐라. 그저 아이들이 웃고 잇는 모습만봐도 봄이 성큼 다가오는듯 하네요.

혹시나 없애버릴까 작년 출장때 가져갔던 누에고치 알들이 이제 부화를 시작 했나봐요.
몰래 숨겨놓고 뽕잎을 따오다 어제 딱 걸렸는데 공범자인 아들녀석이 오후내내 찿아도 없다는거보니
아마도 알마센으로 피신을 시킨듯 한데 2천마리도 넘는거 도대체 어쩔셈인지 아주 미춰버리겄어요.
지금이사 잎파리 몇개로 버틴다지만 크면 무슨수로 먹이를 감당할거며 그많은것들이 나방으로 다시
알로 어마어마 해질텐데..... 분양을 해도 한계가 있는 것인데 차리리 부화 하기전 생명체가 형성
되기전에 처리 하는게 낫지 자라면서 꿈틀거리는걸 어떡할거냐구요.아아 머리가 다 지끈거리네요.
luna | 2015.03.19 02:37 신고 URL EDIT
내일부터 25일까지 휴가였는데 돈을 따로 지불할테니 일해달라해서 일하다 26일날 바로 호텔로 출근해요.
내생각엔 바쁜 부활절전에 새로운 요리사 구해 적응 기간을 주는게 나을듯 싶은데 어쩔수 없죠.
어쨌든 일주일 기간동안 근무하는 것이니 부활절에 바빠서 미처 만들수 없는것들 잔뜩 만들어 얼려 놓으려구요.
새로운 요리사가와도 부활절이 코앞인 상태라 만들고 말고할 시간도 없을듯 싶으네요.
당장 나부터 26일날 예약된것도 그렇고 이틀후에 작은 결혼식도 있던데 아주 긴장 되네요.
jerom | 2015.03.19 12:11 신고 URL EDIT
뻐~언~ 데기데기 뻔데기, 뻔데기 요리를 하실 재료아니에요?

루나님은 능력도 좋으셔라.
노을 | 2015.03.19 14:47 신고 URL EDIT
바쁘게 사시는 루나님
저도 누에를 저렇게 많이 키우면 싫을 것 같애요
곰 아저씨 취미는 저도 별로네요
누에는 저도 어려을 적 키워서 알지만 뽕잎 나르기 정말 힘들었어요
봄에 오디 따먹은 건 좋았어요
BlogIcon 산들이 산들무지개 | 2015.03.19 23:33 신고 URL EDIT
아이고, 나 제롬님 때문에 미치겠다....
얼마나 웃었는지.... 정말 뻔데기로 변신 시키면? 난리 나겠지요? ^^
BlogIcon 탑스카이 | 2015.03.21 00:02 신고 URL EDIT
아드님이 어쩌다 공범이 되셨나
^0^
저도 집에 누에가 득실거리면 볼때마다 짜증낼듯... ㅎㅎ

도둑사건은 진정됬나 모르겠네요.
새로운 일도 찾으시고 부동산도 늘이시고.. 좋은 일들이 많아 좋네요. ^ ^
일복많은 부지런 루나님. 몸조심하시며 홧팅임돠.
BlogIcon 매운 너구리 2015.03.19 13:13 신고 URL EDIT REPLY
우와...아이들 노는 모습이 정말 자유롭고 재밌어보여요.락클라이밍하는것같은데요?ㅎㅎㅎ...야생의 소녀들-!!이제 쌍둥이의 외모는 확실하게 달라지네요.100프로 구분할수있어요.누리의 저 갸구진 표정.미모가 갈수록 산드라를 닮아가는 사라.
아름다운 아이들이 엄마가 주신 심장에 더 활기차고 뜨거운 피를 불어넣으며 힘차게 이세상을 살아갈거예요.그것이 우리가 이세상에 태어나서 우리의 아이들을 남긴 이유겠죠.신께서 이 어여쁘고 소중한 생명들을 이세상에게...우리에게 주신 이유고요.
이세상에서 힘차고 아름답게 살아가라고-!! (^^)
BlogIcon 산들이 산들무지개 | 2015.03.19 23:35 신고 URL EDIT
오! 정말 매운 너구리님, 우리 아이들 특징을 딱 알아맞히셨네요. ^^
정말 신기해요. 그런데 또 자주 보셔야해요. 안 그러면 시간 또 지나면 애들 구분이 어려워진다는...... 전에 제 다음 블로그에 자주 오셨던 피러님이 정말로 거짓말 하지 않고 쌍둥이를 잘 구분하셨어요. 그런데 요즘은 가끔 오셔서 누가누구인지 잘 모르시더라고요. ^^
이런 큰 관심 정말 감사드려요. 매운 너구리님......
BlogIcon 달만큼큰미소 2015.03.19 14:41 신고 URL EDIT REPLY
자연서 뛰노니 부럽네요
전 어렸을적에 도시에서 자라서 그런가 맨 아스팔트에 시멘트 바닥서 뛰놀았는데...
학교 운동장에나 가야 흙을 밟을수 있었답니다 ㅎㅎㅎ
왠지 저기 가면 공기가 맛있을것 같아요~
BlogIcon 산들이 산들무지개 | 2015.03.19 23:36 신고 URL EDIT
아! 그렇군요. 달만큼큰미소님..... 한국 요즘 젊은이들의 모습이겠죠? 진짜 흙은 학교 운동장에서나 밟을 수 있는 것.... 이것이 현실이지요.
정말 이곳 공기는 맑고 차갑고 맛나답니다. ^^
노을 2015.03.19 14:51 신고 URL EDIT REPLY
역시 야생 공주들 노는 것도 다르네요
산똘님이 암벽등반가여서 아이들도 닮아서 그런 것 같네요
저도 어려서 시골에 살았지만 저렇게 바위를 타지 않았거든요
산에는 다녔어요 그래서 나물은 모르고 고사리, 달래 아는 것이 한계가 있어서.....
그런것 어머니 가져다 주면 좋아했답니다.
이런 이야기 하니 어렸을적 생각이 나네요
BlogIcon 산들이 산들무지개 | 2015.03.19 23:37 신고 URL EDIT
아, 그러시군요. 다 유년기 나름의 추억과 자신만의 색깔이 있었으니까요. ^^ 저도 바위를 타지 않은 기억이 있어요. 이 아이들은 우째 바위만 보면 환장하시는지..... 아무래도 아빠 유전자가 지독한 효력을 발휘하나 봐요. ^^
BlogIcon 드림 사랑 2015.03.19 21:49 신고 URL EDIT REPLY
자연속에서 뛰어노는것을 보니
한국과는다르네요
BlogIcon 산들이 산들무지개 | 2015.03.19 23:38 신고 URL EDIT
정말 한국과 달라요? 자연 속에서 노는 모습은 어디나 다 비슷할 것 같은데 말이지요. ^^;
BlogIcon 드림 사랑 | 2015.03.19 23:40 신고 URL EDIT
도시 아이들은 스마트 폰이다 태블릿 피시다 해서요
시골에 사는 어린 아이들은 자연이 친구이자 스승인걸요
BlogIcon SPONCH 2015.03.20 16:29 신고 URL EDIT REPLY
헬멧! 정말 좋은 아이디어네요. 공주님들을 향한 사랑이 듬뿍 묻어나네요. ^^
BlogIcon hanbokgirl 2015.03.21 23:11 신고 URL EDIT REPLY
아이들 이야기는 언제나 참 좋고 생명력잇어요!!
이 넓고 험한세상을 넉넉히 이겨나갈수잇는 도전력잇는 아가씨들이 되기를바라네요!! 엄마도 그리 사신것같아서 잘 배우겟지만!! ㅎㅎㅎ
BlogIcon 프라하 밀루유 2015.03.30 01:59 신고 URL EDIT REPLY
어쩌면 공주님들이 저렇게 생기 발랄 귀여워요 ^^ 중간에 부모와 자식의 얘기를 써 놓으신 걸보고
딸의 무모한 체코생활 도전을 묵묵히 응원해주신 부모님 생각에 눈시울 붉혔네요.
하늘땅별땅 2015.04.11 13:38 신고 URL EDIT REPLY
남편도둑 글보고 오랜만에 또 들어와 보네요.
참 행복하게 사시는것 같아서
너무 부럽습니다.
저렇게 뛰어노는 아이들이
나중에 더 건강하고 밝게 자라는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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